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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KMH(한국형 다목적 헬기), 띄울 것이냐 말 것이냐

500여대 규모 30조원 사업 결정 임박 … 잘 되면 ‘성장 동력’ 실패 땐 ‘돈 먹는 하마’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KMH(한국형 다목적 헬기), 띄울 것이냐 말 것이냐

KMH(한국형 다목적 헬기), 띄울 것이냐 말 것이냐

북한군의 기갑전력을 파괴하는 AH-1 코브라 공격헬기.정찰과 기동이 주목적이지만, 때로는 적의 전차를 공격하기도 하는 500MD 헬기.베트남전에서 강습작전의 스타로 활약했던 UH-1 기동헬기.(위부터)

요즘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주변에서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 사업이 자주 논의되고 있다. 한국형 다목적 헬기가 영어로 ‘Korean Multi-role Helicopter’인지라 ‘KMH 사업’으로 약칭된다. 지난해 기종을 결정한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FX 사업’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사업은 ‘HX 사업’ 혹은 한국형을 뜻하는 K자를 붙여 ‘KHX 사업’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종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새 기종을 개발하는 것이므로 ‘KMH 사업’이라고 불리고 있다.

헬기는 주로 육군에서 운용한다. 육군은 공군 전투기보다 많은 수의 헬기를 갖고 있는데, 육군이 갖고 있는 헬기는 610여대이고, 공군이 갖고 있는 전투기는 550여대다. 한국군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헬기를 보유한 군대다. 육군이 보유한 헬기는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데 쓰이는 ‘기동형(기동헬기)’과 적 기갑부대를 공격하는 데 쓰이는 ‘공격형(공격헬기)’으로 나뉜다. 현재 한국 육군은 기동헬기로 UH-1과 UH-60, 500MD를 운용하고 있고, 공격헬기로는 AH-1을 운용하고 있다.

‘플래툰’이나 ‘지옥의 묵시록’ 등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미군 병사들이 헬기를 타고 기동에 나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헬기가 주로 UH-1 기동헬기다. 이 헬기의 경우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연한을 40년으로 보는데, 한국은 1963년부터 순차적으로 이 헬기를 도입했다. 1963년에 도입한 것은 올해부터 작전수명이 다하게 되므로 퇴역시켜야 하는 것이다. 향후 15년간 우리 군이 보유한 UH-1 헬기 가운데 150여대가 작전수명을 다하게 된다.

UH-1, 500MD, AH-1 줄줄이 퇴역

500MD는 UH-1보다 작은데, 이 헬기의 작전수명은 30년이다. 500MD는 1976년부터 수입했으므로 2006년부터 작전수명을 다하게 된다. 최근 이라크전에서 미국 육군은 ‘아파치 롱보우’라는 별명을 가진 AH-64D 공격헬기를 동원해 순식간에 이라크군 기갑부대를 궤멸시켰다. 그러나 아파치 롱보우는 신형인 데다 너무 비싸서 한국 육군은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육군이 갖고 있는 전차 공격용 공격헬기는 구형인 AH-1 코브라인데, 이 헬기도 2010년이면 작전수명을 다하게 된다.



한국군은 대략 2400여대의 전차를 갖고 있으나 북한군은 무려 38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북한의 전차를 제압하려면 한국군은 더 많은 수의 공격헬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KMH 사업은 AH-1 후속 기종의 대수를 늘리는 차원으로도 추진된다.

UH-1이나 500MD, 그리고 AH-1 헬기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 반면 ‘치누크’로 불리는 CH-47 헬기는 덩치가 큰 대형 헬기다. 때문에 국방부는 UH-1과 500MD, 그리고 AH-1을 잇는 소형 헬기를 독자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KMH 사업이다. 이러한 KMH를 기동형으로 발전시켜 퇴역하는 UH-1과 500MD의 뒤를 잇게 하고, 또 공격형으로 발전시켜 퇴역하는 AH-1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KMH 사업의 얼개인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 생산될 KMH 계열의 헬기는 대략 500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항공기는 대략 300대를 생산하면 손익분기점에 이른다. 업체 입장에서는 항공기를 300대 이상 납품하면 개발비를 비롯한 투자비를 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항공기를 제작하는 회사는 보통 ‘KAI(카이)’라고 불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다. KAI는 KF-16 전투기를 면허생산했고, KT-1 초등훈련기를 독자 개발해냈다(‘T’는 훈련기를 뜻하는 Trainer의 약자다). 이 회사는 또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T-50라는 고등훈련기를 개발해 현재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KT-1과 T-50는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T-50는 초음속 비행이 가능해, 고등훈련기로서만이 아니라 적 지상군을 공격하는 공격기로 쓰이도록 개조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격기가 영어로 ‘Attacker’인지라 이 항공기는 A-50로 명명됐는데, A-50의 공격력이 현재 공군이 보유한 F-5 전투기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T-50는 비싸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국방부가 KMH 사업을 펼친다면 생산업체는 KAI가 될 수밖에 없다. KAI는 기업이므로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정책지원을 받는다. 지난 9월19일 정부는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를 열고, KMH 사업을 국방부와 산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10월7일 대통령령에 의거해 KMH 개발사업단을 발족시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러한 결정을 내릴 당시 정부는 KDI(한국개발연구원)로 하여금 KMH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케 했는데, KMH를 국내에서 개발해 생산할 경우에는 30조7000억원이 들어가나, 같은 양의 KMH를 수입하거나 면허생산하면 25~30조원이 들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7년 만에 헬기 개발 가능할까

F-15K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FX 사업비가 대략 4조원이었다. 그런데 KMH의 총사업비가 30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가 나오자 몇몇 전문가들이 깜짝 놀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국방부와 산자부가 지금부터 7년 후인 2010년 기동헬기 개발을 완료하고 9년 뒤인 2012년에 공격헬기를 개발하겠다고 한 데 대해, “미국과 유럽의 유수 기업들도 15년 이상 걸려 헬기를 개발해냈는데, 한국이 무슨 수로 7년 만에 헬기를 개발해내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자, ‘양곤마’(바둑에서, 두 군데가 곤마로 몰린 형세)에 처한 국방부는 “KMH를 개발하는 데는 2조4000억원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500여대를 생산하는 비용까지 더했기 때문에 사업비가 3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헬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적 억제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여기에 수출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KMH 사업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반대로 500여대의 헬기를 수입한다면 30조원에 가까운 돈이 해외로 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옳은 선택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방위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은 민수사업에 전파된다. 따라서 KMH 사업을 잘 이끌어 국내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까지 하게 된다면, 이 사업은 2010년 이후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쉬 개발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도 있다. KMH 사업, 추진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국방부와 한국 항공업계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28~30)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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