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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감사원 감사 “방만 운영 등 비효율 여전” …“‘오영교 죽이기’ 차원 표적 감사” 코트라 반발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서울 삼청동 감사원 건물과 전윤철 원장.

2002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사장 평가 1위, 2004년 기획예산처 경영혁신 우수기관 선정, 2005년 10월 기획예산처 평가 공기업 고객만족도 1위…. 국내 유일의 무역투자진흥 공기업 코트라(KOTRA)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기업 혁신의 모범 사례였다. 2001년부터 4년간 사장으로 재직했던 오영교 전 사장은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05년 초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었으며 5·31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물러날 때까지 정부 혁신을 추진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최근 감사 결과는 코트라에 대한 그간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감사원은 7월27일 “코트라 운영 실태 전반을 감사한 결과 수출 및 투자 진흥사업 추진, 국내외 무역관 설치 운영, 내부 평가 제도 운용 등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감사원은 코트라에 해외 무역관의 통폐합 및 인력 감축 방안을 마련하라고 코트라에 권고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접한 일반인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에 따라 공기업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영 혁신을 잘하다가 올해 들어 갑자기 과거로 돌아갔단 말인가, 아니면 과거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코트라가 갑자기 혁신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코트라 일부에선 감사 배경에 의문

“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서울 염곡동 코트라 건물과 오영교 전 사장.

감사원 감사대로라면 노무현 정부의 ‘혁신 전도사’로 통한 오영교 전 장관은 실제로는 내용도 없으면서 선전만 요란하게 ‘뻥튀기’ ‘홍보용’ 혁신을 한 것에 불과하다. 5대 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코트라는 그동안 정부 혁신의 상징처럼 비쳤는데, 코트라 혁신의 실제 내용이 그렇다면 다른 공공기관의 혁신은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실제로 이런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코트라는 기획예산처의 경영평가 때 자체적으로 조사해 코트라 서비스를 높게 평가하는 고객 중심으로 조사 대상 명단을 제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감사원 지적대로라면 코트라는 고객의 피부에 와 닿는 혁신보다는 점수 따는 방법만 ‘혁신’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코트라는 공식적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일반 직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간부급 직원은 “오 사장 시절 임직원 모두 열심히 일한 것이 감사원에 의해 부정당했는데, 현 경영진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코트라 관계자들은 ‘표적 감사설’을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 전 사장이 행자부 장관 재임 시절 정부 혁신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전윤철 감사원장의 주장을 공박했는데, 이 때문에 감사원의 분위기가 ‘도대체 코트라가 혁신을 얼마나 잘했는데…’ 하는 쪽으로 변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오영교 죽이기’ 차원에서 감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코트라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9개월 동안 감사를 한 것과 무관치 않다. 공기업 감사 기간으로는 이례적으로 길었기 때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감사원의 자료 요청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오 전 장관의 사장 재임 시절이 감사 대상에 포함된 점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전 원장이 고시 기수로 한참 후배인 오 전 장관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전 장관도 전화통화에서 “전 원장과 토론은 했을 수 있지만 논쟁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전 장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반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업적이 송두리째 매도당한 데 대한 ‘불만’으로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는 현 홍기화 사장을 옹호하려는 뜻도 엿보였다. 오 전 장관은 무엇보다 감사원의 잣대를 문제삼았다. “한마디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가 중요한데,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발상에 기초한 감사원 기준은 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고객의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코트라가 과연 거기에 맞춰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대목은 해외 무역관에 대한 감사원의 통폐합 권고. 감사원은 “선진국 시장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 지사를 두고 있고, 수출 증가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둔화되는 추세인데도 코트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10개국에 각각 2~9개의 무역관을 설치·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외 무역관의 통폐합 및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

오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 수요에 맞춰 코트라 해외 무역관은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의 지적은 ‘선진국은 민간 기업에 맡기고, 코트라는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무역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과거 패러다임을 기초로 하고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아프리카에 해외 무역관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영교 전 사장 “감사원 평가 잣대 승복 어려워”

또 다른 논란 대상은 코트라의 수출 창출 실적. 감사원은 “코트라가 주장하는 수출 창출 실적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2004년의 경우 코트라는 수출 창출 실적이 334억7000만 달러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관세청의 통관 자료와 비교한 결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이는 코트라가 기업이 임의로 제출한 수출 상담액 등을 단순 집계만 하고, 이에 대한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진단이다.

오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코트라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일축했다. 오 전 장관은 “코트라의 주요 임무는 기업의 수출을 얼마나 도와주었는가 하는 점이며, 정확한 수출 실적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수출 창출 실적을 산출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굳이 덜 중요한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것.

“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코트라가 2003년 12월5일 출범시킨 외국인 투자 유치 전담 조직 인베스트 코리아 현판식. 왼쪽에서 세 번째가 당시 오영교 사장.

오 전 장관은 또 “코트라가 수출 창출 실적을 집계한 이유는 해외 무역관이 우리 기업의 수출을 실제로 얼마나 도와주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수출 창출 실적을 부풀려 정부 예산을 더 많이 타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감사원이 굳이 이를 문제삼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항변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코트라 임직원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의기소침한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전 감사원장이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코트라가 바로 그 대상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트라는 공식적으로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홍 사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사원 권고 사항에 대해 자체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굳이 감사원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사원과 코트라 사이의 공방이 아니라 누가 봐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알차고 구체적인 혁신 성과일 것이다.

홍기화 사장 선임 막전 막후

0순위 후보자 검증과정서 낙마 뜻밖의 행운


“공기업 혁신 대명사 KOTRA 과장됐다”
2005년 4월20일 선임된 홍기화 사장(사진)은 1962년 코트라 출범 이후 최초의 내부 출신 인사.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75년 코트라에 입사한 홍 사장은 멜버른무역관장, 총무처장, 기획조정실장, 무역진흥본부장, 부사장 겸 전략경영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코트라 맨’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홍 사장은 일찍부터 능력을 발휘해 주목을 끌긴 했지만 2003년 코트라 자회사인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사장으로 나갈 때만 해도 그 자리를 마지막으로 코트라를 떠나는 줄 알았는데 본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해 깜짝 놀라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홍 사장의 화려한 컴백 뒤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후문. 오영교 전 장관이 자신의 후임 사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사람이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는 바람에 홍 사장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 홍 사장으로선 ‘관운’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당시 후임 사장이 4개월 가까이 선임되지 않은 이유도 이런 곡절 때문이었다.

오 전 장관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영전하자 산업자원부는 코트라의 후임 사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코트라의 경영 혁신을 계속하기 위해선 내부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게 오 전 장관의 판단이었다. 오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이런 뜻을 밝혔고, 노 대통령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물론 산자부로서는 오 전 장관의 ‘월권’이 불쾌했지만 노 대통령의 뜻인 만큼 도리가 없었다.

오 전 장관이 당시 염두에 뒀던 인사는 채훈 당시 부사장이었다. 채 부사장이 자신을 도와 코트라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 부사장은 사장 공모에서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12명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사장 후보로 선임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코트라 자체 감사 결과에 의해 징계를 받았던 한 해외무역관장이 채 부사장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아 투서했기 때문이다. 채 부사장은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고, 코트라 내부 여론도 채 부사장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내부 인사 발탁’ 지침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재공모를 통해 홍기화 KINTEX 사장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주간동아 548호 (p42~43)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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