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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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주는 색소폰 선율 … ‘지하철의 악사’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11-13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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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주는 색소폰 선율 … ‘지하철의 악사’
    오후 2시 지하철 2호선 사당역사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색소폰 선율. ‘오버 더 레인보우’였다.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지나가던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귀기울이며 잠시나마 행복에 젖는다.‘지하철의 악사’ 김춘광씨(60)는 2년째 매주 한 번씩 지하철 역사에서 색소폰을 연주해왔다. 테너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 반주기계를 동무 삼아 홀로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음악선물을 해온 것. 그는 “연주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는다.

    김씨는 고등학교 시절 브라스밴드에서 클라리넷 주자로 활동하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한 그는 미8군 공연 등 여러 쇼무대에 서는 것을 시작으로 음악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현재 가수 이미자씨의 밴드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해 9월 말에는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또 한국연예협회는 성실한 그의 음악인생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연주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인생에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에게 음악공연을 선사하던 ‘청송 올스타 밴드’가 지난달 경제난으로 해체됐기 때문.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지만으로 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경제적 도움을 줄 만한 후원단체를 찾고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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