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이 만들어내는 담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일찌감치 홈페이지(또는 블로그)를 개설해 유권자에게 구애하고 있는데, 말과 글로 이뤄지는 이곳에서의 담론은 제삼자(언론 등)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보자가 구축하려는 이미지와 정책을 왜곡 없이 파악할 수 있는 텍스트다.
바야흐로 이미지 정치의 시대다. 유권자들은 정책보다 정치인의 외모나 발언 방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담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담론의 내용보다 전달 방식, 표현 양식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후보자가 담론에서 어떻게 말하는지를 살펴보면 그가 구축하려는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인터넷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에 가장 먼저 나섰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 전 대표의 말과 글은 대부분 가까운 지인에게 보내는 다감한 편지체 형식을 띤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특성과 잘 부합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많은 분들이 어젯밤 지진으로 인해 걱정과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보내셨을 것입니다” “이번 독감은 잘 낫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시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 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이런 안부의 말과 글로 채워진 편지는 때로는 어머니 같고, 때로는 누나 같은 느낌으로 국민과의 친밀감을 높여나가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담론은 독백 형식으로 전개된다. 민심대장정과 관련한 독백 몇 토막을 들어보자. “길 위에서 만난 대한민국은 출발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 “오늘 고생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절망하고 있다” 독백은 글쓴이의 고뇌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서민의 삶 속에서 턱수염을 기른 채 노동하는 사진들은 손 후보의 ‘고뇌하는’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편지체 … 독백 … 연설문 … 네티즌과 소통 지상과제
손 전 지사는 독백을 통해 기득권을 즐기는 정치인이 아니라, 서민의 처지에서 현실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이미지는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결부되기 때문에 주류 후보로 발돋움해야 할 그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과 글은 강연문 혹은 연설문처럼 딱딱하다. “경제라는 것은 이론만 가지고는 되는 것이 아닙니다. 1%의 가능성이더라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그 1%의 가능성을 성공으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할 때 어떤 1%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러한 형식의 말은 인간적인 교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유년 및 청년 시절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부드러운 삽화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삶을 고난과 역경을 용기와 희망으로 이겨낸 드라마로 그려내면서 유권자들에게 인간적으로 가깝게 다가서기를 시도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읽히게 마련이다. 그는 강연 때도 어린 시절 일화를 소개하면서 CEO형 리더십을 강조한다.
담론의 형식이 대선주자들이 구축하려는 이미지를 말한다면, 담론에 담긴 내용은 후보가 무엇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는지 알려준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후보가 ‘무엇을 말했나’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에 대해 침묵했나’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은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진다. ‘내륙운하 정책 탐사’ ‘산업비전 정책탐사’ ‘유럽 정책 탐사’ 등과 같은 것이 말과 글의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총 16편의 글 중에서 절반 이상이 경제 분야인데, 여기서 경제에 강한 대통령 후보로의 이미지 메이킹에 이 전 시장이 주력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즐겨 쓰는 동사는 ‘가다’ ‘오다’ ‘만들다’ ‘일하다’ ‘찾다’ 따위의 행동동사류다. 부사 또한 ‘지금’ ‘오늘’과 같이 현재를 강조하는 역동성을 지닌 단어를 많이 쓴다. 따라서 그의 담론은 경제 중심의 행동지향적 특징을 드러낸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때로 ‘어머니의 추도식 날에’ ‘법장 큰스님, 보고 싶습니다’ 등과 같이 감성적인 주제도 다룬다. 자신의 과거 일화를 통해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는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모양새다. 경제에서도 부동산 관련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정책 승부수는 물론 침묵하는 분야도 살펴야
박 전 대표의 경우는 ‘아름다운 나눔 장터’ ‘성탄절 인사’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에게’ 등 생활 속 주제를 많이 언급한다. 박 전 대표가 즐겨 쓰는 명사로는 ‘사랑’ ‘마음’ ‘감사’ ‘관심’ ‘가족’ 등이 있으며, 동사는 ‘주다’ ‘위하다’ ‘나누다’ ‘드리다’ 등으로 공유를 중시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단어들이다.
