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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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발휘+인센티브 영업직 도전해봐

올 상반기 채용공고 26.5%가 영업 분야 … 이익 창출 영업 경력사원 우대 분위기도 한몫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09-16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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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 발휘+인센티브 영업직 도전해봐

    수익 창출에 기업의 사활이 걸리면서 능력 있는 ‘영업맨’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졌다.

    방송사 PD였던 박모씨(27)는 얼마 전 외국계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변신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케이블방송사에 들어갔지만 연봉이 기대에 미치지 않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 8월 입사한 박씨는 “연봉도 높고 인센티브까지 있는 데다 의약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도 쌓을 수 있어 제약영업에 매력을 느낀다”며 기대에 차 있다.

    영업사원이 뜨고 있다. 2004년 상반기 해태제과가 4년제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영업사원 채용공고를 내자 50명 모집에 1500명이 몰렸을 정도다. 박씨 또한 50대 1에 이르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는 “입사동기 40명 중 절반은 여성”이라며 “의학 지식을 갖춘 간호대 출신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경기불황과 청년실업난이 가중된 요즘 기업의 영업사원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대학졸업자들의 지원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모집 직종은 영업직으로 전체 채용공고의 26.5%를 차지했다(표 참조). 다른 업종들은 불황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채용 건수가 줄어든 반면, 오히려 영업직은 5% 늘어났다. 인크루트 최승은 팀장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요즘 성과를 올린 만큼 소득을 얻는 영업직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갈수록 전문화돼가는 영업 분야에서 기량을 쌓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고유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능력 발휘+인센티브 영업직 도전해봐
    케이블방송사 PD 접고 제약회사로 이직

    기계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양석민씨(30)는 해양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연구개발직으로 입사했으나 영업 분야를 자원했다. 양씨는 “요즘 전문지식과 영업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술영업에 대한 이공계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며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몇 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 발주를 따내는 일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업 분야에서 가장 전망이 밝다고 손꼽히는 분야가 바로 기술영업이다. IT(정보기술)나 전자업계 등 첨단기술 산업체에서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기업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펴는 것이 바로 기술영업.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이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사기획팀 최승철씨는 “이공계 전공자 가운데 국제적 감각과 적극성을 지닌 이들을 기술영업 인력으로 키우고 있다”며 “금전적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의 인재관리와 교육 등이 기술영업직에 집중되는 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보험영업도 점차 ‘아줌마’ 보험설계사에서 대졸 영업사원으로 바뀌는 추세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의 경우 아예 ‘4년제 대학 졸업, 2년 이상의 영업경력’을 가진 인력만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기획실 정성훈 과장은 “소비자 수준이 높아지고 보험 상품 내용이 복잡해지면서 인생 설계까지 해줄 수 있는 영업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3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공인회계사·보험계리사·금융위험관리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대거 지원해 보험업계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정과장은 “신입사원 절반이 영업 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며 “몇 년 뒤 영업소장 등으로 발령받아 영업 현장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회사들도 최근 들어 명문대 졸업생들이 대거 몰려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릴리 양현석 차장은 “최근 입사하는 신입 영업사원들 중 70% 정도가 서울에 있는 명문대 출신”이라고 전했다.

    대졸자들의 제약영업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제약영업의 전문성이 이전보다 강화돼가고 있는 점과도 연결된다. 의약정보 담당자를 양성하는 MR(Medical Representatives)제도가 도입되면서 제약영업이 전문 능력을 갖춘 영업활동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동아제약 성수기 과장은 “최근 국내시장에 진입한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고, 급여 수준도 향상시키면서 저변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능력 발휘+인센티브 영업직 도전해봐

    과거 3D 직종이라 불리던 영업직이 최근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다.

    능력 있다 소문난 사람 스카우트 전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약 영업사원들이 꼽는 매력 포인트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동아제약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방석준씨는 “내근 업무를 하는 입사동기들보다 70%까지 많이 받는 때도 있다”며 “최근 마케팅 부서로 발령받았는데, 영업활동을 했던 때보다 월급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사회 초년생의 영업직 지원이 크게 증가한 까닭은 기업 내 영업사원 출신들의 약진과 무관하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수익 창출을 최우선시하면서 영업 경력이 있는 임원이 최고경 영자(CEO)로 발탁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연구개발 경력만 쌓는다면 연구소장까지는 진급할 수 있지만, 기술영업 경험까지 갖췄다면 CEO까지 노릴 수 있는 셈.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닥쳐도 영업사원은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한다.

    헤드헌터 업체 HR코리아 박미정 부장은 “능력 있다고 소문난 영업사원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박부장은 “얼마 전 연봉 3000만원을 받는 한 4년차 영업사원에게 국내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동시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국내기업은 3500만원, 외국계 기업은 8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해 외국계 기업으로 기울자 다급해진 국내기업이 MBA 유학 티켓을 제시한 일이 있었다”며 일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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