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2006.08.29

몽골 골프장 사장은 모두 한국인

  • 입력2006-08-28 09: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몽골 골프장 사장은 모두 한국인

    칭기즈칸 CC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울란바토르 공항 세관 검사대.어깨에 달랑 맨 색 밖으로 삐죽이 나온 것이 궁금했는지 세관원이 나를 붙잡는다. 후줄근한 유니폼 차림의 그는 그걸 뽑아보라는 시늉을 한다.

    비닐천에 싸인 길다란 것을 잡고 지퍼를 열자, 그 세관원이 생전 처음 보는 것일 괴상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가느다란 쇠막대기 한쪽 끝은 고무 손잡이, 반대쪽 끝은 납작한 쇳덩이가 삐딱하니 붙어 있것다? 그는 동료 세관원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이것이 무엇이냐?” “골프클럽이다. 피칭웨지.” 클럽을 들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린 뒤 내게 돌려주고도 두 세관원은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고비사막에서 며칠 머물 때 할 일이 없을 때마다 혼자서 골프공 3개를 날리며 10리나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1995년의 일이다. 당시 몽골에는 골프장이 없었다. 파란 초원에 구멍만 18개 파면 골프장이 될 텐데 말이다. 어느 날 오이도프가 권영순 우리나라 초대 주몽골 대사를 찾아왔다. 오이도프는 몬트리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의 숙적으로 세계 레슬링계를 주름잡던 몽골의 영웅이다. 오이도프 왈 “대사님, 제가 이번에 정부로부터 골프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합작선을 소개해주십시오.” 권 대사가 물었다. “오이도프 씨 핸디캡이 몇이지요?” “핸디캡이 뭡니까?” 권 대사는 오이도프에게 골프에 대해서 알고 난 뒤 사업을 시작해야 실패하지 않을 거라며 타일러 보냈는데, 그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대초원의 나라 몽골에 골프코스가 없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개의 코스가 개장했다. 2003년 4월30일 개장한 U.B(Ulan Bator) 컨트리클럽은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전장 2450m의 9홀이다. 방갈로가 5동 있어 이곳에서 숙식을 할 수 있다.

    골프 불모지에 2003년 개장 … 클럽하우스 식단은 갈비탕

    2005년 5월10일 개장한 또 하나의 코스 칭기즈칸 CC는 울란바토르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지만 전장 5790m의 정규 18홀 코스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린이 인조잔디라는 것. 상태가 엉망인 자연잔디 그린보다 인조잔디 그린이 낫다는 게 그들의 변이다. 방갈로는 없다.

    캐디피를 포함한 그린피가 만만치 않다. U.B CC는 50달러, 칭기즈칸 CC는 80달러다.



    기막힌 일은 두 개의 골프코스 주인이 모두 우리 교민이라는 사실이다. U.B CC의 조상환 씨는 코스 디자인을 직접 했고, 칭기즈칸 CC의 이명확 씨는 우리나라 코스건설 전문 업체에 설계까지 맡겨 완공시켰다. 두 코스 모두 클럽하우스 식단은 갈비탕, 라면, 김밥 등으로 도배했다.

    몽골에는 자원봉사자·의사·기업인 등 우리 교민이 1000여 명 있는데, 이들이 경영하고 몽골 아가씨들로 북적대는 노래방(가라오케)이 28개로 울란바토르의 밤은 후끈 달아오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