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2006.08.15

현서는 경찰 총에 죽고 강두는 정신이상 증세?

대박 영화 ‘괴물’뒷얘기도 대박 대형 붕어는 미국산 베스설, 속편 제작설 등 說 說 說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8-09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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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빠는 늦잠 주무셔서 저 혼자 왔어요.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영화 ‘괴물’이 개봉한 첫 주말,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는 아침 7시부터 관객들로 붐볐다. 8시에 시작하는 ‘괴물’ 첫 회를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12세 관람가인 것을 모르고 혼자 온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았는데(부모 동반 시 초등학생 입장 가능), 입장을 막자 초등학생들은 “‘괴물’을 봐야 친구들과 말이 통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영화 ‘괴물’은 개봉 첫 주에 최다 상영관(617개) 개봉, 최단시간 100만, 200만, 300만 관객 동원, 최다 하루 관객 동원(79만2762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이미 서너 번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왕의 남자’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에 대한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흥행 신기록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관객들이 봉준호 감독과 영화사도 미처 알지 못했던 ‘괴물’의 뒷얘기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황당한 에필로그도 많지만, 매우 영화적인 상상력에서 탄생한 서사가 있는가 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해석들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은 또 영화의 특수 시각효과를 담당한 미국의 ‘오퍼니지’사로부터 직접 입수한 ‘괴물’ 이미지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영화사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의 ‘또 다른 결말’을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한순간 스쳐 지나간 대형 ‘붕어’의 비밀까지, ‘괴물’의 흥미진진 미스터리들을 분석했다.


    현서는 경찰 총에 죽고 강두는 정신이상 증세?
    1. ‘괴물’의 또 다른 결말, 현서는 살아 있다!



    ‘괴물’의 클라이맥스는 괴물과 강두(송강호 분) 가족이 맞짱을 뜨는 장면이다. 강두는 괴물의 아가리에서 딸 현서(고아성 분)와 ‘매점 서리’ 소년 세주(이동호 분)를 구해낸다. 영화사의 공식 시나리오에 의하면 현서는 괴물에 의해 희생당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가장 논란이 분분한 부분이 현서의 죽음이다. 많은 관객들이 현서가 죽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다(혹은 믿고 싶어한다). 그 증거로 제시되는 것이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현서의 사진. 또 관객들은 상업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폭탄과 쓰나미에도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봉 감독은 ‘친구’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결말처럼 우리나라에선 주인공의 죽음이 흥행코드가 된다고 말한다.

    관람객들이 제기한 또 다른 결말은 현서가 괴물이 아니라 경찰의 총격으로 죽었다는 ‘음모설’과 강두가 세주를 현서로 착각하고 있다는 ‘정신이상설’ 등이다. 제작사는 “생각지 못한 결말이다”면서도 즐겁다는 반응이다.

    2. 괴물은 어류인가, 양서류인가? 암컷인가 수컷인가?

    괴물은 포름알데히드에 의해 어류와 양서류의 유전자가 섞인 기형 생물체다. 감독에 따르면 ‘고질라’급이 아니라 ‘에일리언’급 크기로 한강에 숨어서 산다. 입을 벌리면 암컷 같고, 물 밖에 나온 모습은 남근을 연상시킨다. 한강에서 자살한 사람들을 먹고 고기 맛을 본 뒤 백주대낮에 먹이-사람-를 구하러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 씨는 물고기+쥐, 물방개형, 사람 사체 속에서 성장한 인간 변형 등 약 2000종의 생물체를 만든 뒤, 너무 못생기고 우스운 놈들을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다리가 짧은 짱뚱어형 돌연변이를 선발했다.

    현서는 경찰 총에 죽고 강두는 정신이상 증세?

    ‘괴물’ 촬영현장. 괴물이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은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하거나 무작정 달려야 했다.

    ‘버라이어티’지는 이를 ‘돌연변이 올챙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연꽃 모양의 입’이 볼 만하다고 평했다. ‘탄생 자체가 불행하고 나름대로 살아보려 애쓴 녀석’이기에 괴물에 대해 동정을 표하는 관람객들이 많은 것도 특이한 점.

    3. ‘괴물’의 영문 제목이 왜 ‘The Host’인가?

    ‘호스트(host)’는 숙주란 뜻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잠깐 등장하는 대형 ‘붕어’를 놓치지 마시라.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붕어가 괴물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일단의 누리꾼(네티즌)들이 의문을 갖고 정체를 파헤친 결과, ‘오퍼니지’사에서 괴물의 옆구리에 이 붕어가 머리를 박고 기생하는 사진을 입수했다. 즉 괴물은 숙주이고, 붕어는 괴물에 기생하는 ‘파라자이트(parasite)’인 것이다. 영화사 측도 이를 확인했다.