박 전 대표는 일상사 이외의 정치적인 쟁점도 다루지만 경제 분야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징적인 것은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문체와 달리 “쭛쭛이다”라는 식의 단호한 어조로 의견을 밝힌다는 점. “나쁜 대통령이다” “이 정부가 국민을 지키는 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라는 식이다.
손 전 지사의 글은 2006년 7월1일부터 10월21일까지 민심대장정 기간에 쓴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글들에서 손 전 지사는 노동, 교육, 주택, 노후복지 등 민생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들에 단상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가 무엇이건 관계없이 그의 글의 주제는 사람의 삶이다. 이 점은 박 전 대표의 글과 비슷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사랑’ ‘감사’ ‘가족’ 등 따스하고 훈훈하면서도 추상적인 인간애 중심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면, 손 전 지사는 치열한 노동현장 속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고달픈 삶을 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손 전 지사가 말하는 삶은 이 전 시장의 과거 일화에 등장하는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노력해도 제자리인 ‘보통 생활인’의 삶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은 유권자를 상대로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일요일에 쓰는 편지(2004년 12월~2006년 2월)’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김 전 의장이 유권자를 상대로 작성한 담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어려운 당내 사정 탓에 당직자나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의 경우는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는 글 이외에는 직접 글을 쓴 경우가 거의 없다. 열린우리당 유력 주자들이 유권자를 상대로 한 담론 형성 활동이 지지부진한 것은 계속 갈등하고 분열하는 당내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과거의 정치담론이 논쟁을 통한 대립적 수사학에 따라 이뤄졌다면, 현재의 정치담론은 화합의 수사학을 지향한다고 지적한다. 즉,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느냐가 담론에서 성공의 관건이다. 앞서 살펴본 후보자들의 담론은 각 후보들의 현재 상황이나 추구하는 이미지와 대체로 잘 결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담론 전달 과정은 그 자체로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은 오직 한 후보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앞으로 지속될 각 대선주자들의 담론 가운데 어느 것이 최종 승리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바야흐로 이미지 정치의 시대다. 유권자들은 정책보다 정치인의 외모나 발언 방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담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담론의 내용보다 전달 방식, 표현 양식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후보자가 담론에서 어떻게 말하는지를 살펴보면 그가 구축하려는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인터넷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에 가장 먼저 나섰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 전 대표의 말과 글은 대부분 가까운 지인에게 보내는 다감한 편지체 형식을 띤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특성과 잘 부합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많은 분들이 어젯밤 지진으로 인해 걱정과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보내셨을 것입니다” “이번 독감은 잘 낫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시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 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이런 안부의 말과 글로 채워진 편지는 때로는 어머니 같고, 때로는 누나 같은 느낌으로 국민과의 친밀감을 높여나가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담론은 독백 형식으로 전개된다. 민심대장정과 관련한 독백 몇 토막을 들어보자. “길 위에서 만난 대한민국은 출발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 “오늘 고생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절망하고 있다” 독백은 글쓴이의 고뇌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서민의 삶 속에서 턱수염을 기른 채 노동하는 사진들은 손 후보의 ‘고뇌하는’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편지체 … 독백 … 연설문 … 네티즌과 소통 지상과제
손 전 지사는 독백을 통해 기득권을 즐기는 정치인이 아니라, 서민의 처지에서 현실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이미지는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결부되기 때문에 주류 후보로 발돋움해야 할 그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과 글은 강연문 혹은 연설문처럼 딱딱하다. “경제라는 것은 이론만 가지고는 되는 것이 아닙니다. 1%의 가능성이더라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그 1%의 가능성을 성공으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할 때 어떤 1%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러한 형식의 말은 인간적인 교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유년 및 청년 시절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부드러운 삽화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삶을 고난과 역경을 용기와 희망으로 이겨낸 드라마로 그려내면서 유권자들에게 인간적으로 가깝게 다가서기를 시도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읽히게 마련이다. 그는 강연 때도 어린 시절 일화를 소개하면서 CEO형 리더십을 강조한다.
