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기념 할인행사 홈플런을 진행하던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3월 12일 창립 28주년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만들다가 돌연 회생절차에 돌입해 홈플러스 안팎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지급불능이나 부도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가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했다. 사진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ca/30/52/67ca30520e9bd2738276.jpg)
홈플러스가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했다. 사진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뉴스1]
신용등급 ‘A3-’ 하락에 자금줄 막혀
홈플러스는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같은 날 ‘개시 결정’ 통보를 받았다.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현재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자금 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지난달 말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기존 ‘A3’에서 ‘A3-’로 한 단계 떨어진 것이었다. A3-는 투기등급인 ‘B’ 바로 위 단계다. 차입금에 대한 조기 상환이 발동될 수 있고, 사실상 외부 자금조달이 가로막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리스 부채를 포함한 홈플러스의 1년 이내 만기 도래 차입금은 1조 원이 넘는다. 그간 홈플러스는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차입금과 이자를 돌려막았는데,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경색이 예상되자 기업회생으로 급한 불을 끄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티메프 사태’ 때와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1~2023년(회계연도 기준) 3년 연속 연평균 약 2000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2024년 1~3분기(1~11월) 누적 가결산 기준으로도 1571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성장에 따른 시장 전체 부진, 경쟁사 이마트·롯데마트에 비해 뒤처진 경영 전략 등으로 이익 창출력이 악화한 결과다. 이미 납품 대금 지급 등 유동성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정산 지연 이자를 내는 운영 방식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빚으로 인수했다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당시 MBK는 7조2000억 원이라는 고가에 홈플러스 지분을 사들이면서 4조3000억 원의 인수금융(선순위 대출)을 일으켰다. 이후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 점포를 폐점한 뒤 매각해 이 빚을 갚았고, 발생한 영업이익은 이자 등으로 투입했다. 그러다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며 한계에 다다르자 단기 차입금으로 수명을 연장해온 것이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지난해 11월 말 총 차입금은 5조4620억 원, 부채비율은 1408%에 육박했다. 다만 올해 1월 말 리스 부채를 제외한 차입금 규모는 2조 원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가 인수한 후 홈플러스는 비용 절감, 구조조정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며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성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으니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MBK “2015년 인수 차입금 2조7000억”
시장에서는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하다가 유동성 위기가 예상되자 곧바로 기업회생을 택한 것에 대해 모럴해저드를 지적하고 있다. 부도 상태가 아님에도 법원에 손을 벌린 탓에 채무 조정 대상 2조 원(메리츠증권 1조2000억 원, 은행 한도채 1000억 원, CP 2500억 원, 정산 지연 이자 3500억 원)에 포함된 금융기관 및 협력사는 자금 회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MBK가 지난달까지 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MBK는 팩트체크 자료를 내고 논란을 반박하고 있다. MBK의 인수 차입금, 자산 매각 등과 관련해 부풀려진 점이 많고 기업회생은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는 설명이다. MBK 측은 “2015년 인수 당시 실제 차입금은 2조7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바와 다르다”면서 “같은 시점 홈플러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은 연간 8000억 원 정도였기에 차입 규모가 무리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폐점 또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생존과 지속성장 토대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같은 기간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10곳 이상 점포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MBK 측은 법원의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으로 회생절차 중에도 홈플러스의 정상 영업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경영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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