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지호영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내 증시 ‘예방 접종’ 조정”
미국-이란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 대해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이같이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전쟁이 세계경제와 투자시장을 뒤흔드는 중장기적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I 거품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던 와중에 미국-이란 전쟁까지 터진 지금 상황이 2000년대 초반 미국 닷컴버블 붕괴 및 9·11 테러로 촉발된 전쟁 장기화와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AI 산업혁명이 얼킨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박 대표와 3월 13일 대면 인터뷰, 19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향후 증시 전망과 주목할 섹터에 대해 물었다.3월 18∼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요동쳤다.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자 중에는 헤지펀드들도 많다. 이들은 실적 발표 등을 계기로 삼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투자 전략을 자주 쓴다. 마이크론 호실적을 예상한 헤지펀드들이 먼저 매입해 3월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불을 뿜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매도에 나서자 19일 오전 마이크론 실적이 발표됐음에도 두 기업 주가가 오히려 빠졌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검토는 투자 측면에서 어떻게 보나.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면이 있다. ADR로 수급이 좋아져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에 수렴해 움직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SK하이닉스의 수급에 ADR 상장이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도 반도체 산업 특유의 사이클과 변동성을 잘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조정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번 전쟁 여파로 선반영된 측면은 없나.
“좋은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연중 9월 수익률이 안 좋은 경향을 보인다. 11월 대통령선거나 중간선거를 앞둔 해 하반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추석 연휴가 낀 9월에 통상 장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컸는데 일종의 예방접종을 맞은 셈이다. 다만 일단 올해 3분기에는 투자자들이 수비적 마인드로 자금 관리를 잘할 필요가 있다.”
투자에 나설 시점은 언제일까.
“현재 미국 나스닥과 S&P500 조정 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나 2024년 8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10% 이상 빠진 것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언제든 고점 대비 10%가량 조정은 나올 수 있다. 미국 증시 기준 10% 이상 하락하는, 주식을 살 기회가 올 것에 대비해 현금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AI 버블론은 어떻게 보나.
“닷컴버블 당시에는 온라인 인프라가 깔리기도 전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치솟았는데, 그중에는 실제 이익을 못 내거나 선두 주자의 아류 같은 기업도 많았다. 반면 지금은 관련 인프라가 상당 부분 구축된 상황인 데다 AI 기업들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AI 버블이 터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자리 잡으면 10년은 간다. 1등 기업은 바뀔 수 있지만 AI라는 패러다임 자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노(no) 차이나·타이완 기조에 삼성전자 수혜”
그렇다면 앞으로도 국내 증시는 반도체가 주도할까.“그렇다. 게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과거와는 다른 강세 요인이 또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전쟁이다. 잘 알려졌듯이 요즘 미국은 기술 우위를 지키고자 중국에 AI 반도체나 관련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이 2027년 대만 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대만 TSMC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의 산업정책 기조는 기존 노 차이나(No China)에 노 타이완(No Taiwan)이 더해지고 있다. TSMC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대신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게 뼈대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애플, 테슬라가 잇달아 삼성전자와 칩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그 일환일 테다. 그간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을 선도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2년 동안은 삼성전자가 미국의 ‘노 차이나, 노 타이완’ 정책 수혜를 입으면서 주가가 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때는 더 오르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방산·원전(조방원) 섹터 전망은.
“우선 방산주는 구조적 성장세에 진입했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방기하면서 각국 국방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방산 사이클도 향후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조방원 주가가 다소 쉬어간 것은 투자자들이 AI 열풍에 올라탄 반도체주를 매입하려고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조방원 및 유망 섹터가 시소게임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반도체주가 4월 말 실적 발표 후 한두 달 쉬어가는 동안 조방원을 위시해 식품이나 미용, 엔터, 이차전지, 바이오 등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최근 주가 등락으로 가슴 졸이고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하자면.
“주식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임이다. 우량주를 보는 안목과 현 주가가 싼지 비싼지 판단하는 전문성이 필수다. 여기에 조정에 따른 공포감을 이길 멘털도 필요하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우량주에 투자해놓고 미국-이란 전쟁 등 변수로 주가가 확 떨어지면 공포감에 파는 사람이 적잖다. 애초에 단기 조정을 거쳐도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안 가는 주식은 사지 말아야 한다. 남들이 다 살 때 비싸게 사고, 주가가 흔들릴 때 공포감에 싸게 팔면 우량주를 다른 사람에게 바겐세일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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