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바오’의 가방.
“요즘 최고로 일컬어지는 ‘디디바오’ 살 수 있는 곳 아시는 분 꼭 좀 알려주세요. 너무 갖고 싶거든요~~”(지식iN ID: funkyoun)
이탈리아의 최고급 브랜드 ‘하르니아찌 디디바오’, 상위 0.1%의 상류층을 위해 탄생한 명품 중의 명품, 샤넬 프라다 구찌의 천박한 대중 마케팅을 조소하는 마지막 보석…. 소리 없이 초고속 인터넷망에 실려 번진 ‘디디바오’에 대한 찬사들이다. 불경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치품 열병을 반영하듯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엔 이 시대 최고의 명품 ‘디디바오’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네티즌들의 글이 꼬리를 문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도 없더라”면서 안타까워하는 명품족 네티즌의 글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사실 조심스럽게 판매되고 유통된다는 ‘디디바오’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그것도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를 모방한 짝퉁(모조품) 상품. ‘디디바오’가 명품으로 둔갑한 사연은 이렇다. ‘디씨인사이드’ 게시판에 ‘중국산 짝퉁’ 사진이 연거푸 올라왔는데 그중 대부분이 ‘디디바오’의 사진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이 장난삼아 ‘귀족들에게만 알려진 명품’이라는 설명을 퍼 날랐고, 그 과정에서 짝퉁 티를 물씬 풍기는 ‘디디바오’가 몇몇 ‘순진한’ 명품족의 허영심을 자극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디디바오 열풍은 현재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구입 문의가 쇄도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디디바오’의 사진에 혹한 몇몇 명품족 네티즌을 비웃기라도 하듯, 포토샵을 이용한 ‘유명 브랜드 비꼬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 합성기술을 이용해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를 ‘디디바오 식’으로 패러디한 사진이 떠도는 것을 본, ‘구입처를 문의하는 질문을 올렸던’ 네티즌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을 듯하다. 물론 ‘디디바오 열풍’을 연출한 네티즌들은 ‘명품족 비꼬기’에 성공했다며 통쾌해하고 있다.
19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나이키 운동화’에 대한 바람을 달래주던 짝퉁 ‘나이스 운동화’를 기억할 것이다. 나이스 운동화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품행제로’ 등에 등장해 아련하게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던 당대의 아이콘. ‘디디바오’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린 네티즌 K씨(30대)는 ‘나이스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대리만족시켜 줬다면 ‘디디바오 촌극’은 가질 게 너무 많은 과잉의 시대가 빚은 해프닝”이라며 “ ‘디디바오 촌극’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잘살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허영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