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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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T 맞아떨어진 반기문 서적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7-02-16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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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T 맞아떨어진 반기문 서적
    출판계 마케팅 분야에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3T라는 것이 있다. Timing(시점), Target(독자), Title(제목)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면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세 요소를 활용해 책을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지난 연말,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이 있다. ‘조용한 열정 반기문’(이하원·안용균 지음, 기파랑)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신웅진 지음, 명진출판)가 그것이다. 두 권 모두 2007년 1월2일부터 유엔 사무총장으로 집무를 시작한 반기문 총장에 관한 일종의 평전이다. 두 권 모두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반 총장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까지를 취재하고, 그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는 기획 아래 출간됐다. 본문 마지막에 ‘반기문 제8대 UN 사무총장의 수락 연설요지’나 ‘반기문 차기 UN 사무총장 출국 전 국회 연설문’을 덧붙인 것까지 똑같다.

    하지만 출간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책의 판매는 큰 차이를 보인다. ‘바보처럼 공부하고…’가 현재까지 14만 부 가까이 판매된 것에 비해 ‘조용한 열정…’은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한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는 여러 조건과 이유가 있지만 앞서 살핀 3T 조건으로 설명해보면 두 권의 책은 독자, 즉 타깃이 다르다.

    ‘조용한 열정…’이 반 총장의 ‘따뜻한 카리스마’를 강조하며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바보처럼 공부하고…’는 ‘공부하는 놈을 믿고 마음을 줘라’ ‘꿈도 물을 줘야 자란다’ 같은 장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청소년 독자를 타깃으로 삼아 ‘꿈과 희망’을 주는 반 총장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두 권 모두 충주의 모범학생이었던 어린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바보처럼 공부하고…’는 어린 시절에 좀더 방점을 두고 있다. 어린 반기문이 어떻게 영어에 미쳤는지, 충주 비료공장에 파견 온 미국인 기술자나 선교 활동하러 온 신부들을 쫓아다니며 귀찮아할 만큼 영어로 말을 걸고 질문했던 일화를 여럿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부란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온통 마음을 줘버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 적십자사가 해마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을 미국으로 초대해 한 달 동안 연수하는 비스타(VISTA) 프로그램에 반 총장이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통해서는 ‘열정은 행운의 여신도 웃게 만든다’는 교훈을 전한다.



    실제로 교보문고에서는 ‘바보처럼 공부하고…’의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자녀를 둔 40대 독자라는 통계가 나왔다. 유독 성공신화와 신분상승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 독자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이래서 출판마케팅이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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