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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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국제행사 유치만 하면 다인가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5-2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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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굵직한 국제행사 유치만 하면 다인가

    4월17일 2014 아시안게임 개최지가 인천으로 확정되자 인천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국제행사 유치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국민, 특히 행사 유치에 일등공신 구실을 한 지역 주민들이 한껏 고무돼 있다. 행사를 유치한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발전과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며 자축하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그리고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 여수국제박람회,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치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많은 연구·준비 없으면 돈만 쏟아부은 ‘피라미드’식 투자 될 수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러면 왜 대전세계박람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서울올림픽, 부산아시아경기대회, 한일월드컵 등과 같은 굵직한 행사를 치른 한국이 1995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2만 달러 고지를 넘지 못하는가. 또 그로 인해 대전 부산 등이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는가.

    국가가 부강해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전히 환영받는 방법은 자본스톡을 늘리는 것이다. 자본스톡 증가는 기본적으로 투자 증가로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소득 증가도 중요하지만 현대경제학에서는 고용 증가를 더 중시한다. 그래서 수출이 아무리 늘고 소비지출이 증가해도, 이것이 투자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면 국가경제는 시동이 걸리다 마는 낡은 자동차나 다름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국제행사 유치는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면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투자에도 좋은 투자가 있고 나쁜 투자가 있다. 과시성 일변도 투자인 피라미드는 나쁜 투자이고, 과시성에다 실용성을 가미한 콜로세움은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투자다. 콜로세움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투기장으로, 서기 80년에 건설돼 300여 년 동안 수많은 맹수와 검투사의 사투로 로마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 인근에 설치된 지하철역 때문에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후손에게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려준다.



    이에 반해 피라미드는 어떤가. 이집트 나일강 서안 연변에 흩어져 있는 피라미드는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 믿는 절대군주 파라오의 권력 상징으로, 또 부활할 때까지 안식할 집으로 지어진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10만명이 20년에 걸쳐 건조한 것이라고 기술했을 만큼 엄청난 규모를 가진 대피라미드가 건축되는 동안에는 국민소득의 근원이 되는 부가가치가 꽤 창출됐겠지만 이후로는 영 ‘아니올시다’다.

    우리가 애써 유치한 국제행사로 지어질 시설물이 콜로세움 같은 고부가가치 창출형 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한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을 비롯한 월드컵 경기장이 지금 어떤 용도로,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살펴보기만 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에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가 서울올림픽 4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처럼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잠깐 세워주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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