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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바람핀 당신 딱 걸렸어!

배우자 불륜 의심 유전자 감식 의뢰 급증 … 현장에 남긴 털끝 하나면 입증 OK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지난 여름 바람핀 당신 딱 걸렸어!

지난 여름 바람핀 당신 딱 걸렸어!

불륜 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한국법과학연구소 연구원들.

불황일 때 불륜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했던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출신 감정가들이 만든 한국법과학연구소(소장 신윤열·이하 연구소)에 불륜 관련 감식에 대한 의뢰와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2001년 8월 문을 연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유전자와 음성 감식, 화학·물리적 감식, 거짓말탐지기 분석 등 과학 감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 최근 이 연구소에 배우자의 외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는 건수가 매월 100여건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에 비하면 두 배나 늘어난 수치. 특히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남편이 아내의 외도를 증명하기 위해 감식을 의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신소장은 “상대가 외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가 부담스러운 데다 고소를 해도 두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민간연구소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불륜을 확인하기 위한 감식 의뢰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이혼율이 높게 나오는 등 이혼율이 폭증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가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이유는 국과수에 버금가는 전문지식과 시설을 갖추었다는 점 외에 감식 자체가 간단하고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점 때문. 60만원 정도의 비용만 들이면 배우자에 대한 의심을 단 3~6일에 모두 풀 수 있다.

국과수 뺨치는 지식과 시설 갖춰



실제 이 연구소 연구원들은 간단한 유전자 검사만으로도 불륜 사실을 잡아낸다. 이들은 불륜 현장이라고 의심되는 장소나, 그 장소에 있었던 소품에서 불륜의 흔적, 즉 상대방의 유전자를 찾아낸다. 이미 수년이 지난 것이거나 혹은 사람의 유전자가 아니더라도 단서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식함으로써 불륜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다는 것.

외도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배우자가 연구소에 가져오는 물건은 휴지, 속옷, 담배꽁초, 와이셔츠 등 상대의 불륜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 심지어 남편이나 아내가 묵었던 여관이나 호텔에서 주은 체모나 휴지, 침대시트도 증거물로 제공되며 자신의 정액이나 질 분비물, 체모, 속옷을 비교 대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수치감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중 휴지나 침대시트는 바람을 피운 남녀의 유전자가 모두 들어 있어 발뺌할 수 없는 증거가 될 때가 많다. 특히 카섹스 등 불륜의 증거물들을 없애기가 쉽지 않은 승용차에서의 불륜의 경우는 백발백중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소측의 얘기다. 머리카락, 체모, 화장품, 정액, 질 분비물, 침, 담배꽁초 등 최소한의 증거물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차 안에서 관계를 했다면 차를 바꾸지 않는 이상 불륜의 흔적은 남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실제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했다가 도리어 의처증 환자로 몰린 남편이 아내가 평소 몰고 다니던 차를 통째로 연구소에 맡겨온 경우도 있었다. 결국 이 차에서 남편의 것이 아닌 정액의 흔적이 검출됐고, 정액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체모도 발견됐다. 정액은 이미 말라버렸지만 연구원들이 유전자 감식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또 서울 동대문에 사는 심모씨(38)는 “의처증 때문에 못 살겠다”고 호소하는 부인으로부터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당했으나, 연구소에 부인의 승용차에 대한 감식을 의뢰한 결과 아는 후배가 피우고 난 담배꽁초가 나옴으로써 위자료를 물기는커녕 도리어 부인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었다. 부인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한사코 그 후배와는 만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고 주장해왔었다.

신소장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덮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심부름센터는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법과학이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49~4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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