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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징 발견인가 자작극인가

지구지질정보 “서해 2-2광구 석유 매장” 주장 … 산자부 “유전개발 포기한 곳”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유징 발견인가 자작극인가

유징 발견인가 자작극인가

한국석유개발공사가 2006년 2월20일 동해 6-1광구에서 경제성 있는 가스층으로 발견한 고래 14구조.

한 석유탐사 기업과 정부가 ‘산유국의 꿈’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군산 앞바다(서해 2-2광구)에서 석유탐사 활동을 벌여온 지구지질정보(사장 이상구)는 4월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징(원유 매장의 징후)이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즉각 “유징이 발견됐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산자부는 지구지질정보가 ‘제사보다 젯밥에 눈독을 들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징 발견과 같은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해 주식 등을 통한 이익실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 이런 판단에 따라 산자부는 3월 중순 “탐사권을 연장해달라”는 지구지질정보 측의 요청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지구지질정보의 대주주인 JU그룹(회장 주수도) 한 관계자는 ‘석유개발을 둘러싼 민(民)과 관(官)의 주도권 다툼’으로 설명한다. 민간기업에 유전개발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정부의 과민반응이라는 것이다. 양측은 유징 발견 여부를 놓고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지구지질정보가 석유탐사에 나선 배경에는 JU그룹 주수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상자기사 참조). 지구지질정보가 120억원을 들여 시추작업에 나선 곳은 군산 앞바다 남서쪽 40km 지점의 서해 2-2광구. 그러나 이곳은 산자부와 한국석유개발공사가 경제성 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곳이다.

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정부는 웬만한 대륙붕에 대한 탐사작업을 마쳤으며 서해 2-2광구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탐사 결과 원유 부존 가능성이 없어 개발을 포기했고, 앞으로도 유전개발에 나설 계획이 없는 지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지구지질정보 측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석유탐사 전문회사들과 함께 이 지역을 조사한 결과 경제성 있는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구지질정보는 2001년부터 시추작업을 준비, 최근 유징을 발견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한다.

130억원 들여 시추작업



3월 중순 지구지질정보는 서해 2-2광구에서 입수, 취합한 자료를 미국의 핼리버튼사에 전달해 분석을 의뢰했다. 핼리버튼은 물리검측 전문회사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구지질정보가 핼리버튼사에 유징 분석을 의뢰한 것은 세계적 인증기관을 통해 서해 2-2광구 유전탐사 물리검측 결과를 공인받으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석 작업에 들어간 핼리버튼사는 4월 초 보고서를 지구지질정보 측에 넘겼고, 지구지질정보의 이상구 사장은 4월4일 이 보고서를 인용해 “18개 구간에서 유징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것. 이 사장은 “이 가운데 3개 구간에 대해 생산성 검사(DST)를 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사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유국의 꿈은 한 걸음 현실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지구지질정보가 제출한 핼리버튼사의 보고서를 검토한 산자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산자부 조석 자원정책심의관은 “해당 광구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은 1만분의 1도 없다”며 지구지질정보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핼리버튼사의 분석보고서를 검토했지만 유징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보고서에도 이 점이 명시돼 있다. 핼리버튼 측은 (보고서를) 해석할 때 이를 고려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 핼리버튼 보고서에는 “유징이 없다”는 내용과 “검측 자료에 유징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것(please take into account that in the Master Log was not reported any oil shows at all)”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지구지질정보가 주장하는 18개 구간의 유징 발견과 DST 실시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산자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지구지질정보가 ‘유징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자의적 해석에 따른 의도적 오류’라고 지적한다.

유징 발견인가 자작극인가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지구지질정보의 유징 분석 의뢰를 받은 핼리버튼이 서해 2-2광구 변성암층에 파쇄대(암석이 깨진 구간)가 있으니 시험을 하려면 이 구간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한 대목이 나온다. 지구지질정보 측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 마치 유징이 존재하는 것처럼 해석한 것 같다.”

산자부는 지구지질정보 측의 이런 의도적 오류에 노림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징 개발에 참여한 ‘㈜세신’ 관계사인 ‘한성에코넷’의 주가와 관련한 의혹이다. 그동안 군산 앞바다의 유징 개발과 관련한 소문으로 관련 회사의 주가는 심한 등락을 거듭해왔다. 지구지질정보가 군산 앞바다의 석유 매장 가능성을 밝힌 4일 오전에도 관련 회사의 주가는 한때 올랐다가 결국 하한가로 마감됐다. 유징 발견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3월17일에는 세신의 주식 거래량이 2400만 주를 웃돌며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급등락을 연출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세신이 유전탐사, 인수·합병(M&A)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 ‘릴레이 재료’를 내놓고 있다”며 “특히 세신이 재료의 약발이 떨어질 때쯤이면 전혀 새로운 재료를 터뜨리며 하락하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산자부도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투자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핼리버튼 보고서 엇갈린 해석

이런 산자부의 태도에 지구지질정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우선 산자부의 핼리버튼 보고서 해석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JU그룹의 한 관계자는 “유징이 있다는 문장이 없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울트라 볼류메트릭이라는 그래프에 유징이 포착됐고, 핼리버튼 측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보고서를 냈기 때문에 그래프로도 충분하다고 여겨 구체적 표현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 조작과 관련한 산자부의 우려 표명에 대해서도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지질정보 측은 산자부와의 이런 갈등 속에서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구지질정보 측은 4월6일 DST 작업에 착수했다. JU그룹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DST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와 석유공사가 민간기업의 탐사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주도권 다툼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는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유징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 측은 이번에도 시니컬한 반응이다. 통상 석유탐사 및 생산은 물리검측 자료에 의해 유징이 있다고 판단되면 DST 작업을 통해 하루에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생산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구지질정보 측이 DST 작업을 벌이고 있는 서해 2-2광구는 유징이 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도 안 된 곳. 따라서 일의 순서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비교적 공감을 표한다. 유전을 확인하려면 시추과정에서 일단 유징이 나와야 하고, 채굴 가능한 유전 형태로 존재하기 위한 저장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유징을 놓고 벌어지는 민간기업과 산자부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지질정보는

자원탐사 기업, JU가 20% 지분


지구지질정보는 2000년 설립된 자원탐사 기업이다. 2005년 7월 다단계 유통기업인 JU와 주수도 회장이 30억원씩 총 60억원을 투자, 각각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구지질정보의 석유탐사 비용 120억원 가운데 절반을 JU가 댄 셈이다. JU는 식기제조업체인 ‘세신’이라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이 기업을 통해 지구지질정보에 투자했다. 지구지질정보가 세신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유징 발견과 관련해 세신의 주가가 급등락한 배경이다. 산자부는 지구지질정보와 세신의 이런 관계를 유심히 지켜보았고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구지질정보는 2001년 12월 서해 2-2광구에 대해 처음 탐사권을 설정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탐사 작업을 추진한 것은 JU가 투자한 직후인 2005년 12월경이다.




주간동아 532호 (p44~4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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