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는 둘째 날이었다. 특히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공연이 압권이었다. 4명의 멤버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과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이들의 공연은 퍼포먼스의 수준이나 관객 반응 모두에서 펜타포트의 절정이라 할 만한 순간을 선사했다. 특히 여성 보컬리스트 퍼기가 마이크를 든 채로 연속해서 한 손 텀블링을 하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충격에 빠져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등장한 플라시보(Placebo)도 좋았다. 이들은 평소 차갑고 건조한 무대 매너로 유명하지만 그날만큼은 180도 다른 격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리더인 브라이언 몰코는 만족감과 경외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 번의 앙코르를 끝낸 뒤에도 한동안 넋을 잃고 객석을 바라보는 무아지경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장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시기적으로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 여름에 열릴 수밖에 없다면 장소 변경을 포함해 비가 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또 좀더 다양하고 비중 있는 참가 라인업의 확보 역시 페스티벌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은 불문가지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주간동아 548호 (p7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