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해외시찰로 물의를 빚은 한 공기업 감사가 5월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 2명이 미꾸라지를 뿌리고 있다.
전기공사 주변에서는 그의 사퇴를 둘러싸고 두세 가지 의혹이 나돌고 있다. 먼저 노조와의 갈등설이다. 한국야쿠르트 노조위원장 출신인 그는 전기공사 취임 후 ‘노조도 개혁해야 한다’는 소신을 고집했고 이 때문에 갈등이 심했다. 다른 하나는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상위기관과의 갈등설이다. 전기공사 측은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배전설비 운영권을 놓고 한국전력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기공사 측은 이 운영권을 따내겠다는 생각이고,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김 전 감사였다.
사생활과 관련한 얘기도 나온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그에 대한 잡음이 들려 내사해온 것으로 안다”며 내사설을 거론했다. 전기공사 측 한 관계자는 “연초 청와대 민정실에서 김 전 감사가 평일에 골프를 쳤는지, 이권에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노조·상위기관과 갈등설도
민정실의 내사에도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루머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전 감사가 근무시간에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등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 여권 핵심부가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감사의 전격 사퇴가 사생활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전기공사 측이 제기하는 사퇴배경도 비슷하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감사란 조직원의 복무 기강을 감찰하는 자리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복무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켰으니 도덕적으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주간동아’는 이를 토대로 김 전 감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김 전 감사는 알려지지 않은 ‘노(盧)의 남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야쿠르트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전 감사가 1988년 결혼식을 올릴 때 주례를 선 사람이 노 대통령이었다. 김 전 감사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노동특보’로 활동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사회조정2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승승장구하던 김 전 감사는 2006년 3월 골프금지령 속에 골프를 친 것이 파문을 일으켜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6년 6월 노 대통령은 사건 이후 칩거하던 김 전 감사를 전기공사 감사에 임명했다.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김 전 감사는 취임 후 의욕적으로 일했다. 부임하자마자 굵직굵직한 전기공사의 숙원사업을 하나 둘 해결했다. 전기공사 관계자들이 좀처럼 만나기 힘든 산업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도 수시로 만났다. 전기공사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측근이라 다르다”며 “차라리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발령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최근 3000억원에 이르는 배전설비와 관련한 한국전력과의 기싸움에서도 김 전 감사가 선봉에 섰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김 전 감사의 사퇴 배경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감사들의 자질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그가 극도의 보안 속에 사퇴한 점에 주목한다. 그의 사퇴 배경을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것. 김 전 감사가 참여정부 코드인사의 대표적인 수혜자라는 측면에서 참여정부 인사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 전 감사의 사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불가피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