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 기자회견장에 자리를 함께한 타이거 우즈와 얼 우즈 부자. 얼 우즈는 2년 가까이 암 투병을 하다 5월3일 세상을 떠났다.
1997년 이후 50개가 넘는 골프 타이틀을 거머쥐는 신들린 듯한 그의 플레이는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그를 통해 골프는 매력적인 스포츠로 탈바꿈했다.
골프는 15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는데 주로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였다. 축구, 럭비, 크리켓 등도 처음엔 상류층 스포츠였지만 이 경기들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대중화를 이뤘다. 그러나 골프만은 현대까지 여전히 상류 스포츠로 남아 있었다. 이런 ‘골프=상류 스포츠’라는 인식의 벽을 깬 사람이 바로 우즈다. 어린 나이에 그린을 석권하는 그의 신출귀몰한 플레이는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고, 이것은 골프가 일부 상류층의 스포츠가 아닌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무엇보다 우즈가 특정한 ‘적’이 없이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의 복잡한 혈통 덕분이다.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 아버지와 태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즈는 이 때문에 흑인들은 물론 아시아인들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우즈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흑인의 피는 물론 인디언 후손의 피도 함께 받고 있다. 또 멀게는 백인 조상도 포함돼 있다. 즉 타이거 우즈는 백인, 아프리카 흑인, 인디언, 아시안의 피가 모두 섞여 있는 것이다. 우즈도 이런 복잡한 혈통을 빗대 스스로를 ‘카블리나시안(Cablinasian)’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백인(Caucasian), 흑인(African), 인디언(Native American), 아시안(Asian)을 뒤섞어서 만든 단어다. 우즈의 혈통이 이렇게 각 인종에 걸쳐 있다 보니 특정 인종만이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폭넓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된 것이다.
흑인 아버지와 아시아인 어머니 … 다국적 회사 모델로 각광
재미있는 점은 우즈가 비록 미국인이지만 정작 광고의 경우 정통 미국 회사보다는 다국적 회사의 모델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즈는 현재 다국적 회사인 나이키의 간판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일본 회사인 아사히와 스위스의 롤렉스시계 광고모델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고른 인기에 힘입어 그의 수입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우즈가 40세가 될 때까지 각종 우승상금과 스폰서십, 광고모델 등으로 약 10억 달러(약 1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아프리카 잠비아 1년 총생산량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빠르게 글로벌화돼 가고 있는 시대 변화와 함께 ‘글로벌 시티즌’ 타이거 우즈의 주가도 갈수록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