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원길 박상규 의원 등 수도권 출신 중도파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은 노무현 후보측으로서는 매우 아픈 ‘매’였다. 노후보측은 이들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 진화에 나섰고 ‘진화됐다’는 보고에 한숨을 돌린 상태에서 허를 찔렸다. 조직에 허점이 있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은 당연했다.
노후보측은 진화작업의 한 축을 한화갑 대표가 담당한 것을 주시한다. ‘한화갑 사주설’의 출발점이다. 김-박의원 모두 한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이란 점이 의혹을 부채질했다. 한대표측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이를 부인했다. 탈당 움직임은 일단 ‘타이밍’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전열이 정비되는 10월 초 탈당 깃발은 다시 펄럭일 가능성이 높다.
최명헌 박양수 의원 등 자칭 구당파 비노(非盧)성향 그룹도 독자적인 신당 추진 등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역시 지향점(정권재창출)은 같지만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중도파의 탈당 움직임과 노후보 중심의 선거대책위 구성을 싸잡아 비난한다. 반면 노후보측은 이에 아랑곳 않고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 선대위 구성도 예정대로 강행할 태세다. 내홍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재집권 불안감이 당 혼란의 원인?
각개약진의 흐름 뒤편으로 당권을 둘러싼 파워게임도 감지된다. 현재 당권은 형식적으로 한대표가 쥐고 있다. 그렇지만 집단지도체제라는 한계 때문에 다른 세력의 흔들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대표는 9월13일 “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노후보의 제의를 거절했다. 후보의 ‘프리핸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한 갈등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른 한쪽에서는 ‘DJ 차별화’란 명분으로 또 다른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김상현 의원과 정대철 최고위원이 일으킨 이 ‘신풍’은 한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 신파를 거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13일 “동교동 가신들은 노후보 주변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한대표와 측근들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에 문희상 대선기획단장 등 DJ가신 출신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노후보 캠프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내홍과 분란의 양태는 다르지만 이런 혼란을 몰고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권재창출에 대한 불안감이다. 한대표가 “노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져 당이 혼란에 빠졌다”고 직공할 정도다. 탈당과 신당창당에 나선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위기감은 보다 확실해진다. 김원길 의원은 탈당 카드를 들고 나선 이유에 대해 “지금 구도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상규 의원도 같은 말을 한다.
두 사람은 노후보든 정몽준 의원이든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에게 세를 몰아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탈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노후보의 독주를 못마땅해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는 당내 세력은 모두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한다. 통합신당을 통해 노무현-정몽준-이한동 3자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양수 의원 등 소위 구당파들은 “1997년 DJP 연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후보로는 안 되니 정몽준 의원 등 반이회창 연합군을 형성하자”는 주장이다. 연초부터 민주당을 지배했던 후보단일화가 다시 정권재창출의 핵심 화두로 등장한 배경에는 위기를 돌파하고 역전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처절한 생존본능이 숨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바람대로 후보단일화는 가능할까. 후보단일화가 되면 한나라당 이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반이회창 세력을 하나로 묶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대선지형은 급격하게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 대목에 가장 예민하다. 최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여권의 움직임과 흐름을 분석, 김영일 사무총장에게 ‘상황보고’를 했다. 정의원은 민주당의 내홍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정권재창출을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14일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대선전략회의에서 “백지(白紙)신당을 만들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된 청와대가 김대중 대통령의 직계 일부를 탈당시켜 새로운 당을 만들고 나중에 민주당과 통합하는 수순을 밟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정의원의 정보를 공유한 흔적이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한나라당의 부담은 밑으로 내려올수록 커진다. 한나라당 당직자 L씨는 “이후보에게 남은 악재는 단 하나, 반창(反昌)세력의 후보단일화”라고 말한다. 그는 “여권이 후보단일화에 성공, 대선구도가 양자대결로 압축되면 이후보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민주당이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거나 연고가 있는 인물들이란 점이 한나라당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정몽준 의원(울산·경남)과 박근혜 한국미래연합대표(대구·경북), 이한동 전 국무총리(중부권) 등은 한나라당의 안방에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인물들이다.
