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 그를 죽이고 싶었니?”
“응, 정말 그랬어.”
“그가 너에게 어떤 짓을 했는데?”
“그가? 그는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럼 왜 그를 죽이고 싶었니?”
“왜냐고? 원한 때문이지.”
“원한이 뭔데?”
“원한이란 바로 이런 거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투다가 죽었어. 그러면 죽은 사람의 형제가 죽인 사람을 죽이지. 그 다음에는 죽은 사람들의 형제들이 서로 죽이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분쟁도 이와 똑같은 양상이 아닐까. 대부분의 원한이 그렇듯 중동의 원한도 그 시원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됐다. 1882년 러시아와 루마니아에서 박해를 견디다 못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이후 1948년 열강들에 의해 팔레스타인이 유대계 국가 이스라엘과 아랍계 팔레스타인으로 나뉘면서 중동은 전쟁과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현재로선 양자간의 원한을 풀 어떤 결정적 방법도 없다. 미국이 개입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이 진행중이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이스라엘군 간의 보복전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9·11 테러가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관돼 있어 사태 해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슬람과 중동은 과거 우리에게 낭만적인 열사의 사막, 낙타, 야자수, 그리고 석유로 대표되는 부(富) 같은 이미지를 주었지만, 그 이미지는 9·11을 기점으로 ‘자살폭탄테러와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다. 더욱이 이슬람은 권위주의를 고무시키는 극단적인 종교로서 일부다처제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내전을 야기하며, 테러리즘을 유발하는 종교로 왜곡되고 있다.
중동에서 10여년 간 특파원 생활을 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은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에서 이런 편견을 바로잡는 중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 학살사건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1987년 일어난 팔레스타인인의 봉기에 대해서도 그는 그 원인부터 차분하게 짚어가는 객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인 그는 1979년 UPI 통신의 레바논 베이루트 특파원이 된 것을 계기로 중동지역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1981년 뉴욕타임스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특파원으로 10여년 동안 줄곧 중동에서 근무했다. 이 책은 그 당시의 생활을 회고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국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세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경도와 태도’ 등의 저작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그런 그가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의 분위기, 그곳에서의 생활과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갈등의 연원 등에 대해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책은 베이루트, 예루살렘, 워싱턴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베이루트 부분에서 그는 1980년대 레바논사태를 둘러싼 복잡한 역사적·정치적 배경을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이 글은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베이루트에서 5년 정도 살면서 비로소 이 도시를 이해하게 됐다. 베이루트는 인간 행동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커다란 심연이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정글이다. 베이루트에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놀랄 일이 없어진다. 베이루트에서의 경험은 감정에 방탄조끼를 착용하게 한다. 나 역시 그곳에 살면서 감정에 방탄조끼를 입었다.”
예루살렘은 또 어떤가.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웃이면서 동시에 적이다. 서안의 한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체포하고, 또 다른 마을에서는 이스라엘인이 유대인 마을을 짓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을 고용한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아침에 유대인 정착촌에서 버스정류장을 짓고 저녁에는 버스 시트 밑에 폭탄을 놓고 간다. 이것은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익숙한 광경이 됐다.”
이 책은 1989년 씌어진 프리드먼의 첫번째 저서다.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 양상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과 그 이후 양측의 평화적인 공존이라는 기본과제가 지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민족의 종교와 생사가 걸린 이 문제가 해결될 날은 과연 언제일까.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병옥·이윤섭 옮김/ 창해 펴냄/ 416쪽/ 1만8000원
“응, 정말 그랬어.”
“그가 너에게 어떤 짓을 했는데?”
“그가? 그는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럼 왜 그를 죽이고 싶었니?”
“왜냐고? 원한 때문이지.”
“원한이 뭔데?”
“원한이란 바로 이런 거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투다가 죽었어. 그러면 죽은 사람의 형제가 죽인 사람을 죽이지. 그 다음에는 죽은 사람들의 형제들이 서로 죽이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분쟁도 이와 똑같은 양상이 아닐까. 대부분의 원한이 그렇듯 중동의 원한도 그 시원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됐다. 1882년 러시아와 루마니아에서 박해를 견디다 못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이후 1948년 열강들에 의해 팔레스타인이 유대계 국가 이스라엘과 아랍계 팔레스타인으로 나뉘면서 중동은 전쟁과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현재로선 양자간의 원한을 풀 어떤 결정적 방법도 없다. 미국이 개입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이 진행중이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이스라엘군 간의 보복전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9·11 테러가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관돼 있어 사태 해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슬람과 중동은 과거 우리에게 낭만적인 열사의 사막, 낙타, 야자수, 그리고 석유로 대표되는 부(富) 같은 이미지를 주었지만, 그 이미지는 9·11을 기점으로 ‘자살폭탄테러와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다. 더욱이 이슬람은 권위주의를 고무시키는 극단적인 종교로서 일부다처제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내전을 야기하며, 테러리즘을 유발하는 종교로 왜곡되고 있다.
중동에서 10여년 간 특파원 생활을 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은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에서 이런 편견을 바로잡는 중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 학살사건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1987년 일어난 팔레스타인인의 봉기에 대해서도 그는 그 원인부터 차분하게 짚어가는 객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인 그는 1979년 UPI 통신의 레바논 베이루트 특파원이 된 것을 계기로 중동지역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1981년 뉴욕타임스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특파원으로 10여년 동안 줄곧 중동에서 근무했다. 이 책은 그 당시의 생활을 회고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국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세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경도와 태도’ 등의 저작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그런 그가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의 분위기, 그곳에서의 생활과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갈등의 연원 등에 대해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책은 베이루트, 예루살렘, 워싱턴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베이루트 부분에서 그는 1980년대 레바논사태를 둘러싼 복잡한 역사적·정치적 배경을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이 글은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베이루트에서 5년 정도 살면서 비로소 이 도시를 이해하게 됐다. 베이루트는 인간 행동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커다란 심연이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정글이다. 베이루트에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놀랄 일이 없어진다. 베이루트에서의 경험은 감정에 방탄조끼를 착용하게 한다. 나 역시 그곳에 살면서 감정에 방탄조끼를 입었다.”
예루살렘은 또 어떤가.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웃이면서 동시에 적이다. 서안의 한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체포하고, 또 다른 마을에서는 이스라엘인이 유대인 마을을 짓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을 고용한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아침에 유대인 정착촌에서 버스정류장을 짓고 저녁에는 버스 시트 밑에 폭탄을 놓고 간다. 이것은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익숙한 광경이 됐다.”
이 책은 1989년 씌어진 프리드먼의 첫번째 저서다.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 양상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과 그 이후 양측의 평화적인 공존이라는 기본과제가 지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민족의 종교와 생사가 걸린 이 문제가 해결될 날은 과연 언제일까.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병옥·이윤섭 옮김/ 창해 펴냄/ 416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