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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실전風水|서울 신촌 ‘신의 집’

땅도 성격 다르고 쓰임새 달라요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땅도 성격 다르고 쓰임새 달라요

땅도 성격 다르고 쓰임새 달라요

서대문구 창천동 종교 건물 밀집지역. 장로교회, 원불교와 밀알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를 알리는 간판. 어느 교당(뒤로 연세대 뒷산이 보인다, 왼쪽부터).

풍수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시인 김지하 선생은 “공간의 의미는 역사가 변해도 퇴색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파발에 버스정류장, 주유소, 물류보관소 등이 들어서는 것도 땅의 특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념은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립대 이규목 교수는 노르웨이 건축가 노베르크 슐츠가 말한 ‘장소의 영혼(spirit of place)’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특정 장소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다면 이는 그곳을 지켜주는 혼이 있기 때문이며, 이 영혼은 사람과 장소에 생명을 주어 그것이 소멸할 때까지 따라다니며 그 장소의 성격을 말해준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땅마다 성격이 달라 그에 걸맞은 쓰임새가 있다는 관념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는 성룡사, 예장 신촌교회, 원불교 신촌교당, 밀알성도 예수 그리스도 등 ‘신의 집’이 밀집한 곳이 있다. 연세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그저 그런 ‘신의 집’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해당 종단의 중추적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룡사의 경우 천태종 서울본부다. 천태종의 총본산은 충북 단양 구인사다. 여기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성취된다는 소문 때문에 신도 수가 대단히 많은 곳이다. 예장 신촌교회도 신도 수가 엄청난 서울의 대형 교회 가운데 하나다. 또한 밀알성도 예수 그리스도도 이곳이 중앙본부다. 특히 이곳은 자신의 조상과 다른 영혼들을 위해 복음의 구원 의식을 베풀기도 하는 곳으로, 일반 교회가 하는 일 이외에 우리의 사당과 같은 기능을 하는 점이 특이하다. 원불교 신촌교당 역시 4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곳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일대는 신이나 조상신을 모시는 종교 건물이 들어서서 번창한 땅인 셈이다. 단지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종파의 교당이 밀집한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풍수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전통적으로 풍수에서는 땅에 따라 태어날 인물이 다르다는 것에 거의 모든 풍수 서적들이 동의한다.



예컨대 조선조 풍수학 고시과목 가운데 하나였던 ‘명산론’은 땅을 신선이 나올 땅, 장군이나 재상이 나올 땅, 부귀한 사람이 나올 땅, 시정잡배가 나올 땅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대개 땅과 사람의 생김새를 유비적(類比的)으로 관계 지은 데서 생겨난 것이다. 특이한 것은 풍수 고전(조선조 풍수학 고시과목)들이 사당, 절터, 도관(道觀) 등 ‘신을 모시는 땅’에 대한 특성을 한결같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풍수서가 언급한 ‘신을 모시는 땅’의 특성은 어떤 것일까?

조선조 지관 시험과목 가운데 하나였던 ‘감룡경’에서는 바위가 줄줄이 이어지는 곳과 좌우에 감싸주는 산이 없는 경우에 ‘신단(神壇)’이나 ‘신우(神宇)’가 들어설 곳이라고 했다.

‘명산론’은 ‘신의 집’터로서 다음과 같은 곳을 언급했다.

“신단이나 사당은 산이 끝났지만 좌우에 감싸주는 산이 없어 기가 모이지 않는 곳, 고단무정(孤單無情)한 곳, 흉한 산들이 있는 곳에 많고, 도교나 불교의 건물들은 명산의 궁벽한 곳에 많다.”

이와 같은 기준들에 창천동 종교 건물들이 밀집한 곳이 부합하는 것일까?

그 일대가 모두 건물들로 빽빽이 들어찬 데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지형지세를 첫눈에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건물들이 능선 위에 있는 탓에 주변에 감싸주는 산들이 없어 고단무정함을 알 수 있고, 땅속이 거의 모두 석맥(암괴)으로 이루어져 있음은 성룡사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이 일대가 신의 집터로서 풍수 고전이 언급하는 대목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땅마다 쓰임새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48~48)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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