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다룬 영화 ‘품행제로’의 한 장면
나이키 우리나라 최초의 명품 브랜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듯한 역동적인 붉은 마크는 당대 청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나이키의 출현으로 범표 타이거, 말표 까발로, 기차표 월드컵, 종표 슈퍼카미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표’ 운동화들은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나이키(Nike) 를 흉내낸 나이스(Nice)도 화제를 모았다.
디스코바지 허리에서 히프선을 살려준 후 아래로 내려올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 일명 ‘디스코바지’는 그 시절 가장 유행한 패션 아이템이었다. 여자들은 어깨에 두툼히 ‘뽕’을 넣어 각을 살린 박스 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종아리 아래로 ‘착’ 달라붙는 디스코바지를 입은 채 거리를 누볐다. 디스코바지의 인기는 남북 국경도 넘어, 1989년 평양을 찾은 임수경양이 디스코바지(북한식으로는 ‘쫑때바지’)를 입은 것을 보고는 북한 인민들 사이에서도 디스코바지가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롤러장 80년대 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유로 댄스 열풍이 ‘롤러장’에 불었다. ‘모던 토킹’과 ‘런던 보이스’의 음악들은 그 무렵 ‘롤러장’에서 지치지도 않고 흘러나왔다. 핑클 퍼머와 두 장 겹쳐 입은 티셔츠, 죠다쉬 청바지로 멋을 부린 아이들은 ‘런던 나이트’의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잘나가는’ 학생들은 공중 두 바퀴 반 점프를 성공시켜 인근 학교에까지 선망의 대상이 됐다.
맥가이버 누구나 한번쯤은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불렀다. 머리가 좀 긴 남자 아이들의 별명은 하나같이 ‘맥가이버’였다. 바야흐로 외화 시리즈의 전성기였다. ‘전격 Z 작전’과 ‘맥가이버’ 외에도 ‘에어 울프’ ‘천사들의 합창’ ‘A특공대’ ‘말괄량이 삐삐’ ‘코스비 가족 만세’ ‘V’ 등 갖가지 외화가 인기를 모았다.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이 실은 유명 포르노 배우라는 소문이 돌아 학생들이 멕시코 잡지를 구하기 위해 명동 거리를 뒤지는 등 당시 외화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간식 거리였던 ‘뽑기’
학생들의 책받침을 장식했던 주윤발
애국조회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교과서 첫 장에는 어김없이 국민교육헌장이 인쇄돼 있었고, 모든 국민은 비장한 애국자였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아침이면 ‘국민체조’로 체력을 단련했고, 오후 5시에는 온 동네에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내려가는 태극기에 경례를 붙였다. 매주 월요일에는 전교생이 모이는 ‘애국조회’가 열렸는데,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언제나 누군가 한 명이 쓰러진 뒤에야 비로소 끝나곤 했다.
죠다쉬 청바지계의 ‘나이키’는 단연 ‘죠다쉬’였다. 바지 뒷주머니에 말 머리 문양이 수놓여 있는 남빛 죠다쉬 청바지는 당시 ‘잘나가는’ 학생들의 필수품이었다. ‘롤러장’에 가면 가죽 재킷을 허리까지 걷어 올린 채 말머리를 흔들며 현란한 점프를 선보이는 당대의 ‘킹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엉덩이에 뛰는 말(죠다쉬), 발목에 무지갯빛 파라솔(아놀드 파머), 발등 옆에 붉은 부메랑(나이키)만 있으면 세상에 거칠 것이 없었다.
학생들의 책받침을 장식했던 소피 마르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했던 가수 이문세씨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리그에서 우승한 OB 베어스
회수권 버스 카드가 없던 시절, 학생들은 요란한 원색으로 만들어진 종이 회수권을 썼다. 버스 운전기사의 눈만 속이면 차비는 얼마든지 덜 낼 수 있었다. 회수권을 ‘조작’하는 각종 기술이 난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장 회수권 11장 만들기’. 10장 묶음의 회수권을 절취선보다 약 2~3mm씩 안으로 자르면 쉽게 11장이 만들어졌다. 용기 있는 축들은 절반으로 자른 회수권을 구기고 접어 꼬깃꼬깃하게 만든 다음 요금통에 던져넣거나, 당시 막 등장한 컬러 복사기를 이용해 아예 회수권을 위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