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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계문화 경영 놀라워라!

재팬 파운데이션 18개국에 19개 센터 운영 … 아시아 미술 현장서 영향력 행사

  • 도쿄=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일본 세계문화 경영 놀라워라!

일본 세계문화 경영 놀라워라!
최근 문화계에서 알아주는 유명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재팬 파운데이션’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와 공연, 페스티벌 등의 주최자나 후원자로 삼성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재팬 파운데이션이 후원한다고 하면, 일단 품질은 검증된 것으로 여길 정도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의 큐비즘’ 전을 기획하고, 서울 홍대 앞에서 한국과 일본의 유명 DJ들이 모여 신나는 클럽데이를 주최한 곳이 재팬 파운데이션이다.

재팬 파운데이션 본부는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아르크 모리 빌딩에 있다. 2003년 세계 미술계의 관심 속에서 문을 연 모리 미술관(모리 부동산이 지은 컨템포러리 미술관)과도 가깝다. 재팬 파운데이션 서울센터는 보로프스키의 대형 조각 ‘망치질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건물에 위치하며 전시실과 강의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팬 파운데이션의 공식 이름은 ‘일본국제교류기금’. ‘문화교류의 기회 제공을 위해’ 1972년 일본 외무성 산하에 설립된 특수법인이 그 전신이다. 현재 일본에 4개 사무소와 세계 18개국에 19개 센터를 운영하며, 한 해 예산은 130억~160억엔 안팎이다. 2003년 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재단법인으로 독립했으므로 여전히 반관(半官) 성격이건만, 문화계의 최전선에서 계속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혀 ‘공무원’답지 않은 순발력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문화 이슈 창출 순발력 자랑



우리나라의 큐레이터들은 “요즘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후원을 고려하는 곳이 재팬 파운데이션이다.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지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컨템포러리 미술 현장을 이해하려면 재팬 파운데이션을 알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일본 세계문화 경영 놀라워라!

재팬 파운데이션이 펴낸 ‘아시아의 대안공간들’.

마침 도쿄 재팬 파운데이션에서 ‘아시안 차세대 큐레이터’ 회의를 열어 우리나라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두 명의 큐레이터가 참석했다. 이 회의를 구성한 사람은 아시아 미술계의 파워우먼 야스코 후루이치(예술교류부 조형미술과) 씨.

“재팬 파운데이션은 큰 방향에서 일본 외교정책을 따르긴 하지만, 각 예술 장르를 담당한 전문가들의 책임으로 운영됩니다. 외무성도 일본적 전통보다는 가장 현재적인 문화를 지원하길 바랍니다. 90년대 초까지 아시아 문화는 서구에서 바라보는 ‘전통적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아의 시각에서 컨템포러리한 일본과 아시아 문화를 알리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재팬 파운데이션은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일본 특유의 마니아 문화를 소개하는 ‘오타쿠: 페르소나=공간=도시’ 전을 주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오타쿠들과 대도시 공간의 관계를 기발하게 연결한 주제였다. 한국에서 클럽파티를 주최하고, 대안공간에서 열리는 실험적인 전시들을 적극 후원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지난해 재팬 파운데이션은 아시아의 작은 대안공간들을 소개한 ‘얼터너티브 2005’를 펴냈는데, 전시장까지 연결되는 버스 번호까지 써넣은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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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전이 열리고 있는 재팬 파운데이션 서울센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의 큐비즘’전과 국립극장에서 열린 ‘부토 페스티벌’. 재팬 파운데이션 예술교류부 야스코 후루이치 씨(왼쪽부터).

이런 노력들이 요코하마 트레인날레와 타이페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아시아 지역의 비엔날레 러시로 이어졌고, 현재 세계 미술의 중심에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현재 재팬 파운데이션 미술 분야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프로젝트는 아시아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교류다.

“문화교류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슷한 단체의 실무자들이 네트워킹을 갖는 것입니다. 동서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거지요.”

도모유키 사쿠라이 재팬 파운데이션 예술교류부장은 “1972년 설립 당시 일본보다는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문화적 프로젝트를 하자는 ‘선진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지금도 이러한 이상을 이어가고자 한다”면서 “상대가 국립기관이든, 이름 없는 록밴드든 내용만 좋다면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팬 파운데이션이 최근 이라크 무대 예술과 영화들을 일본에 적극 소개하고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일본 외교정책을 반영한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에까지 카메라를 들고 가 이라크 연극들을 찍어오고, 그 ‘예술적 가치’를 심사해 초청을 결정했다는 설명에 고개가 숙여지긴 했지만.

재팬 파운데이션을 보면서 영국문화원과 괴테 인스티튜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예산 규모로만 보면 영국문화원(8억 달러)이나 괴테 인스티튜트(3억 달러)가 재팬 파운데이션을 훨씬 앞서지만, 재팬 파운데이션은 각국 언론과 현장 활동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화행사 교류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한층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주일 일정으로 ‘아시안 차세대 큐레이터’ 회의에 참석한 국립현대미술관 박미화 큐레이터는 “역시 문제는 조직보다 운영하는 사람이다. 아시아 각국 큐레이터들은 이번 회의에 자비를 들여서 왔다. 큐레이터들에게 꼭 필요하고 아쉬운 자리였으니까. 재팬 파운데이션은 최소한의 경비로 회의 주최자가 된다. 이들은 아시아 문화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진짜 전문가”라고 말했다.

한편 1992년 설립된 코리아 파운데이션이 2005년 13년 동안 후원한 문화교류 행사는 290건에 불과하며, 그나마 홈페이지에 올릴 만한 문화사업은 2006년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재팬 파운데이션의 중·장기 전략은 연예인들의 진출로 ‘한류’를 규정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각도의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라크에서 중국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각국의 행사 포스터가 벽면 가득 붙어 있는 재팬 파운데이션 본부를 나서며 갖게 된 생각이다.



주간동아 532호 (p60~61)

도쿄=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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