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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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성 원전 1, 2호기 지진 불감증

내진설계 기준 30년 전 것 그대로 … 전문가들 “설계기준 높여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6-20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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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월성 원전 1, 2호기 지진 불감증

    기초에 철근을 빽빽하게 넣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습. 경북 경주 신월성 원전 1, 2호기가 들어설 대지 전경(아래).

    최근 건설허가가 나 착공에 들어간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 2호기의 내진(耐震)설계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원전터 인근의 활성단층에 대한 잠재지진 규모가 낮게 평가됐고, 내진설계 시 반영하도록 법규에 정해진 역사지진(과거에 기록된 지진) 항목도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합병원 등 다른 주요 시설물이나 변전소, 수출용 표준형 원자로 등의 내진설계는 크게 강화되고 있지만, 국내용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30년 전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모순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자력발전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지진이다. 원자력 관련 법규는 이를 고려해 계기지진(1900년 후반부터 관측된 지진), 기록된 역사지진, 지질학적 특성(지진을 유발하는 활성단층의 최대 잠재지진) 등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공사비가 4조7172억원에 이르는 이번 국책사업이 과연 이 같은 요소를 충실히 반영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내용은 ‘주간동아’가 환경운동연합의 도움을 받아 취재하면서 밝혀졌다.

    활성단층 잠재지진 규모 왜 축소됐나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는 5월31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신월성 원전 1, 2호기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관련 기술을 만족시켜 건설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과기부 문병룡 원자력안전심의관은 “법적 심사기간은 15개월이지만 허가 결정과정이 5년5개월이나 걸린 것은 원전터 인근에서 활성단층인 읍천단층이 발견돼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대한 추가 지질분석과 심층 검토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구체적인 관련 규정이 없어 미국 규정을 따른 ‘과기부 고시 제2000-8호’는 원전터에서 32km 내에 활성단층이 존재할 경우 그 길이가 1.6km 이상이면 설계지진의 고려 대상으로 한다. 읍천단층은 원전터에서 1.7~3km 떨어져 있으며, 길이가 확인된 것만 1.5km다.



    따라서 읍천단층은 설계지진의 대상이 아니지만, 과기부는 최대한 위험성을 고려한다는 보수적 관점에서 읍천단층으로 인한 최대 잠재지진 규모를 6.0, 이에 따른 최대 지반가속도를 0.183g(g는 gravity, 중력의 약자)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전의 내진 설계기준을 정할 때 반영하는 최대 지반가속도는 0.2g. 따라서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Tips

    설계지진

    내진 설계기준을 정할 때 반영하는 지진을 뜻하며, 지반가속도라는 구체적인 값으로 변환해 반영한다.

    최대 지반가속도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1g의 지반가속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진이 나면 옆으로 힘을 받게 되는데, 그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지반가속도다. 예컨대 0.2g의 지반가속도가 옆으로 작용하면 아래로 받는 무게의 20%의 충격을 옆으로 받게 돼 구조물이 흔들리고 부서지게 된다. 원전에서 0.2g라는 것은 전체 원전시설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 즉 배관·패널·계기판 등 시설이 최소한 이 수치 이상 돼야 한다는 뜻이다. 격납고 같은 경우 0.7g로 튼튼하게 설계될 수도 있다.


    또 과기부는 읍천단층에서 1.7km 떨어진 기존의 월성 4호기도 최대 잠재지진 규모(6.0)에 비춰 원전터 내 최대 지반가속도가 0.193g로 설계기준 값(2.0g)에 못 미치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설계기준 값에 맞추기 위해 활성단층의 영향을 낮게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책임연구원은 “단층 길이나 변위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읍천단층처럼 지표에 단층선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최대 잠재지진은 규모 6 이상이며 보편적으로 7 정도로 파악한다. 이번 신월성 1, 2호기 건설허가 과정에서 이를 규모 6으로 평가한 것은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지반가속도의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만큼 저평가된 것 같다. 규모 6의 지진이 지하 10km에서 일어나도 지상에서의 최대 지반가속도가 0.3g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표에 노출된 활성단층이 규모가 6.5이고, 진앙지 깊이가 5km가 되면 최대가속도는 0.5~0.6g까지 상승한다”고 말했다.

    신월성 원전 1, 2호기 지진 불감증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왼쪽 사진 맨 왼쪽)이 5월31일 제33차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안전 우려로 지연돼온 신월성 원전 1, 2호기 건설을 허가했다.<br> 신월성 원전 1, 2호기 인근에서 발견된 활성단층인 읍천단층.

    2006년 1월20일 일어난 오대산 지진은 규모가 4.8이었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측정방식인 감쇠식을 사용할 경우 지반가속도가 0.055g로 나온다. 그러나 이번 디지털 가속도지진계의 관측에 따르면 20km 떨어진 곳에서 0.186g가 기록됐다. 따라서 규모 6.0의 지진을 가상한 읍천단층의 지반가속도를 규모 4.8의 수치보다 낮은 0.183g로 잡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책임연구원(과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조부지분과위원)도 “지질학적으로도 따져봐야겠지만, 오대산 지진과 비교했을 때 읍천단층의 지반가속도가 낮게 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원전의 기술적 부분을 지원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최강룡 구조부지실장은 “지진 설계는 지반가속도 값만 중요한 게 아니다. 여러 요소를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대산에서 측정된 수치는 한 가지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조부지분과위에서는 단층의 길이에 대한 논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지질학과 이희권 교수(구조부지분과위원)는 “읍천단층의 길이에 대해서는 21명의 전문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1.5km보다 훨씬 길다는 이도 있었고, 그보다 짧다고 보는 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읍천단층의 길이는 1.5km보다 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ips

