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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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보다 속죄하는 삶 더 무서운 형벌”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09-15 1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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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보다 속죄하는 삶 더 무서운 형벌”
    “일본 헌법 제36조는 잔인한 형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형은 잔인한 형벌임이 틀림없습니다. 사형집행명령서에 서명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상혁 변호사(69)가 9월8일 일본에 보낸 공문 내용이다. 이변호사는 30년 넘게 재소자 교화활동과 사형폐지운동에 힘써온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장. 사형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변호사협회가 이달 중 사형이 집행될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해와 그는 일본 법무대신에게 이 같은 간곡한 요청을 보냈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7년째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현재 60여명의 사형수가 있는 일본은 해마다 사형집행을 해오고 있거든요.”

    ‘사형과 인권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 이변호사의 굳은 신념이다. 이변호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존엄한 인간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절대적인 악”이라고 강조한다. 사형제도 폐지 대신에 그가 주장하는 것은 절대적 종신형. 자연사할 때까지 형을 복무하게끔 하는 것이다.

    “유영철 사건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 여론 조성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평생 갇힌 공간에서 노역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속죄하는 생을 살도록 하는 게 오히려 더 무서운 형벌일 수 있습니다.”



    일본변호사협회는 오는 10월7일 미야자키현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회의를 개회한다. 이 회의 준비차 9월13일부터 사흘간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등 사형제도 없는 인권국가를 향해가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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