담론의 형식이 대선주자들이 구축하려는 이미지를 말한다면, 담론에 담긴 내용은 후보가 무엇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는지 알려준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후보가 ‘무엇을 말했나’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에 대해 침묵했나’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은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진다. ‘내륙운하 정책 탐사’ ‘산업비전 정책탐사’ ‘유럽 정책 탐사’ 등과 같은 것이 말과 글의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총 16편의 글 중에서 절반 이상이 경제 분야인데, 여기서 경제에 강한 대통령 후보로의 이미지 메이킹에 이 전 시장이 주력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즐겨 쓰는 동사는 ‘가다’ ‘오다’ ‘만들다’ ‘일하다’ ‘찾다’ 따위의 행동동사류다. 부사 또한 ‘지금’ ‘오늘’과 같이 현재를 강조하는 역동성을 지닌 단어를 많이 쓴다. 따라서 그의 담론은 경제 중심의 행동지향적 특징을 드러낸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때로 ‘어머니의 추도식 날에’ ‘법장 큰스님, 보고 싶습니다’ 등과 같이 감성적인 주제도 다룬다. 자신의 과거 일화를 통해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는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모양새다. 경제에서도 부동산 관련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정책 승부수는 물론 침묵하는 분야도 살펴야
박 전 대표의 경우는 ‘아름다운 나눔 장터’ ‘성탄절 인사’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에게’ 등 생활 속 주제를 많이 언급한다. 박 전 대표가 즐겨 쓰는 명사로는 ‘사랑’ ‘마음’ ‘감사’ ‘관심’ ‘가족’ 등이 있으며, 동사는 ‘주다’ ‘위하다’ ‘나누다’ ‘드리다’ 등으로 공유를 중시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단어들이다.
박 전 대표는 일상사 이외의 정치적인 쟁점도 다루지만 경제 분야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징적인 것은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문체와 달리 “쭛쭛이다”라는 식의 단호한 어조로 의견을 밝힌다는 점. “나쁜 대통령이다” “이 정부가 국민을 지키는 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라는 식이다.
손 전 지사의 글은 2006년 7월1일부터 10월21일까지 민심대장정 기간에 쓴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글들에서 손 전 지사는 노동, 교육, 주택, 노후복지 등 민생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들에 단상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가 무엇이건 관계없이 그의 글의 주제는 사람의 삶이다. 이 점은 박 전 대표의 글과 비슷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사랑’ ‘감사’ ‘가족’ 등 따스하고 훈훈하면서도 추상적인 인간애 중심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면, 손 전 지사는 치열한 노동현장 속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고달픈 삶을 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손 전 지사가 말하는 삶은 이 전 시장의 과거 일화에 등장하는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노력해도 제자리인 ‘보통 생활인’의 삶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은 유권자를 상대로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일요일에 쓰는 편지(2004년 12월~2006년 2월)’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김 전 의장이 유권자를 상대로 작성한 담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어려운 당내 사정 탓에 당직자나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의 경우는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는 글 이외에는 직접 글을 쓴 경우가 거의 없다. 열린우리당 유력 주자들이 유권자를 상대로 한 담론 형성 활동이 지지부진한 것은 계속 갈등하고 분열하는 당내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과거의 정치담론이 논쟁을 통한 대립적 수사학에 따라 이뤄졌다면, 현재의 정치담론은 화합의 수사학을 지향한다고 지적한다. 즉,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느냐가 담론에서 성공의 관건이다. 앞서 살펴본 후보자들의 담론은 각 후보들의 현재 상황이나 추구하는 이미지와 대체로 잘 결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담론 전달 과정은 그 자체로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은 오직 한 후보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앞으로 지속될 각 대선주자들의 담론 가운데 어느 것이 최종 승리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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