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활동 경험자들은 ‘주고 오는 것’보다 ‘얻어 오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br> 아프리카 토고에서 활동 중인 봉사단원들.
하지만 자신의 인생 중 가장 값진 시기로 해외봉사 기간을 꼽는 대학생들도 있다. 국제청소년연합(IYF)에서 주관하는 ‘굿뉴스 코어 해외봉사단’(Goodnews Corps·GNC)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이들이다. GNC는 1년간 현지에서 생활하며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을 체험하고 돌아오는 순수 봉사활동 프로그램. 영어는 기본, 현지어도 습득해야 하며 자신의 장기(長技)를 살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하나같이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해외 오지 청소년들의 선도·교육 맡아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자용(24) 씨는 “아프리카 사람이 다 됐다”고 고백했다.
“아프리카에 간다고 결정됐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영어가 서툰 것은 물론, 그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흑인 아이들이 무섭게 느껴졌지만, 차츰 말이 트이자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우리네 웃음과 전혀 다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보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어요.”
1년이라는 비교적 넉넉한 시간 덕분에 GNC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다채롭게 진행된다. 대학생 봉사단원들은 현지에서 컴퓨터나 태권도 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선도, 빈곤·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봉사 및 기술교육 등 빈곤 지역 내 청소년의 조언자 구실을 한다. 과거 대학생들의 필수 코스였던 ‘농활’이나 ‘야학’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와 더불어 캠퍼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대학생들간 교류가 이뤄지고,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부수적 효과도 낳고 있다. 여가시간에는 오지여행이나 무전여행을 통해 개인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기독교 단체라 선교활동이나 채플강연도 포함돼 있지만, 필수 과정은 아니다.
도기권 IYF 회장은 “절제된 생활을 통해 대학생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봉사활동을 통한 ‘청소년 자아실현 프로젝트’라는 설명.
“수박 겉핥기식 봉사가 아니라 아프리카나 인도 등 오지에서 현지인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활동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는 고마움을 모르던 학생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시련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앙심도 두터워지고, 나약했던 의지도 추스를 수 있습니다.”
GNC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IYF가 1995년 미국에서 문제아로 찍힌 교포 학생들을 한국에 데려와 지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이민 1.5세대나 입양 청소년들은 모국에서의 봉사활동 및 또래 학생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 이것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형태로 확대, 발전된 것.
2001년 11명으로 시작된 해외봉사단 파견은 2003년 58명, 2004년 111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2005년에는 235명, 2006년에는 전 세계 60여 개국 551명, 올해에는 무려 700여 명이 해외 각지로 파견돼 활동 중이다. 이제 GNC는 대학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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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소통·음식 적응 안 돼 고생하기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현지에서 청소년 선도활동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을 벌인다. 남아메리카 페루에서 활동 중인 봉사단원들.
참가자를 힘들게 하는 첫 번째 난제는 언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들이 주요 활동지이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현지어를 배워야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답답해하던 참가자들도 “3개월 정도 꾸준히 노력하면 영어는 물론 현지어까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이의 패기가 가져다준 축복이다.
현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문화에 난감한 상황도 생긴다. 지난해 인도에 다녀온 박혜숙(24) 씨는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 문화와 용변 후 뒷물을 해야 하는 생활습관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네팔에 갔던 최상훈(25) 씨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군불을 때 난방을 하는 등 말로만 듣던 1960∼70년대 한국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토고에 다녀온 서형규(25) 씨의 경우 “처음엔 음식 때문에 고생이 심했지만, 극복하고 나니까 현지인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에 간 학생들은 그곳 사람들의 냉담한 모습에 마음이 상했지만, 그들이 결국 마음을 열어 보이는 순간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한결같이 이타정신과 가족 및 국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라고 고백한다. 시련을 통해 나약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됐음은 물론이다.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일도 봉사단원들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2006년 남아공에 다녀온 GNC 단원들은 요하네스버그 대학에서 열린 ‘2006 국제학생축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사관과 한인 상가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전통음식, 한복, 태권도를 소개한 것이 주효했던 것.
자녀를 통해 GNC를 경험한 부모들은 대부분 이 프로그램의 열혈 지지자가 됐다. 특히 가출이나 게임중독 등 방황하는 자녀를 이 프로그램에 참가시킨 부모들이 그렇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잃었던 자녀를 되찾았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IYF 관계자들은 문제 청소년들이 사회에 필요한 일꾼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고, 목표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이들에게 희망과 인생의 목표를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청소년 자기수양’의 무대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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