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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시민파워 파업문화 바꾼다?

모럴해저드 준공영제 개혁 칼날 앞에 서다

원가 보전·6% 적정이익 대전시에서 지원 … ‘파업 발생’으로 전략목표 상실 후유증 심각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모럴해저드 준공영제 개혁 칼날 앞에 서다

모럴해저드 준공영제 개혁 칼날 앞에 서다

파업철회 이틀째인 7월4일, 버스기사들이 모여 파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은 2005년 7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2004년 말 대전 시내버스 노사갈등이 파업 직전의 극한상황으로 전개되자 시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부랴부랴 도입을 서두른 것이 지금의 시내버스 준공영제였다. 서울시가 모델이 됐다.

버스 준공영제란, 버스운행은 민간기업이 하되 운영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방식을 말한다. 시가 버스회사에서 나오는 수입을 모두 모으고 세금도 털어 버스업체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

도입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버스업체들이 적자 노선을 무차별적으로 감차, 폐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업체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사들에게는 월급을 보장해주니 안전하게 노선 운영을 할 수 있다. 난폭운전이 근절되고 서비스도 좋아지며 ‘당연히’ 파업 같은 노사갈등은 없어야 한다.

도입 3년,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서울 대전 등 비교적 초창기에 이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확실히 시내버스의 서비스가 개선되고 운영이 안정됐다. 무엇보다 ‘무료환승’ 혜택이 제도 정착에 결정적인 ‘당근’이 됐다. 지하철과 연계한 환승할인 효과도 컸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도입 3년 ‘무료환승’ 등 서비스 개선 효과



지난해 7월 대전녹색소비자연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시민들은 준공영제 실시 이전인 2003년 3월에 비해 버스이용 만족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스요금(11.5%→33.6%), 운행간격(9.8%→36.6%) 등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버스기사나 노조 처지에서도 준공영제 도입은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우선 비정규직이 현저히 줄었다. 제도 시행 전 30%를 넘던 비정규직 비율은 제도 시행 2년 만에 10% 이하로 뚝 떨어졌다. 기사들의 정년도 보장되고 있으며(58세) 임금체불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었다. 우선 업체에 지원되는 손실분과 적정이윤이 매년 증가하며 시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하기 전 시내버스 업계에 지원되던 지원금은 불과 40억~5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준공영제 이후인 2006년 25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의 경우 2200억원이 넘는 돈이 버스업계에 지원됐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모럴해저드 준공영제 개혁 칼날 앞에 서다

대전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버스업체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원가보전은 물론 6% 적정이윤까지 지자체가 지원하는 구조로 준공영제가 시행되다 보니 버스업체들은 굳이 원가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다. 대전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7월 준공영제가 실시된 직후와 1년 후(2006년 10월 말 기준)를 비교했을 때 버스업체들의 각종 원가는 항목별로 적게는 3~4%, 많게는 1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관리비(10.8%), 인건비(10.4%), 정비비(8.1%)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게다가 지자체들은 버스업계에 대한 감시 감독 권한도 없다. 원가와 적정이윤 보장도 사후산정 방식이라 “얼마를 썼으니 돌려달라”고 버스업체가 떼를 쓰면 군소리 없이 돈을 내줘야 하는 게 지자체의 실정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선 대전시도 인정한다.

“시가 모든 손실을 보존해주고 적정이윤까지 보장하는데 원가절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경쟁이 없는 독점적 운영체제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제를 도입하는 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대전은 차 포 떼고 제도만 도입한 기형적인 구조

좀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대전시가 운영 중인 준공영제의 틀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 특히 많은 지역 시민단체들은 “시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서울에서 시행한 버스개혁 내용 중 중요한 것들은 모두 빼고 버스 공영제만을 도입 시행하면서 기형적인 구조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서울은 중앙차로, 승강장 고급화, 공동 차고지 도입을 포함한 운영시스템과 지선 간선 등으로 버스노선을 개혁하는 등 구조개선을 동시에 단행해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그런데 대전은 오로지 준공영제만 도입했다. 4억원의 예산을 들인 외부 용역 결과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지만 모두 무시됐다. 한마디로 서울의 제도를 가져다가 차 떼고 포 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임금협상 주체가 불분명해진 것도 버스 준공영제가 낳은 문제로 꼽힌다. 실제 이번 대전 버스파업 과정에서 대전시와 노조 사이에 갈등의 골이 심화된 데는 임금협상의 주체가 모호했던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서류상으로 보면 임금협상의 주체는 노조와 사업자다. 지자체는 임금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회사 운영과 관련된 예산 편성·집행권을 모두 시에 반납한 채 적정이윤만 지급받는 사업자들이 노조와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는 애초애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석만 대전버스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작은 결정 하나까지 시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협상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사측은 협상장에서 ‘시와 협의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계속했다. 그러나 시측은 협상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노조를 자극했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과연 시민들의 편익이 모든 면에서 개선됐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운영 중인 버스 대수는 준공영제 도입 이후 현저히 줄었다. 시민의 발이 묶인 대신 콩나물 버스는 그만큼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2004년 7월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후 폐지된 노선이 무려 50개가 넘었고(같은 기간 13개 신설), 버스 대수도 400대 이상 줄었다. 대전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조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 실시 이후 대전에서는 2005년 7월 총 94개이던 버스 노선이 2007년에는 92개로 2개 줄었고, 상용 대수는 930대에서 722대로 200대가 넘게 줄었다. 반면 운행하지 않는 예비 대수는 35대에서 243대로 7배가량 증가했다(휴일 기준).

이에 대해 대전시 측은 “지하철 개통(2006년 3월) 등으로 버스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운행 대수가 줄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버스 이용객 수는 11.7% 이상 증가(2006년 6월 기준)한 것으로 나타나 시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버스 파업으로 대전의 버스 준공영제는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히 준공영제의 조기 도입 배경이 ‘파업 방지’였음을 감안하면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책임진 시청 대중교통과의 관계자조차 “11일간의 파업으로 가장 중요한 (준공영제 도입의) 전략적 목표가 사라졌다. 제도는 실패했다. 당연히 폐기하거나 크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고(Go)’할 것인가, ‘스톱(Stop)’할 것인가.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 자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주간동아 594호 (p28~29)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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