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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들·딸 콕 찍어 낳는다고

‘선택임신’ 사이트들 터무니없는 광고 …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 임산부 울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뭐? 아들·딸 콕 찍어 낳는다고

뭐? 아들·딸 콕 찍어 낳는다고

“아들, 딸을 골라 낳게 해주겠다”며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이트들. 어차피 확률은 50%다.

인터넷 공간에 아들, 딸을 골라서 낳게 해준다는 이른바 ‘선택임신’ 사이트가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다.

선택임신 사이트들은 고대 중국 황실의 비기(秘技)나 음양오행 및 주역에 바탕을 둔 통계, 그리고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논문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생년월일, 생리주기, 혈액형, 출신지역, 사주 등을 알면 아들, 딸을 원하는 시기에 골라 낳을 수 있다”며 아들, 딸을 골라 낳을 수 있는 배란일을 지정해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9000원에서 20만원까지의 서비스료를 받는다. 심지어 임산부의 경우 뱃속 태아의 성별을 감별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해, 가뜩이나 사회문제로 떠오른 임신중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임신×××’ 사이트는 고대 중국 황실에서 주로 써온 방법으로 선택임신이 가능하다고 선전하는 경우. 4만900원을 내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가임기간과 성별분포도를 알려주며, 1만7500원을 내면 현재 임신 중인 아이의 성별을 휴대전화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로 알려준다. 선택임신과 임신 중인 아이의 성별을 아는 데 필요한 자료는 임산부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지역, 생리주기, 혈액형, 출산 경험 유무, 최종 생리일이 전부였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 남자인 기자의 생년월일을 알리고 아무렇게나 생리주기를 입력한 뒤 입금했더니 아들을 임신할 수 있는 가임 날짜와 현재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인 결과 85% 아들’.

아예 홈페이지에 ‘아들 임신 99%에 도전한다’고 밝힌 ‘아들임신×××’ 사이트는 9900원을 내면 3개월, 1만9800원을 내면 6개월, 3만9600원을 내면 12개월 동안 아들 임신 최적일을 알려준다. 이 사이트는 외국 의학자가 개발했다는 ‘바이오리듬법’을 이용해 “선택임신의 결과가 정확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내 의학계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사이트는 약관에 정보가 사실과 다를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 잘못된 정보임이 드러나도 환불을 요청할 수 없다.



사주와 음양오행의 원리를 응용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철학관 사이트도 선택임신에 가세했다. 3만원에서 20만원까지의 상담료를 받는 이 사이트에는 상담 결과와 다른 성별의 아이가 태어나면 상담료를 돌려준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마디로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사기 상술’ 불구 처벌 불가능

의료계는 과학적 입증 없이 행해지는 이들 사이트의 ‘상담’을 ‘사기상술’이라고 비난한다. 한양대 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예부터 내려온 통계에 따른 지식으로 자식의 성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50%의 확률을 가지고 예비 임산부를 현혹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오리듬에 따라 자녀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에 대해 장스여성병원 산부인과 이인식 원장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다만 배란기에 생체리듬을 맞춘다면 임신 확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선택임신 사이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은 태아의 성 감별을 목적으로 진찰을 하거나 태아, 임산부에 대한 진료행위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산부 본인이나 가족에게 통보하면 해당 의료인에게 면허취소 등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이트 들은 성별을 예상하거나 선택임신을 할 수 있는 날짜나 기간을 알려주므로 진료행위로 볼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이들 사이트에 돈을 지불하고 선택임신을 시도했다 실패한 많은 임산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52~5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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