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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풍수 | 미인의 고장 ‘소강남(小江南)’ 순천

땅 좋고 물 좋으니 인물도 좋을 수밖에…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땅 좋고 물 좋으니 인물도 좋을 수밖에…

땅 좋고 물 좋으니 인물도 좋을 수밖에…

미인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순천여고.

흔히 전라남도를 소개할 때 언급되는 글귀가 있다. ‘글 잘하기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고, 예절 바르기로는 보성만한 곳이 없으며, 지세 좋기로는 순천만한 곳이 없다(文不如長城 禮不如寶城 地不如順天).’ 또 시쳇말로 ‘여수 가서 돈 자랑 말고, 순천 가서 미인 자랑 말며, 벌교 가서 주먹 자랑 말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순천은 지세 좋고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흔히 순천을 삼산이수(三山二水)가 어우러진 빼어난 경치 때문에 중국의 강남에 버금간다 하여 ‘소강남(小江南)’이라 부른다. 순천 태생인 작가 서정인씨는 “순천에 미인이 많은 까닭은 물이 좋기 때문이다. 여수 큰아기(처녀)들이 순천으로 목욕을 하러 올 정도다. 그리고 차지철(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 김재규(박정희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부장), 차범근씨(축구감독)의 부인이 모두 순천 출신이다”고 말했다.

땅과 그 땅 위에 사는 인간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풍수의 핵심 관념이긴 하지만, 한(漢)나라 초기 사상이 집대성된 ‘회남자(淮南子)’에서도 ‘땅은 각각 그 땅과 유사한 것을 낳으며, 사람이란 모두 그가 사는 곳의 기(氣)를 닮는다’고 했다.

이 같은 관념은 모든 풍수 관련 책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으로, 풍수 고전 ‘지리신법’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산이 아름다운 형상이면 거기에는 아름다운 기가 있고, 그 산의 기를 받는 자는 아름답게 마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인이 나올 만한 조건을 갖춘 땅으로, ‘살아 숨쉬는 흙(息土)’이라고 단정했다. 물이란 본래 자신의 맛이나 청탁(맑음과 흐림)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하는 땅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살아 있는 땅’에서는 당연히 ‘생수(生水)’가 흐르게 마련이다. 순천의 물이 좋아 미인이 많다는 말은 곧 순천의 땅이 좋다는 뜻이다. ‘지세 좋기로는 순천만한 곳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땅 좋고 물 좋으니 인물도 좋을 수밖에…

순천시청 앞에 있는 장명석등.

이와 반대되는 땅, 즉 죽은 땅에서는 어떤 인물이 나올까? 당연히 미인과 반대인 추한 사람이 나온다고 ‘지리신법’은 적고 있다. 개발이란 이름 아래 땅이 파괴되고, 각종 오염원에 의해 죽어가는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는 어떤 인물이 나올까? 당연히 파괴적이고 추악한 인물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풍수는 땅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여기고, 살아 있는 땅을 아름답게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그 땅 위에 사는 인간들이 아름다운 품성을 지녀 상생의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순천이 미인을 많이 배출하는 아름다운 땅이라 해서 완벽한 땅은 아니다. 풍수에서는 제아무리 아름다운 땅이라도 흠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아름다운 순천에도 흠이 있다면 과연 그게 무엇일까?

순천의 풍수적 흠을 말해주는 문화재가 몇 있는데, 현재 순천시청 앞으로 옮겨져 있는 ‘장명석등(長明石燈)’과 순천경찰서 뒤 ‘향림사’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 순천시청 앞 장명석등을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순천의 지형이 좋기는 하나 약간 험하고 어둡다는 풍수적 견해가 있어 순천남초등학교 옆 오거리에 세운 것이다’고 쓰여 있었다. 최근 바뀐 안내판에는 ‘험하고’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아마도 ‘험하고’라는 표현이 좀 거슬렸던 듯하다.

그러나 ‘험하고 어둡다’는 표현이 있어야 두 문화재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순천 향림사 입구에 서 있는 비문에 ‘순천의 지형 지세가 여기저기 서로 부딪치고 쏘는 듯한 감(沖射之嫌)이 없지 않아 이를 진압하기 위해 향림사를 세웠다’고 적혀 있어 ‘험하다’는 의미를 잘 읽을 수 있다.

또 순천의 옛 지명 가운데 하나가 구덩이 감() 자(字)를 써서 ‘감평군’이었던 점을 보면 순천의 지형을 꺼진 것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지형이 꺼져 있으니 어두울 테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석등을 설치했을 것이다. 전형적인 비보풍수(향림사와 장명석등) 흔적이다.

이미 옛사람들은 순천의 문제점을 알고, 비보풍수로 후손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듯하다. 순천시청 앞의 장명석등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다시 설치하고, 실제로 그곳에 불을 밝혀두는 게 어떨까? 더 많은 미인이 배출되도록.



주간동아 443호 (p93~93)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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