    감독은 ‘호스트’라는 단어가 “사회·정치적 함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이 대형 물고기가 토종을 몰살시킨 미국산 베스라고 주장한다. 괴물은 결국 파라자이트-미국, 무능력한 정부, 기성세대, 비합리적 사회 등-에게 농락당하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4. 괴물은 왜 사람을 바로 먹지 않고 납치하는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봉 감독이 동물 가운데 펠리칸 등은 먹이를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먹고 한꺼번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점에 착안했다.

    5. 괴물은 생물학적으로 발생 가능한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창배 박사는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이 직접적 원인이 돼 이런 괴물 어종이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괴물과 물고기의 ‘호스트’와 ‘파라자이트’ 관계는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수중보와 인공 시멘트 구조물로 가득한 한강에서 이런 거대한 생물체가 생존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쥬라기 공원’은 과학적 근거가 선행된 뒤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괴물’은 가족과 사회에 초점을 맞춘 영화지만, 세계 관객을 상대로 한 만큼 이론적 뒷받침이 갖춰졌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6. 한강 다리 중 ‘원효대교’가 선택된 이유는?

    ‘원효대교가 용산 미군기지와 가까워서’ ‘원효대교가 13번째 교량으로 불길한 숫자이기 때문에’ ‘원효대교에 하수도가 많아서’라는 설이 제기됐다. 감독은 “한강 헌팅을 할 때 원효 모리아 지구에서 괴물 은신처로 쓰인 하수구를 보고 꼭 영화에 넣어야겠다고 결심”해 이곳과 연결된 원효대교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또 “원효대교 아치가 브이(V) 형태로 긴장감과 색다른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7. 미군 영안실에서 ‘포름알데히드 병에 먼지가 많다’고 모두 버리게 한 것은 튀는 설정이 아닌가?

    이는 감독이 2000년 실제로 일어난 맥팔랜드 사건을 취재해 ‘재연’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맥팔랜드 씨는 한국 군무원에게 “쫛쫛, 시킨 대로 해!(Do what the fuck I tell you, are you stupid?)”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이때 475㎖ 포름알데히드 480병이 한강에 방류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계기’였을 뿐 봉 감독은 제5공화국의 ‘치적’으로 꼽히는 한강종합개발 사업이 실제로는 생태를 파괴하고 곳곳에 시멘트 동굴을 만들어놓아 그 안에서 부패한 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것이 한국 근대화의 병리를 상징한다고 본다.

    현서는 경찰 총에 죽고 강두는 정신이상 증세?

    ‘괴물’은 한국, 뉴질랜드, 미국 3국을 잇는 영상 회의로 태어났다. 장희철 크리처디렉터가 만든 괴물의 뼈대(맨 오른쪽).

    8. 강두가 병원에서 골뱅이 통조림을 먹는 롱쇼트가 나오는 이유는?

    이를 바이러스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골뱅이는 괴기스런(?) 형태 때문에 사용됐다는 게 영화사 측 설명. 강두의 무신경함, 괴물을 잡게 된다는 암시를 보여준다.

    9. 영화 속 다국적 보건기구가 살포한 ‘에이전트 옐로’는 실재하나?

    에이전트 옐로는 1960년대 미군이 베트남에 살포한 악명 높은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빗댄 것이다. 미군은 10년 동안 베트남에 4400만ℓ의 에이전트 오렌지를 비행기로 살포했는데,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음이 밝혀져 사용이 금지됐다. ‘괴물’에서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에이전트 옐로를 살포한 뒤 뒤늦게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임을 발표하는 TV 장면이 나온다. 이는 물론 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한,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이다.

    10. ‘괴물’에 바이러스는 존재하는가?

    없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 영화의 교훈.

    11. 영화 첫 장면 한강 투신 자살자가 ‘검은 물밑’에서 본 것은?

    영화사 측은 괴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괴물 때문에 자살한 것은 아니고, IMF 이후 늘어난 생계형 자살자를 상정한 것이다. 자살자가 내뱉은 “끝까지 둔해 빠진 것들”이란 말은 봉 감독에게 ‘이무기 영화를 만든다’고 비웃은 영화계 사람들에게 한 말이라는 설도 있고, 우리 사회에 ‘구조적’ 괴물이 커가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라는 설도 있다.

