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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향토색 묻어나는 ‘팔도의 떡’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향토색 묻어나는 ‘팔도의 떡’

향토색 묻어나는  ‘팔도의 떡’

질시루의 ‘고깔떡’.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떡카페 질시루 내부. 질시루의 ‘흑미영양떡’(왼쪽부터).

‘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의 김재준 교수가 이번에는 한식 요리사 이윤영씨(26)와 함께 ‘떡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배화여대 전통조리과를 졸업하고 2003 서울국제음식박람회 한식 병과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요리사 이씨의 박학하고 재미있는 떡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김재준(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윤영씨. 명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떡입니다. 떡은 잔치 때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먹을거리이기도 하지요. 떡 전문가라고 들었는데요, 오늘은 떡을 주제로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먼저 떡의 역사는 어떻게 됩니까?

이윤영(이하 이): 떡이 탄생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이지요. 청동기시대 유적인 나진 초도패총과 삼국시대의 고분군에서도 시루가 출토되고 있거든요. 학자들은 이 유물들을 보며 삼국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떡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어요. (웃으면서) 벌써 졸리시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김: (당황한 표정으로) 아, 재미있습니다.

이: 삼국사기의 유리왕 원년(24년) 부분을 보면 왕자인 유리와 탈해의 왕위 계승과 관련한 기록이 있는데요. 탈해가 유리에게 “왕위는 용렬한 사람이 감당할 바 못 된다. 듣건대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齒)가 많다고 하니 시험을 하여 결정하자”고 해, 두 사람이 떡을 깨물어본 결과 유리의 치아 수가 더 많아 왕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김: 그래요?(다소 표정이 살아난다.)

이: 옛날에는 떡이 상류층의 세시행사 때나 제사 때만 사용됐어요. 하나의 별식으로 일반에까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건 고려시대부터죠. 그러던 것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떡 사치’가 심해졌어요. 조선시대 음식 관련 조리서에 등장하는 떡의 종류가 198가지에 이르고 떡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의 가짓수만 해도 95가지나 될 정도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가 요즘 다시 많이 보급되어가는 듯하네요.

김: 떡의 종류가 다양하지요?

이: 떡의 종류는 크게 치는 떡, 지지는 떡, 찌는 떡, 삶는 떡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쳐서 만드는 ‘치는 떡’으로는 인절미, 절편, 개피떡 등이 있고, 기름에 지지거나 튀겨서 만드는 ‘지지는 떡’으로는 화전, 부꾸미, 주악이 있죠. 가장 흔히 만들어 먹는 ‘찌는 떡’으로는 백설기나 찰떡 등이 있고요, 반죽해서 삶아낸 후 고물을 묻혀 먹는 ‘삶는 떡’으로는 경단이 있습니다.

김: 떡은 주로 언제 먹지요?

이: 식사 대용으로도 먹고 주안상에 올려 술안주로 삼거나 해장떡으로도 먹지요. 해장떡은 두껍고 큼직한 떡으로 크기가 손바닥 반만해요. 충북 중원군의 강변마을에서 뱃사람들이 아침에 일하러 나가기 전 해장국과 함께 먹었다고 해요.

김: 서양사람들은 떡을 ‘rice cake’라고 부르죠. 하지만 별로 떡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 네, 스펀지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김: 먹는 것에 대해서야말로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떡을 먹어보면서 얘기할까요? 제가 즐겨 가는 떡집은 ‘질시루’ ‘동병상련’ ‘호원당’ 이렇게 세 곳인데요. 먼저 호원당의 두텁떡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 두텁단자는 임금님 탄신일에 빠짐없이 상에 올랐던, 가장 귀한 궁중 떡이라고 합니다. ‘진찬의궤’ ‘정례의궤’ ‘도문대작’ ‘규합총서’ 등에 기록돼 있죠.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하고요. 고물로는 찐 흰 팥에다 진간장, 황설탕, 백설탕, 계핏가루, 후춧가루 등을 섞은 것을 씁니다. 소로는 밤, 대추, 유자청, 잣, 볶은 팥과 꿀, 계핏가루 등을 넣지요. 다른 떡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호화롭기 그지없어요.

김: 호원당 두텁떡은 씹는 느낌도 좋고 맛이 있네요. 겉에서 속까지 3단계로 다른 질감이 느껴져서 호화롭습니다. 다음에는 질시루와 동병상련의 떡을 먹어보지요. 질시루 약식은 고소하고 쫄깃쫄깃하네요. 단맛도 적당한 것 같고요. 이 검은 색깔은 어떻게 내는 겁니까?

이: 흑설탕을 주로 쓰고 거기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지요. 동병상련 약식은 계피를 쓴 것 같네요. 약간 맛이 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김: 떡의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요?

이: 요즘 들어 새로운 감각을 강조하는 곳들이 늘고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속을 노출시킨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동병상련의 ‘삼색호두말이’도 그런 예죠. 새로운 재료를 넣어 실험적으로 만든 것으로는 전통적인 백설기를 응용해 만든 ‘버터설기’ ‘코코아설기’ ‘커피설기’ 같은 떡이 있죠.

김: 질시루의 ‘깨찰편’은 밀도가 높으면서 담백한 맛이 나네요. 동병상련의 ‘구름떡’은 옆모양이 재미있고요.

이: 민화의 구름 모양을 본떠 만든 건데요, 찹쌀에 팥고물을 뿌려가며 겹겹이 접으면 이런 모양이 나와요. 대추, 잣, 호두 등으로 다양한 색을 낼 수도 있죠.

김: 최근 5, 6년 사이에 떡집들이 많이 생겼는데, 떡이 빵에 비해 비싼 것 같지는 않나요?

이: 쌀이 밀가루보다 비싸니까요.

김: 아, 그렇군요. (명쾌한 설명에 감동하는 표정) 지역별로는 어떤 특색이 있나요?

이: 지방별로도 많이 다르거든요. 경기도는 떡 종류가 많은 데다 모양도 화려하고, 충청도는 양반과 서민의 떡이 구분돼 있었답니다. 강원도는 산과 바다가 많은 지역인 만큼 재료가 다양해 떡 종류가 많았고요, 전라도는 음식 못지않게 떡도 사치스럽고 각별하죠.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라서 쌀보다 잡곡이 흔해 그런지 메밀 조 보리 고구마를 재료로 해 만든 떡이 많아요. 다른 지방에 비해 떡 종류가 적고, 쌀을 이용한 떡은 귀하게 여겨 제사 때에만 썼대요. 평안도 떡은 다른 지방에 비해 매우 큼직하고 소담스럽고요.

김: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떡이지만 모르고 있던 사실이 많네요. 떡으로 이렇게 배를 채운 것도 처음인 거 같고요.

이: 저도 오늘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김: 무슨 그런 겸손의 말씀을…. 아무튼 고맙습니다.



주간동아 402호 (p90~91)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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