주간동아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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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차량 부품 검사·조립까지 척척

인간과 정밀한 협업 가능… 사람 대신해 위험한 현장 접근도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5-03-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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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론로보틱스가 2월 20일 공개한 프로토클론 V1. [클론로보틱스 제공]

    클론로보틱스가 2월 20일 공개한 프로토클론 V1. [클론로보틱스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클론로보틱스가 2월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프로토클론(Protoclone) V1이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모방한 이족보행 근골격계 안드로이드로,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완전히 다른 유연성을 보여주며 정밀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생체모방 기술(Biomimetic Engineering)을 적용해 인간 근육의 구조와 동작을 정밀하게 재연한다. 200가지 넘는 자유도(Degree of Freedom: 로봇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개념), 1000개 이상의 근섬유, 500여 개 센서를 갖춰 기존 로봇보다 훨씬 자유로운 움직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로봇의 등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단순히 인간 외형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일상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헬스케어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산업 현장으로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연구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으로

    프로토클론 V1이 휴머노이드의 동작 정밀성을 실험실 수준에서 입증했다면, 산업용 휴머노이드로 주목받는 앱트로닉의 아폴로(Apollo)는 좀 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폴로는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산업용 휴머노이드다. 제조업·물류업에서 인간과 협력하며 일할 수 있을 만큼 휴머노이드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폴로는 키 172㎝, 무게 72.5㎏으로 평균적인 성인 남성과 유사하다. 최대 25㎏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교체식 배터리를 사용해 22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며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컨베이어, 이동식 작업대 등 플랫폼에 쉽게 장착할 수도 있다. 자체 개발한 첨단 액추에이터(구동 장치) 시스템이 적용돼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게 움직일 뿐 아니라, 힘 제어 아키텍처 기술을 통해 주변 환경과 접촉 시 안전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엔비디아의 프로젝트 ‘GR00T’와 협력해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작업자의 시연을 분석하고 패턴을 학습해 자동으로 유사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도와준다. 가령 조립 과정을 반복적으로 시연하면 로봇이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점점 더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다.


    앱트로닉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실제 제조 공장에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앱트로닉 제공]

    앱트로닉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실제 제조 공장에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앱트로닉 제공]

    최근 앱트로닉은 3억5000만 달러(약 5100억 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메르세데스벤츠, GXO 로지스틱스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실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전자제품 제조 전문기업 자빌(Jabil)과 함께 아폴로의 실제 제조 현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폴로는 물류업·제조업에서 크레이트를 운반하고, 자동차산업에서는 조립 키트 전달과 차량 부품 검사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향후 전자 제조, 음료 병입 및 충전, 소비재 포장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아폴로가 아폴로를 조립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려면 많은 비용, 짧은 배터리 수명, 과열 및 안전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제조비용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대당 3만~15만 달러(약 4370만~2억2000만 원)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투자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만 활발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장으로 진격하는 휴머노이드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적인 공정을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새로운 휴머노이드는 정밀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실질적인 노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앱트로닉뿐 아니라 테슬라, 피겨AI, 보스턴다이내믹스 같은 선두 업체들은 각기 다른 기술적 강점을 내세우며 산업 현장에 본격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 공장에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100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단일 작업자보다 2~3배 높은 효율성을 보이고 8~10시간 동안 연속 작동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옵티머스 수천 대를 생산하고 내년까지 생산량을 10배로 늘려 5만~10만 대를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피겨AI의 휴머노이드 피겨 02는 BMW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최대 25㎏ 물체를 들 수 있으며 AI와 음성 명령을 통한 상호작용, 자율 작업 수행 능력을 갖췄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작업 수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복잡한 건설 현장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 위험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덴마크 협동로봇 기업 유니버설로봇의 안데르스 빌레쇠 베크 전략 및 혁신 담당 부사장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2025년은 로봇공학 분야에서 변혁의 해”라며 “AI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로봇이 인간과 협력해 산업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