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1962년에 쓰인 ‘열린 예술작품(Opera Aperta)’이라는 책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예술에 대한 담론에서)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두 개의 영역이 있다. 하나는 소통에 대한 것으로, 그것은 인간의 행위들과-주체, 이야기, 복선 등이 의미를 띠는-‘구체적(concrete)’ 관계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예술로 하여금 절대적으로 ‘형식적인(formal)’ 유형의 발화 내용을 기술적 구조의 수준에서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다소 어려운 이 문장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제임스 조이스를 비교하면서 나온 것이다. 브레히트가 교육적이고 혁명적인 예술을 위해 소통을 강조한 반면, 조이스는 즉각적인 소통을 달성하지는 못하지만 내적 일관성을 지닌 독자적 양식(style)을 추구했다.
서로 섞일 수 없고 비교될 수도 없는 이 두 위대한 예술가에 대해 논하면서 에코는 조이스의 편을 들고 있다. 그는 보르헤스도 인용한 바 있는 조이스의 저 유명한 말-“내게 정치에 대해 말하지 마시오. 나는 오직 형식(또는 문체, style)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오.”-을 이 책의 결론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예술적 언어가 즉각적으로 이해 가능한, 구체적 ‘용도’를 지닌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흔히 거론되듯 예술의 ‘쓸모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소통되지 않는 예술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예술의 ‘무용성(無用性)’과 예술적 소통의 기능에 대한 오해는 현대미술에 대한 합당한 접근을 가로막는 배타적 관념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