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이란,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정품으로 오인하도록 위조한 약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고 있는 가짜 약의 정의는 ‘정품의 제품명을 도용하고, 포장·제조원료 등을 불법적으로 위조해 정품으로 오인되도록 제조한 약’이다. 더불어 약국이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구입해서 복용하는 약을 ‘불법유통 약’이라 한다. 때문에 불법유통 약에는 정품 약이나 가짜 약이 포함될 수도 있다. 불법유통 약은 주로 인터넷이나 남대문시장, 성인용품점, 잡화상 및 일부 슈퍼마켓 등에서 은밀하게 판매된다.
2. 불법 약 유통실태 및 유해성
가짜 비아그라 제조 현장.
국내 가짜 약의 규모는 안타깝게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가짜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와 위궤양 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의약품이 밀수나 불법 제조의 과정을 거쳐 인터넷 사이트, 종합시장, 보따리상, 성인용품점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만큼은 부동의 사실.
가짜 비아그라의 경우 국내 사회 뉴스의 단골 기사로 등장할 만큼 밀수 및 불법 유통이 만연돼 있다. 최근에는 가짜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도 적발되고 있는 현실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외에도 올해 초 GSK의 위궤양 치료제인 잔탁의 가짜 약 90여만 정을 불법 제조한 업자가 검거되는 사건도 있었다. 또 2003년 9월에는 한국얀센의 먹는 무좀약 ‘스포라녹스 캅셀(100mg)’의 가짜 약을 울산 시내 약국에서 판매한 유통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가짜 약에는 이 약의 주성분인 ‘이트라코나졸’은 전혀 없고, 설탕과 전분의 혼합 과립만 들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슈의 먹는 비만치료제 ‘제니칼’도 중국산 가짜 17만7000정이 밀반입되다 적발되는 등 가짜 약 문제는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잡지에 실린 가짜 비아그라에 관한 기사.
전 세계적으로도 가짜 약 문제의 심각성은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약의 10% 이상, 개발도상국의 경우 25%가 가짜 약으로, 연간 전체 가짜 약 시장 규모는 460억 달러(약 46조원)를 넘는다. 이러한 가짜 약의 생산지는 대부분 아시아나 남미 지역의 무허가 공장이다. 큰 규모의 인프라나 설비가 필요치 않은 까닭에 소규모 주택지역이나 일반 가정, 심지어 뒤뜰 또는 나무 그늘에서 가짜 약이 제조되고 있는 것. 가짜 약 제조에는 범죄조직이 연계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경우 일부 제약회사까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약사에 재직했던 직원들에 의해서도 가짜 약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짜 약이 조직적·지능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정교함의 측면에서도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듯 불법으로 제조된 가짜 약이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고, 장·단기적으로는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짜 약은 정품과 다른 성분이 들어 있거나 배합된 성분의 양이 다를 수 있어 올바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알레르기나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가짜 약의 부작용은 예상을 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 2001년 중국의 한 TV 저녁 뉴스는 그해 중국에서 가짜 약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 수가 10만명을 넘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가짜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의심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정확하게 판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미 복용된 약에 대해 정품 유무를 판별할 수 없으며, 가짜 약에 포함된 일부 정품 유효 성분으로 인해 사체 부검시에도 정품의 유효 성분이 검출될 수 있어 가짜 약의 유해성은 현실보다 축소되거나 왜곡되어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불법유통 약
좋은 약의 올바른 처방과 복용은 국민건강을 위해 중요한 지침이며, 정부 역시 이를 위해 의약품의 제조·유통에 관한 내용을 법으로 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약국 판매가 금지된 약이나 복약 지도가 필요한 의약품 등이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음료 도매상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임의로 판매되고 있는 게 현실.
불법 유통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는 한 음료 도매상.
대한약사회가 2004년 11월과 2005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자체적으로 약국 이외의 의약품 불법 판매점을 단속한 결과, 총 191개 업소가 의약품 불법유통 혐의로 적발됐다. 특히 일부 판매점은 부작용으로 인해 약국 판매가 금지된 PPA(페닐프로판올아민으로 식욕 억제, 교감신경 항진제 등의 약제로 사용되는 물질) 함유 의약품은 물론이고 ‘유효기간이 지난 약’, 가짜 약 등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이 큰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불법 판매 약품에 대한 실태 파악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3. 막 오른 ‘불법 약’ 추방 캠페인
대한약사회는 6월16일 열린‘불법 약 추방 캠페인’ 대국민 선포식에서 가짜 약의 상징인 대형 샌드백을 두드리는 펀칭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살펴보면, 대한약사회는 5월 가짜 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6월16일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고 불법 약의 유해성을 알리는 ‘대국민 선포식’을 했다. 더불어 현재 포스터, 심벌, 광고지 등을 약국에 비치하는 등, ‘약국 캠페인’을 벌이고 불법 약 신고 채널인 ‘불법 약 온라인 신고센터’(www.drug112.or.kr)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 가짜 약 실태를 파악하는 ‘가짜 약 연구 보고서’를 연내로 작성하는 등 불법 약 뿌리 뽑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여러 나라도 ‘불법 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약 근절을 위해 직·간접적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02년 제네바 1회 행사를 시작으로 2005년 3월 제2회 세계가짜약근절포럼이 파리에서 개최되어 가짜 약 추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도 2003년 7월 위조 약품 전담반을 전격 구성했다.