    12. 영화에 등장한 인상적인 두 외국인 배우는 누구인가?

    미군기지 영안실에 등장하는 배우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스코트 윌슨이고, 미국에서 파견된 의사로 나오는 배우는 ‘양들의 침묵’ 등에 나온 폴 라자다.

    13. ‘괴물2’도 나온다?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에 현서가 세주로 대치되는 것이 속편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일부 누리꾼은 심하게 오염된 채 반환된 미군기지가 ‘괴물2’의 배경으로 안성맞춤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봉 감독과 영화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지 같은 질문에 봉 감독이 “영화 저작권은 영화사가 갖는다”고 한 부분이 와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 송강호가 개런티를 받지 않고 영화투자자로 참여했다?

    영화제작비 110억원 중 40억원이 괴물 CG에 들어갔기 때문에 제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송강호는 개런티 5억원의 대부분을 영화에 투자하는 미니멈 개런티로 받았다. 그는 관객 수 500만이 넘는 시점부터 개런티를 받는다. ‘괴물’은 모델링과 특수효과를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과 할 예정이었으나 값이 비싸 모델링만 웨타워크숍에서 하고, 특수효과는 미국 ‘오퍼니지’사에 맡겼다. ‘오퍼니지’는 ILM 출신자들이 만든 팀으로, 최근 영화 ‘슈퍼맨 리턴즈’를 담당했다.

    15. ‘괴물’이 일본 영화다?

    해외영화정보 사이트에 ‘괴물’이 일본 영화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영화사의 정정 요청과 많은 누리꾼들의 융단 폭격을 받고 ‘사우스 코리아(produced in South Korea)’로 정정됐다. 영화사에 따르면 해외 영화제와 데이터베이스에 한국 영화가 일본이나 중국 영화로 소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16. 현상금 때문에 남일을 경찰에 ‘팔아넘긴’ 운동권 선배가 ‘도바리’ 치는 남일에게 주먹을 불끈 쥔 것은 ‘너 이제 죽었어!’라는 뜻인가?

    시나리오상 운동권 선배는 끝까지 비열한 캐릭터로 설정됐다. 불끈 쥔 주먹은 ‘카드 값 갚으려면, 먹고살려면 이 수밖에 없으니 너는 네 능력껏 도망가라’는 386세대의 비열한 자기 합리화를 보여준다.

    17. 엔딩 크레디트에 주연 배우 다음으로 이름이 오른 배우는?

    괴물 목소리 연기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배우 오달수.

    18. 해외 배급 일정은?

    홍콩 8월24일, 일본 9월2일, 대만 9월7일, 태국과 싱가포르 11월22일 개봉이 확정된 상태이며 연말 전에 프랑스, 미국, 영국, 멕시코에서도 개봉된다.

    19.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모두 나온 배우는?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김뢰하, 이재응, 그리고 ‘향순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박노식. 특히 변희봉은 ‘안국동 아씨’에서부터 유자광으로 등장한 ‘조선 왕조 500년’까지 그의 모든 작품을 꿰고 있는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봉 감독의 3부작에 모두 출연했다.

    20. ‘괴물’은 ‘살인의 추억’의 반복이다?

    기형 괴물-연쇄살인범, 무기력한 가족-무능력한 형사들, 농촌-한강, 현서-여학생, 에이전트 오렌지 살포-저주 인형, 말만 앞선 대졸 삼촌-잘난 척하는 서울 형사 등 ‘괴물’은 ‘살인의 추억’과 쌍둥이 구조를 갖고 있다. 80년대에 대학(연세대 사회학과)을 나온 세대답게 봉 감독은 일관되게 ‘영화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묻기 때문이다.

    그의 대중성은 사회적 발언이다. 그에게 한국의 괴물, 연쇄살인범은 무기력한 대중, 무능력한 정부가 만들어낸 부조리한 상황이다. 혁명을 외쳤던 386은 괴물에게 한 번도 타격을 가하지 못한 남일 같은 존재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 괴물은 태어나고 성장하지만 재앙이 될 때까지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막상 괴물이 재앙으로 나타나면 개인은 어떤 보호나 도움도 받지 못한다. 두 영화에서 희생양은 모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다. 개인은 비참하게 죽든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든가 둘 중 하나다. 단, 스스로 싸우고자 할 때 악에 맞서는 인간성의 ‘선의 고리’들이 연결된다.

    21.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착하게’ 그린 소규모 영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차차기작은 또 다른 블록버스터 ‘설국열차’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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