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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대 과로사, 누구 책임인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계룡대 과로사, 누구 책임인가

계룡대 과로사, 누구 책임인가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사인을 밝혀달라”며 손모씨가 청와대에 제출한 진정서 사본.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이 청와대와 정부 요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죽은 남편(성모씨·34)의 사인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 주인공은 대전에 거주하는 손모씨. 여느 민원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진정서가 관심을 끄는 것은 남편 성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 일단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손씨는 진정서를 통해 성씨의 죽음이 노대통령의 여름휴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3일부터 6일까지 대전 유성구 관광특구 내에 있는 군휴양시설 계룡스파텔(구 계룡호텔)에서 휴가를 보냈다. 노대통령의 휴가지에는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부부도 들렀다. 노대통령은 휴가기간 동안 계룡대 체력단련장(골프장)에서 세 차례 골프를 즐겼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8월7일 “휴가중 노대통령 부부는 김세옥 경호실장 등과 함께 두세 차례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숨진 성씨는 육군본부에 속한 이곳 계룡대 체력단련장 탈의실(로커룸)을 책임지고 있는 직원이었다. 부인 손씨가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성씨는 노대통령이 방문하기 2~3주 전인 7월 중순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 노대통령의 휴가에 따른 준비작업을 했다. 특히 노대통령이 방문하기 2주 전부터는 오전 3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근무해야 했다. 목욕탕 천장과 벽에 낀 이끼와 곰팡이를 제거하는 날이면 소독약품이 눈에 들어가 눈이 벌겋게 충혈돼 고통을 겪기도 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노대통령의 휴가기간 동안 성씨는 “점심도 10~15분 만에 먹어야 했다”고 부인 손씨에게 호소했다. 7월 말 심한 피로감에 시달리던 성씨는 코피를 쏟으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때 이미 성씨는 부인 손씨가 다리를 주물러줘야 잠을 잘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성씨는 쉴 수 없었다. 성씨말고 탈의실을 관리하는 직원이 더 있었지만 성씨가 가장 젊다 보니 맡은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8월7일까지 휴가일정을 잡았던 노대통령은 6일 귀경했지만 성씨는 계속 격무에 시달렸다. 8월9일 토요일, 평소와 다름없이 탈의실에서 근무하던 성씨는 오후 2시20분경 쓰러져 국군병원을 거쳐 건양대병원에 보내졌으나 결국 숨졌다. 건양대병원측은 ‘사인 미상’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검안에 나섰던 건양대 P씨(전문의)는 “사인 미상이란 의학적으로 사인 규명이 불가능할 때 내리는 판단으로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씨는 일시불로 받은 산재보험금 2500만원 외에 앞으로 매월 36만원씩 보험금을 받는다. 남편 성씨가 연년생(6세, 5세)인 두 아들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인 셈이다. 손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정용환 변호사가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사업자의 과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계룡대측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야 한다”는 게 정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한 관계자는 11월10일 전화통화에서 “접수된 민원자료를 국방부로 넘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11월15일경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씨의 진정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대통령님, 제 남편을 돌려달라고 매달려 애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많고 많은 곳(휴가지) 중에서 왜 하필 계룡대를 찾으셨나요.”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12~13)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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