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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골프雜說

필드에서 죽는 골퍼는 행복하다?

필드에서 죽는 골퍼는 행복하다?

필드에서 죽는 골퍼는 행복하다?

페블비치 골프코스 입구는 빙 크로스비 추모관이나 다름없다.

YS 시절에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도일규 씨의 동생 현규는 나와 대학 동창이다. 호탕한 성격에 잡기에 관한 한 전천후라서 나는 그와 자주 어울렸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동창 골프모임 때 그와 나는 언제나 한 조에서 내기 골프로 불꽃을 튀겼다.

2001년 12월4일은 동창 골프모임 날인데, 12월3일에 갑자기 형님이 전화를 해와 내일, 그러니까 4일에 아버님을 입원시키기로 했다는 것이 아닌가. 총무에게 전화해 4일 골프모임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하고 났더니 밤늦게 술에 취한 도현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 입원을 하루 늦추라느니, 입원시키는 데 형제들이 모두 가야 하느냐느니 난리가 났다. 이 전달 골프모임에서 내가 그의 지갑을 적잖이 축낸 탓에 그가 잔뜩 칼을 갈며 설욕전을 벼르고 있던 중에 내가 불참한다고 했으니 안달이 난 것이다.

이튿날, 아버님을 입원시키고 형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동창 골프모임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현규가 큰일을 냈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홀인원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가 홀인원을 했든가 언더파를 쳤다면 나는 그 화살을 용하게 피했다는 얘기다.

끌끌끌 혀를 차던 총무 왈, “도현규가 공을 치다가 쓰러져 죽었어!”

파인크리크 CC 밸리코스 6번 홀에서 그는 장렬한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빙 크로스비를 빼고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코스와 AT·T 프로암대회를 얘기할 수는 없다. 20세기 초반, 반 세기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이자 배우인 빙 크로스비는 지금도 연말이 다가오면 감미로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음반은 5억만 장 이상 팔렸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단일 음반이 3000만 장이나 발매됐다.

빙 크로스비는 밥 호프와 함께 할리우드 골프광으로 쌍벽을 이뤘다. 1950년대 중반 이후 로큰롤 열풍이 불자 빙 크로스비는 그의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자각하고 무대를 떠나 골프에 몰입한다.

빙 크로스비 생전 희망대로 골프코스에서 生 마감

그의 터전은 바로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였다. 그는 이 곳에서 골프에 빠져 살며 AT·T 프로암대회 창설의 산파가 되었다. 1946년 그는 이 프로암대회를 위해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인 1만 달러를 쾌척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대회를 빙 크로스비 프로암이라고 즐겨 부른다. 지금도 페블비치 링크스 입구엔 빙 크로스비의 부조가 앉아 있다.

그는 “골프를 치다가 그린 위에서 영원히 잠드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73세인 1977년 10월14일 스페인 여행 중 골프코스에서 퍼팅을 하다가 쓰러져 그대로 저세상으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필드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가장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골퍼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은 서울 한양CC로 알려져 있다. 자식들이 골프장에 크게 기부를 한다는 소문이다.



주간동아 548호 (p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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