국내에서도 식약청이 2005년 중점 추진 정책목표 및 이행과제 중 의약품 분야의 가장 큰 과제로 ‘발기부전 치료제 등 부정 의약품과 불법 유통의 근절’을 채택할 정도로 가짜 약 근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한약사회가 주관하는 ‘불법 약 추방 캠페인’은 실질적인 불법 약 퇴치 노력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약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절 활동도 활동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철저한 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불법 약 공급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음을 방증해주는 까닭이다.
4. 불법 약 대처는 이렇게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거래 모습.
대한약사회가 약국이 아닌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가 본인이 구입한 약이 ‘정품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32%), ‘정품이 아니다’(23%)의 순으로 응답해 약국 외에서도 얼마든지 정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불법적인 경로로 구입하거나 얻은 약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것으로, 자신의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보상치료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갈수록 국외여행이 많아지면서 여행객이 외국에서 구입하는 의약품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국외여행 때는 의약품을 관광상품으로 인식해 무분별하게 불법적으로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한약사회와 GPHF(독일약품건강기금)가 제안하는 ‘일반 소비자 및 관광객을 위한 가짜 약 대처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불법 약 온라인 신고센터’의 초기 화면.
오픈 한 달 남짓해서 80개 이상의 신고가 접수되는 등 참가 열기가 한여름 더위만큼 뜨겁다. 신고센터 이용법도 매우 간단하다. http://www.drug112.
or.kr에 들어가 ‘불법 약 온라인 신고센터 바로가기’를 누르고 ‘신고하기’ 메뉴에 따라 신고하면 된다. 간단한 실명조회 후 신고내용을 기입하게 되는데, 추후 수사 및 제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상품명, 판매처 상호명 및 주소(구/동), 인터넷 사이트, 스팸메일, 가짜 약을 광고한 신문/잡지명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물론 신고자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보장된다는 것이 대한약사회 측 설명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번 신고센터가 신고 접수 단계부터 상황 종결까지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했다는 것. 불법 약 온라인 신고센터에 올라온 각종 신고는 대한약사회의 ‘불법 약 추방 운동본부’에서 1차적으로 신고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사안별로 식약청과 검경 등 해당기관에 고발 조치나 수사 요청을 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신고접수, 수사 공조, 수사 결과에 대해 제보자에게 신속하게 알려주는 ‘3-포스트 시스템(3-Post System)’을 도입, 더욱 적극적인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 불법 약 추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이영민 불법 약 추방 운동본부장은 온라인 신고센터와 관련,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불법 약을 추방하고 가짜 약의 유해성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고자 범국민 대상의 신고센터를 열게 됐다”며 “불법 약에 대한 신고뿐 아니라 국내외 불법 약 추방운동 현황 및 정품 의약품 구별법 등 양질의 정보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국민건강에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사고 발생 후 우리는 늘 한국인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지적한다. 사람의 건강은 물론 생명과도 관련 있는 약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약은 단연 비아그라다. 가짜 비아그라는 불법 제조해서 유통시키는 업자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불법적으로 구입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아그라 판매사인 한국화이자제약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짜 비아그라 복용자 중 80%가량은 본인이 복용한 비아그라가 정품인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심하게는 가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정품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 기회만 있으면 구입하고 복용하고 있는 것.
비아그라는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진단받고 적절한 용량과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데, 처방전도 없이 약국 아닌 곳에서 샀다면 100% 가짜라고 보면 된다. 이런 경우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2005년 1월 관세청에서 발표한 가짜 비아그라 밀수 적발 건수를 살펴보면, 2004년 한 해에만 총 318건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밀수로 적발되는 보따리상의 70~80%가 가짜 비아그라 밀수범이다. 이들이 숨기고 있는 가짜 비아그라의 양은 적게는 30~500정이며, 많게는 2000~4000정에 이른다. 단속 및 처벌이 약하다 보니 동일인이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재범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속옷이나 허리띠, 양말 등을 이중으로 착용해서 가짜 비아그라를 숨기기도 하고 복대나 신발 밑창,일반 알약에 첨가하는 등 숨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대량 밀수한 경우에는 컨테이너·트레일러 등을 개조, 비밀공간을 만들어 화물의 형태로 들여오거나, 특송화물로 위장해 해상 밀수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미국 화이자제약은 가짜 약 추방을 위해 대부분이 전직 연방수사(FBI) 요원 출신인 45여명의 글로벌 보안담당팀을 구성, 전 세계에서 유기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한국화이자제약도 식약청·관세청 등 관련 당국과 약사회 등 보건의료 전문인을 대상으로 협조 요청 및 노력을 부탁하고 있으며, 비아그라·노바스크 등의 정품 구별법 홍보 및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국민 홍보 활동으로 가짜 약의 위험성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비아그라 PM(Product Manager·제품 담당 책임자)인 박명희 차장은 “국내에서 낱알 또는 병 포장 형태로 판매되는 비아그라는 모두 가짜라고 보면 된다”며 “병원 가서 처방전 받는 게 귀찮아서, 또는 창피하다는 이유로 아는 사람이나 시장 같은 곳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구입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과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