정치적 야망 접고 누가 양보할 것인가
대안을 찾아 나선 민주당 내 중도파 인사들과 반노 및 비노 세력들의 생각도 크게 틀리지 않다. 김원길 의원 등과 탈당을 논의했던 민주당 한 인사는 “후보등록일인 11월26일과 27일을 전후해 후보단일화를 이룩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이전에 통합신당을 통한 후보단일화도 가능하다. 그 경우 경선 등을 통해 지난 4월의 노풍(盧風)을 능가하는 흥행 대박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후보단일화의 길은 멀다. 험한 고빗길을 수없이 넘어야 한다. 지난 7월과 8월 민주당은 반창연대를 위해 온갖 방정식을 다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노후보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정의원은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모험을 피했다. 후보단일화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누가 양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50대 중·초반으로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이들이 선뜻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차기’를 보고 끝까지 레이스를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민주당 당직자 K씨는 “지지율 차가 클 경우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97년 대선 때 당선권에 들어선 DJ와 한참 뒤진 JP의 위상이 DJP 연대 합의를 쉽게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개헌(분권형 대통령제) 등 이면합의를 통해 권력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경우 ‘윈-윈(win-win)’구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각자 신당을 창당한 후 이를 통합, 경선에 나선다면 제2의 노풍 또는 정풍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후보단일화를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민주당을 둘러싼 대선지형은 노무현 신당, 정몽준 신당, 이한동 전 총리와 박근혜 의원 중심의 중도신당 등 크게 세 갈래의 줄기로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탈당추진파 인사들의 향배도 변수다. 이들은 잠시 탈당을 미룬 채 정몽준 의원과 이 전 총리와 접촉을 시도하며 대선방정식을 계산중이다. 이들이 탈당을 감행할지 여부는 계산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행한다면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초·중반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묘하게도 이 시기는 정의원이 신당창당에 나설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추석연휴 이후 노후보와 정의원의 지지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향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라는 승부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예측하기에는 길지 않은 대선 장정 속에서도 아직 너무 많은 시간과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진단이다.
노후보측은 진화작업의 한 축을 한화갑 대표가 담당한 것을 주시한다. ‘한화갑 사주설’의 출발점이다. 김-박의원 모두 한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이란 점이 의혹을 부채질했다. 한대표측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이를 부인했다. 탈당 움직임은 일단 ‘타이밍’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전열이 정비되는 10월 초 탈당 깃발은 다시 펄럭일 가능성이 높다.
최명헌 박양수 의원 등 자칭 구당파 비노(非盧)성향 그룹도 독자적인 신당 추진 등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역시 지향점(정권재창출)은 같지만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중도파의 탈당 움직임과 노후보 중심의 선거대책위 구성을 싸잡아 비난한다. 반면 노후보측은 이에 아랑곳 않고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 선대위 구성도 예정대로 강행할 태세다. 내홍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재집권 불안감이 당 혼란의 원인?
각개약진의 흐름 뒤편으로 당권을 둘러싼 파워게임도 감지된다. 현재 당권은 형식적으로 한대표가 쥐고 있다. 그렇지만 집단지도체제라는 한계 때문에 다른 세력의 흔들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대표는 9월13일 “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노후보의 제의를 거절했다. 후보의 ‘프리핸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한 갈등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른 한쪽에서는 ‘DJ 차별화’란 명분으로 또 다른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김상현 의원과 정대철 최고위원이 일으킨 이 ‘신풍’은 한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 신파를 거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13일 “동교동 가신들은 노후보 주변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한대표와 측근들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에 문희상 대선기획단장 등 DJ가신 출신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노후보 캠프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내홍과 분란의 양태는 다르지만 이런 혼란을 몰고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권재창출에 대한 불안감이다. 한대표가 “노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져 당이 혼란에 빠졌다”고 직공할 정도다. 탈당과 신당창당에 나선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위기감은 보다 확실해진다. 김원길 의원은 탈당 카드를 들고 나선 이유에 대해 “지금 구도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상규 의원도 같은 말을 한다.
