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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호색한 ‘돈 조반니’ 오페라 무대에 환생

  •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희대의 호색한 ‘돈 조반니’ 오페라 무대에 환생

희대의 호색한 ‘돈 조반니’ 오페라 무대에 환생
한때 잘나갔다던 당신. 그러나 이 남자 앞에서는 당신의 여성 편력을 뽐내지 못하리라. 무려 2000명이 넘는 여성과 사랑을 나눈 돈 조반니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돈 조반니의 나이는 22세 정도이며, 사춘기인 14세 이후 주말마다 3.9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조사도 있다.

하인 레포렐로가 부르는 ‘카탈로그의 노래’에 의하면 돈 조반니의 상대는 이탈리아에 640명, 독일에 231명, 프랑스에 100명, 터키에 91명, 스페인에 1003명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카사노바의 난봉을 부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왜냐하면 그는 대부분의 여자를 무력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오페라에서도 돈 조반니의 행각은 범죄로 그려진다. 1막에서는 돈나 안나를 겁탈하려 하다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한다.

4월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런던 코벤트 가든 로열오페라 프로덕션의 ‘돈 조반니’는 낭만적인 시선을 최대한 배격하고,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비해 드러낸다고 해 화제다. 오타비오 마리노가 지휘봉을 잡고 지노 킬리코, 연광철, 나승서, 임지현 등이 출연한다. 2002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 프로덕션은 프란체스카 잠벨로가 연출을 맡고 마리아 욘슨이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런데 막상 단죄를 앞둔 이 바람둥이를 보고 있자니 착잡함이 밀려온다. 허세에 찬 돈 조반니가 마지막 참회의 기회마저 거절한 채 지옥문의 불구덩이로 사라지는 장면, 욕망을 억제할 줄 모르는 그 모습이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지.

희대의 호색한 ‘돈 조반니’ 오페라 무대에 환생
원전연주의 거장 필리프 헤레베헤의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음반이 발매됐다. 2004년 10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 이어지는 이번 녹음은 2005년 10월18일 열린 프랑스 디종 콘서트를 전후해서 이뤄졌다. 헤레베헤 사운드 특유의 ‘어슴푸레하고 가벼운’ 소리의 양감은 여전하다. 거트 현의 정갈한 울림과 19세기 중·후반 관악기의 상쾌한 풍압은 안개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고성, 그 안에서 출발하는 갑옷 입은 기사의 실루엣을 연출한다. 기존 브루크너 애호가들이라면 이처럼 미시적인 브루크너에 회의를 느낄지도 모른다. 브루크너 음악의 미덕은 현미경적인 분석이나 해체가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과 풀 냄새, 새소리가 들리는 자연처럼 총체적인 접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상냥함보다 무뚝뚝함이 더 어울리는 음악도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532호 (p79~79)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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