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국에서 파견되지 않고 접수국에 거주하는 본국인이나 해당 국가의 국민 중에서 위촉 선임된 영사를 일컫는 ‘명예영사(honorary consul)’. 현재 부산에는 총 28개의 명예(총)영사관이 운영되고 있다. 한 유럽 국가의 명예영사관 관계자는 “외교적 문제들이 공식외교 채널보다 민간외교 채널을 통해 더 효율적이면서도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예영사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예영사는 ‘직무영사(career consul)’와는 달리 영사직을 전임(專任)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부산 명예영사단’[단장·왕상은·주(駐)부산 영국 명예영사] 역시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부산이 해양도시인 만큼 해운·선박 관련 업종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부산 명예영사단 탐방, 그 첫 번째로 주부산 포르투갈 명예영사관을 찾았다. (편집자)
“상대국 간의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 명예영사직에 큰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포르투갈과 한국, 그리고 부산 간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르투갈 명예영사관은 해운선박업체들이 즐비한 부산 중앙동에 자리해 있다. 이는 강 명예영사 자신이 해운·선박관리 회사인 코스모스쉽핑㈜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명예영사관이 개설된 것은 1997년 4월. 그는 명예영사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포르투갈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포르투갈로부터 ‘1등 훈장’ 받아
“당시 포르투갈 정부가 많은 사람들을 물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편의치적선(FOC·선박에 붙는 세금과 기타 편의를 제공하는 국가에 선적을 등록하고 있는 선박) 분야에서 저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저에게 구애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웃음)
현재 캄보디아 국제선박등록청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다양한 이력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중 민간외교 역할은 1990년대 초 온두라스 명예영사를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온두라스 명예영사를 몇 년 하던 중에 자국선급협회 회장으로 임명되면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자국법에 의해 선급협회장은 명예영사를 겸임할 수 없기 때문에 사임할 수밖에 없었죠. 선급협회장을 마친 후 몇몇 국가에서 명예영사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고 외교통상부 중재로 1997년
4월부터 포르투갈 명예영사를 맡게 됐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을 비롯해 파나마와 벨리스 등
3개국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부산지역 민간외교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 말해주는 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도 차관급으로서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2월6일 “내일도 캄보디아 출장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한 그는 “30년 가까이 선박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보니 편의치적선 제도에 대한 노하우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인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지난해 9월에는 캄보디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훈장인 1등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포르투갈의 날’ 기념식에서 ‘친선공로 1등 훈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한 강 명예영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제게 가장 큰 선물이자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 편의치적선 제도를 더욱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편 강 명예영사는 포르투갈로부터 명예영사로서의 공로와 편의치적선 제도에 대한 노하우 전수, 체계수립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최대 국경일인 ‘포르투갈의 날’ 기념식에서 ‘친선공로 1등 훈장’을 받았다.
국내 최초의 ‘부부 명예영사’로 알려진 강 명예영사와 그의 아내 구정숙 캄보디아 명예영사(㈜글로벌마린뷰류 대표이사)는 국내 기업의 캄보디아 진출을 위한 자문창구 구실 또한 톡톡히 해내고 있다. 2년 전 제3금융권(부산 소재)의 캄보디아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진출에 크게 기여한 강 명예영사 내외는 부산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데 적잖은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토목과(65년 졸) 출신인 강 명예영사의 ‘해양 사랑’은 남다르다. 항만물류 산업과 수산업 등 해양산업 발전과 해양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사)해양산업발전협의회(MITO·이하 해양협) 출범식 자리에서 흔쾌히 1억원을 기탁한 것이 비근한 예. 당시 출범식에 참석했던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 모습을 보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경훈 부산시 정무부시장 또한 “시도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해양협 활성화에 추진 동력이 되고자 발족된 ‘해양 CEO클럽’(회장·김종렬 부산일보 사장)에서도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지역 차원에 머물러온 관련 협회를 발전시켜 범국가적 차원에서 해양협이 출범한 만큼 관련업계 종사자로서 밀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척박한 한국의 기부문화에서 조금이나마 귀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죠.”
실제로 그의 자발적인 기탁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정부와 학계, 언론에서 해양산업 발전의 새 동력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월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해양부국 신년인사회’는 정부 부처와 대학 연구소, 유관기관, 기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양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강 명예영사 역시 이날 신년회에 참석했는데, 같은 대학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거쳐 국회 사무총장에 오른 김태랑 총장의 건배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가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60, 70년대 해양수산 분야가 경제 발전을 주도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한 김 총장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바다를 생각하는 해양협이 설립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군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도 이 자리에서 “앞으로 해양레포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앞으로 해양협이 중심이 돼 학계 연구를 주도함과 동시에 언론의 관심도 꾸준히 이끌어내야 합니다. 정부의 해양산업 지원이나 해양자원 개발 정책 수립과정에서도 해양협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향후 100년을 내다볼 때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바로 해양수산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해양협이 해야 할 역할은 무척이나 큽니다.”
그는 “부산은 한국해양대(총장·김순갑)와 부경대 등 인재양성소, 각종 연구시설, 관련 기관 등이 모여 있어 해양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고 입지”임을 강조했다.
“정부, 기업, 학계, 언론이 힘을 모아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에 부산이 앞장서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