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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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맞서 싸우는 여고생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8-28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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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과 맞서 싸우는 여고생
    2000년 극장판으로 공개돼 전 세계를 동요시켰던 애니메이션 ‘블러드 : 더 라스트 뱀파이어’(이하 ‘블러드’)를 기억하는가. 2000년 7월 부산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던 ‘블러드’는 ‘공각기동대’ ‘인랑’ 등을 제작한 프로덕션 I.G가 만든 첫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로보트 카니발’ ‘노인 Z’ 등을 연출한 기타쿠보 히로유키의 작품이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100% 디지털 방식으로 3년간의 제작 기간과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했는데, 당시 이 작품이 보여준 영상 세계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했다.

    정교한 지하철 내부 묘사도 압권이었지만, 극적 긴장감을 드러내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과 포그 필터(장면에 안개 효과를 내는 렌즈 필터)로 한 차례 걸러진 듯한 느낌의 독특한 화면은 셀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애니맥스 채널에서 8월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블러드+’는 바로 이 ‘블러드’의 속편이다. 하지만 일본 MBS와 TBS 계열에서 아직 방송 중인 최신작 ‘블러드+’는 전편 ‘블러드’와는 주인공과 기본적인 설정만 같을 뿐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다.

    극의 배경은 2005년의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여고생 오토나시 사야는 1년 전의 기억이 없다는 것만 빼면 아쉬울 것이 없는 소녀다. 평소 건망증이 심한 사야는 다음 날 있을 육상 경기에 신고 나갈 운동화를 학교에 두고 온 사실을 기억해낸다. 늦은 밤 찾아간 학교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사야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평범하기 그지없던 사야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사야는 사람으로 변해 들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익수를 얼떨결에 처치한다. 잔상처럼 스치던 영상들이 자신이 잊고 지낸 기억의 일부임을 깨달은 그는 자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청년 하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운명에 맞선 싸움을 시작한다.

    극장판(혹은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TV 시리즈들이 대부분 혹평(대충 그린 작화, 질질 끄는 엉성한 내러티브 등)을 받은 것과 달리 ‘블러드+’는 호의적인 평가를 많이 받는다. ‘어둠의 경로’(불법 복사판)를 통해 미리 감식한 시청자들도 대부분 ‘블러드+’의 섬세한 작화와 뛰어난 영상미, 흥미로운 전개가 전작인 ‘블러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한다.



    8월24일에는 7화 ‘내가 해야만 돼’ 편이 전파를 탔다. 7화에서는 아버지가 익수가 되어 죽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본 사야가 익수에 맞서 싸워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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