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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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꿈에 영상미 입히다

  • 김준기 미술비평가

    입력2006-08-09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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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교육 꿈에 영상미 입히다

    소래산이 보이는 ‘산 어린이학교’ 마당.

    참교육 꿈에 영상미 입히다기록이 예술일 수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접해온 수많은 다큐멘터리들을 통해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어왔다. 박영균은 회화작업 속에 관찰과 기록을 관철시켜온 작가다.

    한 젊은이가 노래방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는 장면을 포착한 회화 ‘86학번 김대리’로 잘 알려진 화가 박영균이 묵직한 동영상 카메라를 든 것도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면에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디지털 기반의 매체를 다뤄온 그는 본격적인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그는 회화 작가와 영상 작가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디어 아트가 매체 자체의 특성만으로 예술적 해방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매체결정론적인 편견에도 도전한다.

    박영균의 이번 작업은 공동체를 실험하는 과정에 대한 충실한 리포팅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자신의 세대 정체성을 삶과 작업 속에 녹여내는 작가이자 생활인이다. 그는 두 아이를 기르는 동안 공동육아에서 시작해 대안학교 실험에까지 이르게 된다. 젊은 날 꿈꿔왔던 현실 변혁의 이데올로기가 막을 내린 뒤 삶 속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낸 것. 생활 속에 뿌리내린 생태, 평화, 환경공동체 운동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삶과 주변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자세를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국가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적 인간형을 재생산해내는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한 것은 예술적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커다란 결단이었다.

    참교육 꿈에 영상미 입히다

    ‘산 어린이학교’ 단체 사진.

    박영균은 자신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 ‘산 어린이학교’의 구성원인 26가구가 치열한 경쟁사회의 교육체계를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배경과 교육철학, 도시생활에서 꿈꾸는 교육공동체에 대한 생각 등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인터뷰, 학술 자문, 그래픽과 도표 등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의 작업은 대안학교의 더 큰 틀인 대안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대안가족의 모습은 대안사회나 대안국가의 형태를 암묵적으로 웅변한다. 영상 설치작업 ‘교육은’은 TV 공중파 방송의 교육 관련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반복하는 ‘교육’이라는 단어만 복사해 10개의 모니터에서 반복 재생한 작업이다.



    그의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의무교육을 넘어’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전국의 대안교육 공동체에 배급된다. 상황에 대해 예술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공공미술의 어법을 통해 박영균은 새로운 예술가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8월21일까지, 문화일보 갤러리, 02-3701-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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