두 사람은 노후보든 정몽준 의원이든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에게 세를 몰아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탈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노후보의 독주를 못마땅해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는 당내 세력은 모두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한다. 통합신당을 통해 노무현-정몽준-이한동 3자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양수 의원 등 소위 구당파들은 “1997년 DJP 연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후보로는 안 되니 정몽준 의원 등 반이회창 연합군을 형성하자”는 주장이다. 연초부터 민주당을 지배했던 후보단일화가 다시 정권재창출의 핵심 화두로 등장한 배경에는 위기를 돌파하고 역전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처절한 생존본능이 숨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바람대로 후보단일화는 가능할까. 후보단일화가 되면 한나라당 이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반이회창 세력을 하나로 묶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대선지형은 급격하게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 대목에 가장 예민하다. 최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여권의 움직임과 흐름을 분석, 김영일 사무총장에게 ‘상황보고’를 했다. 정의원은 민주당의 내홍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정권재창출을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14일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대선전략회의에서 “백지(白紙)신당을 만들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된 청와대가 김대중 대통령의 직계 일부를 탈당시켜 새로운 당을 만들고 나중에 민주당과 통합하는 수순을 밟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정의원의 정보를 공유한 흔적이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한나라당의 부담은 밑으로 내려올수록 커진다. 한나라당 당직자 L씨는 “이후보에게 남은 악재는 단 하나, 반창(反昌)세력의 후보단일화”라고 말한다. 그는 “여권이 후보단일화에 성공, 대선구도가 양자대결로 압축되면 이후보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민주당이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거나 연고가 있는 인물들이란 점이 한나라당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정몽준 의원(울산·경남)과 박근혜 한국미래연합대표(대구·경북), 이한동 전 국무총리(중부권) 등은 한나라당의 안방에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인물들이다.
정치적 야망 접고 누가 양보할 것인가
대안을 찾아 나선 민주당 내 중도파 인사들과 반노 및 비노 세력들의 생각도 크게 틀리지 않다. 김원길 의원 등과 탈당을 논의했던 민주당 한 인사는 “후보등록일인 11월26일과 27일을 전후해 후보단일화를 이룩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이전에 통합신당을 통한 후보단일화도 가능하다. 그 경우 경선 등을 통해 지난 4월의 노풍(盧風)을 능가하는 흥행 대박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후보단일화의 길은 멀다. 험한 고빗길을 수없이 넘어야 한다. 지난 7월과 8월 민주당은 반창연대를 위해 온갖 방정식을 다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노후보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정의원은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모험을 피했다. 후보단일화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누가 양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50대 중·초반으로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이들이 선뜻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차기’를 보고 끝까지 레이스를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민주당 당직자 K씨는 “지지율 차가 클 경우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97년 대선 때 당선권에 들어선 DJ와 한참 뒤진 JP의 위상이 DJP 연대 합의를 쉽게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개헌(분권형 대통령제) 등 이면합의를 통해 권력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경우 ‘윈-윈(win-win)’구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각자 신당을 창당한 후 이를 통합, 경선에 나선다면 제2의 노풍 또는 정풍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후보단일화를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민주당을 둘러싼 대선지형은 노무현 신당, 정몽준 신당, 이한동 전 총리와 박근혜 의원 중심의 중도신당 등 크게 세 갈래의 줄기로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탈당추진파 인사들의 향배도 변수다. 이들은 잠시 탈당을 미룬 채 정몽준 의원과 이 전 총리와 접촉을 시도하며 대선방정식을 계산중이다. 이들이 탈당을 감행할지 여부는 계산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행한다면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초·중반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묘하게도 이 시기는 정의원이 신당창당에 나설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추석연휴 이후 노후보와 정의원의 지지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향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라는 승부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예측하기에는 길지 않은 대선 장정 속에서도 아직 너무 많은 시간과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