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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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올 들어 테슬라 팔고 팔란티어 샀다

美 증시 흔들리며 전체 보관금액 줄어… 템퍼스AI 등 새 종목 발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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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03-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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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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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3월 4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1월 중국발(發) 딥시크 쇼크로 미국 거대 기술 기업 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주가가 주춤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며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보관금액 한 달 새 10조 원 줄어

    미국의 이런 투자 환경 변화는 ‘서학개미’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바꾸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그동안 최선호주였던 테슬라를 필두로 M7 주식을 예외 없이 매도했다. 이에 따라 1월 1137억 달러(약 165조 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2월 1029억 달러(약 148조 원)로 줄었다.

    서학개미가 2월 한 달간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테슬라다. 1월 말 243억6120만 달러(약 35조 원)였던 보관금액은 177억5077만 달러(약 25조6000억 원)로 줄었다(표1 참조).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장중 488.54달러(약 70만4700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3월 4일에는 272.04달러(약 39만2000원)로 장을 마감하며 40% 넘게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 주가 하락에는 전기차 판매 부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3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투자금을 빨아들이며 서학개미의 지지를 받았던 엔비디아도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보관금액이 109억8793만 달러(약 15조8500억 원)에서 102억730만 달러(약 14조7200억 원)로 감소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저비용-고효율을 앞세운 딥시크 AI 모델 등장 이후 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흔들리고 있다.

    서학개미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도 매도했는데, 이는 관세전쟁 공포감이 높아지며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전쟁 공포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의 보관금액도 크게 감소시켰다. 지난해만 주가가 110% 넘게 상승했던 브로드컴은 18억 2025만 달러(약 2조6200억 원)에서 15억2705만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8억6011만 달러(약 1조2400억 원)에서 6억7036만 달러(약 9670억 원)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3억9164만 달러(약 5650억 원)에서 3억4879만 달러(약 5030억 원)로 줄었다.

    ‌또 상용화 시점을 두고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던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 비트코인이 급락하며 주가 하락을 겪은 암호화폐 투자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보관금액도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학개미의 선택을 받으며 보관금액이 증가한 기업도 있다. 엔비디아 바통을 이어받아 AI 주도주로 떠오르는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다. 지난해 보관금액이 6배가량 증가했던 팔란티어는 올해 들어서도 25억8514만 달러(약 3조7300억 원)에서 27억5177만 달러(약 4조 원)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팔란티어는 테슬라, 알파벳과 함께 최근 한 달간(2월 3일~3월 4일)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상위 종목에도 이름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표2 참조).

    전문가 “미국 증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올해 들어 서학개미는 미국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 실행과 유망 기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테슬라를 7억8864만 달러(약 1조1380억 원)어치 사들이는 한편 템퍼스AI, 리커전, 파가야테크놀로지스 등 새로운 기업도 순매수 목록에 올렸다. 이들 종목은 모두 AI와 관련 있다.

    먼저 템퍼스AI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정밀 의학 솔루션을 제약·바이오업체에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올해 들어 34.25달러에서 출발한 주가가 2월 14일(현지 시간) 장중 91.45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또 순매수 5위에 오른 리커전 파마슈티컬스는 AI 신약개발 기업, 순매수 8위를 기록한 파가야테크놀로지스는 AI 기반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관세전쟁을 펼치면서 오히려 미국 경기가 입는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당분간 예정된 관세정책 실행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변동성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미국 증시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급격히 늘어 외부 충격에 약하고, 트럼프 트레이딩(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 청산도 이뤄지는 중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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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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