    감쇠식지진이 발생해 지반진동이 전파돼갈 때 거리에 따라 줄어드는 정도를 나타낸 식. 땅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 수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큰 지진이 발생해 진앙지에서의 최대 지반진동과 거리별로 관측된 지반가속도 값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디지털관측소가 본격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며, 오대산 지진 때 지반가속도 값이 처음 전국적으로 관측됐다. 즉 이전에는 외국의 관측된 자료에 따른 식을 주로 사용했는데, 오대산 지진의 관측값이 그동안 사용해온 최대 지반가속도 예상치나 감쇠식을 넘어 지진공학회에서는 내진설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월성 원전 1, 2호기 지진 불감증
    기록된 역사지진, 과연 믿을 수 없나

    내진설계 시 반영해야 하는 역사지진은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historically recorded aspects)을 말한다. 과거 한반도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어 이를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

    ‘삼국사기’는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10여 회 이상 일어났다고 적고 있다. 1643년(조선 인조 21년)에는 경상도에 큰 지진이 발생해 울산 해안에 모래샘 등이 만들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도 8(자원연구소), 9(건설교통부), 10(이기화) 등 다른 견해를 내놓았지만 대부분 진도 8 이상으로 본다. 이를 지진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최소 6.5 이상이며,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국립방재연구소는 규모 7로 평가한다. 서로 다른 평가 중 어느 것을 취해도 내진설계 기준인 0.2g를 훨씬 넘게 된다.

    지헌철 책임연구원은 “비록 역사지진이 평가 방식에 따라 크기에 차이가 나고 정확한 발생 위치도 알 수 없지만, 지진이 발생한 사실 자체는 확실하기 때문에 지진평가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 고려돼야 한다. 1905년 이후 지진관측 자료에 의한 계기지진 기록에만 한정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큰 규모의 지진은 긴 발생주기를 갖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더 큰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90년 말경 KINS나 다른 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역사지진을 재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무슨 까닭인지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2005년 신고리 1, 2호기 건설을 허가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구조부지분과에서‘역사지진, 지진지체구조구 등 설계지진 평가 시 내재된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번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웅권 구조기술실장은 “기록에 남아 있는 역사지진은 정확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꼭 반영해야 할 때는 빈도 등을 감안해 확률론적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 특히 지진으로 인한 피해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진설계 기준을 높이는 추세에 따라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 소방방재청은 기존 내진설계 기준을 더 높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원전 내진 설계기준이 병원보다 낮아

    건교부는 대형병원 같은 다중이용 시설이나 댐 등 주요 시설물은 특등급 시설물로 분류하고, 특등급 시설물의 내진설계 기준을 2006년 1월 최대 지반가속도를 0.22g로 상향 조정했다. 일반 변전소 건물은 건축법에 따라 0.165g를 적용하고, 여기에 지역적 특성을 가미하지만 새로 건설된 대형 765kV 변전소의 경우 내진설계 기준을 0.3g로 올렸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수출용 스마트(SMART) 원자로는 0.3g로 설계하고 있다.

    2006년 1월 행자부는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 사업의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진재해대책법을 발의했고, 현재 이 법안은 국회 행자위에 상정돼 있다. 정부가 이 법안을 제정하게 된 배경은 비교적 안전한 유라시아판에 자리잡고 있다고 여긴 우리나라에서 최근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관측한 것은 1905년부터지만 체계적인 지진관측을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 이후 2006년까지 728회, 연평균 24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중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진(규모 5.0)도 모두 5회(남한 지역 3회)가 발생했다.

    그러나 원전 설계기준은 30여 년 동안 0.2g에 머물러 있다. 이는 1978년고리원전을 지을 때 시공사인 미국의 웨스틴하우스 사가 자국의 동부지역 설계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한 게 그 뒤 월성원전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굳어진 것이다.

    이희일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은 활성단층이 원전터와 가깝다는 것 때문에 불안해한다. 이것은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기준치에 적합하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물을 끓여 먹는 것과 같은 심리다. 과거에 원전을 지을 때는 따로 규정이 없어 미국 동부 기준인 0.2g를 따랐다면, 이전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변수인 활성단층이 나타났으므로 내진 설계기준을 0.25g나 0.3g로 올려 짓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내진설계 기술과 건설기술이 발달해 기준을 올리는 데 따른 추가 경비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20, 30년 전에는 기준을 올리는 데 원전건설비의 30%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설계나 시공기술이 발달해 2% 정도의 추가 부담으로 가능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수원 이웅권 실장은 “0.2g에서 0.3g로 기준을 올리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설계기준을 높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뭘까. 해외출장 때문에 이번 심사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이희일 책임연구원은 한수원, KINS, 과기원 관계자들과 얘기해본 결과 기준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은 기존 원전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 원전은 내진설계 기준이 0.2g로 돼 있는데 이것을 올리면 일반인들이 기존 원전이 문제가 있어 올린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실제 시설을 보강하려면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해야 하고 일이 복잡해진다.”

    경북 월성지역은 한반도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연약한 지대이며, 역사적으로 지진 발생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활성단층이 지나가는 곳이다. 이곳에는 기존의 월성 1, 2, 3, 4호기가 가동 중이며 향후 신월성 1, 2, 3, 4호기뿐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도 들어서게 된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이상훈 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시설물의 지진안전성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내진설계 기준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지진 발생 현황
    기간 1978~1985년 1986~1990년 1991~1995년 1996~2000년 2001~2006년
    발생건수

    (총횟수)

    137 63 111 158 259
    발생건수

    (연평균)
    17 13 22 32 43


    반론

    주간동아 591호 ‘신월성 원전 1, 2호기 내진설계 문제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웅권 실장은 “비용문제 때문이 아니라 현재 설계기준값(0.2g)이 안전하기 때문에 더 높이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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