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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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경제학 박사

    입력2007-01-15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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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새해에는 우리 경제가 잘됐으면 좋겠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그래야 이 사회가 더 훈훈해질 것이다. 그러자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해야 할 일 중 으뜸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일이다. 가난했던 우리 국민이 이 정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개방이 한몫했다. 철저히 문을 닫아걸었던 나라가 1960년대부터 문을 열었고, 이는 우리 앞에 놓인 큰 시장으로 도약하는 밑바탕이 됐다. 물론 그 시절의 개방은 지금 수준에서는 별것 아니었지만, 당시로선 지금의 FTA보다 훨씬 혁명적인 조치였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더 큰 시장이 필요하고, 미국과의 FTA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법을 엄히 세우는 것이다. 모든 법은 다 엄하게 집행돼야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매기라면 기초질서 관련 법이 최우선이다. 특히 폭력을 엄단해야 한다. 폭력 시위, 허용 범위를 넘어선 파업, 파출소 난동 행위 등은 감히 꿈도 못 꿀 정도로 공권력의 권위가 회복돼야 한다. 법의 지배가 관철된 사회에서는 설령 경제정책이 미비하더라도 경제가 살아난다.

    규제를 거두는 일도 중요하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수도권 규제 등이 폐지후보 1순위이며, 이 밖에도 없애야 할 규제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규제할 이유도, 지원할 이유도 없다. 열심히 돈 벌려고 노력하는 그들을 그저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많다. 정말로 피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이는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국민이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경제발전도, 일자리 창출도, 복지도 결코 이룰 수 없다. 빼앗아서 나눠줄 경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역사는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의탁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중증 장애인처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정부가 돈을 써서 억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자리는 일자리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세금을 거둬 나눠주는 통로에 불과하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세금을 더 거두면, 그 세금을 내야 하는 곳에선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푸는 것만이 일자리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미 FTA 체결 ‘과제 1순위’ … 억지 일자리 창출 안 될 일

    기왕 거둔 세금이라면 억지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쓸 것이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쓰는 것이 옳다. 굳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생색내지 않아도 돈이 쓰이는 곳에서는 늘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 사라져버릴 일자리를 만드느니 차라리 그냥 돈을 주는 것이 낫다.

    일자리는 국민 각자가 만들고 또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투자를 장려하고 세금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다.

    수출을 늘린답시고 환율에 개입해서도 안 된다. 이는 자충수다. 환율을 억지로 올리면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좋아져 당장은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증가한 수출로 더 많은 달러가 국내에 들어올 테고, 그 결과 원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 수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요약하자면, 재산권을 분명히 하고 경제에 대한 간섭을 줄여 국민 각자에게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진부하긴 해도 이것이 올해도 여전히 유효한 경제활성화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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