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7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리스트들이 뭉친 것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대에 군림하던 1972년이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율리우스 클렌겔의 ‘12대 첼로를 위한 찬가’를 녹음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 실마리가 됐다.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은 이들의 데뷔 음반이다. 1978년 ‘옐로 서브머린’ ‘예스터데이’ 등 비틀스의 명곡을 깔끔한 편곡으로 열두 대의 첼로로 연주한 음반(텔덱)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공연은 1992년 첫 공연 이후 다섯 번째 내한 무대.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이지만,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시즌 중 베를린 필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여름휴가를 맞아 한국에 왔다. 연습은 베를린 필 리허설 중간에 틈틈이 한다. 12 첼리스트의 음악을 위해 이들은 언제나 ‘5분 대기조’다. 임기응변에 강해야 하고 충분치 못한 시간과 맞서야 한다.
이들은 최근 EMI에서 16세기부터 21세기 춤곡을 연주한 새 음반 ‘Angel Dances’를 발매했다. 이에 맞춰 올해 내한공연에서는 ‘춤’을 주제로 총 16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멘델스존에서 피아졸라에 이르기까지 그윽한 첼로 음으로 빚어내는 약동하는 춤곡이 기대된다.

‘본조 아리랑’을 기본으로 한 ‘아리랑 변주곡’과 ‘민요를 주제로 한 소품’ ‘용광로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등 창작곡들로 이루어진 이 음반은 일본 신세계레코드에서 보유하고 있던 오픈 릴 상태의 음원을 미디어 신나라가 제작한 것이다. 낯선 민요풍의 흐름 속에서도 오이스트라흐의 제자다운 내공과 테크닉이 번뜩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