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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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겁나요”… 그럼 혹시 ‘다이어트 강박증’?

굶으면 빠지고 먹으면 찌는 ‘요요 현상’이 주된 원인… 심할 경우 대인기피·식이장애 우려

  • < 송찬휘/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

    입력2004-09-30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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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기 겁나요”… 그럼 혹시 ‘다이어트 강박증’?
    김민정씨(27·여)는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다이어트를 소홀히 한 적이 없는 ‘다이어트통’. 170cm의 키에 55kg 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그녀의 집착은 거의 병적일 정도다.

    하루를 포도 한 송이로 연명하며 목표 체중이 될 때까지 버티기는 기본이고, 휴일에는 하루종일 잠만 자며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법도 쓴다. 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고 며칠만 제대로 먹으면 체중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민정씨의 생활은 체중과의 숨바꼭질이 전부가 돼버렸다. 최근에는 좀더 효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고민하다 아미노산과 대사개선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는 슬리밍 제품을 바르고 랩으로 꽁꽁 감싼 다음 ‘다이어트 바지’까지 입는다.

    체중 감량에 대한 이런 강박증은 비단 민정씨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체중 감량에 목숨 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문제는 이들의 다이어트 강박증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계속된다는 점. 굶으면 빠지고, 먹으면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이 반복되면서 살을 빼는 것이 삶의 목표처럼 돼버린다. 이들에게 다른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과연 민정씨의 삶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먹기 겁나요”… 그럼 혹시 ‘다이어트 강박증’?
    민정씨의 경우에서 보듯, 다이어트 강박증은 심하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성격장애까지 동반한다. 자꾸만 회식자리를 피하다 대인기피증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까탈스러운 식성 탓에 주변에서 ‘신경과민’이라며 눈총 받는 사람도 있다.

    과연 강박증의 원인이 되는 요요 현상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기초대사량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신체가 체온을 유지하고, 숨을 쉬고,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가리키는 의학용어. 기초대사의 중단은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신체는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3분의 2만 기초대사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사람이 며칠간 음식을 먹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저장된 에너지를 기초대사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중을 줄인다고 평소 먹는 음식량을 갑자기 줄이면 신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밖에 없다. 기초대사량을 낮추는 것이 그것이다. 체내에 에너지가 고갈돼 세포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요요 현상은 다이어트가 끝난 후 다시 이전과 같은 음식량을 섭취하면서 발생한다. 이미 기초대사량은 다이어트 이전보다 훨씬 낮아져 있는데 같은 양의 음식을 먹으니 에너지가 남아돌 수밖에 없고, 에너지로 흡수되지 못한 음식물의 열량은 모두 지방으로 저장된다. 더욱이 한번 떨어진 기초대사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만큼의 열량은 계속 살로 축적된다. 식이요법만으로 살을 뺀 사람들이 급속히 원상태로 회복되거나 이전보다 살이 더 찌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복되는 요요 현상은 500g만 늘어나도 큰일난 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들에게는 반드시 다이어트 강박증을 불러일으킨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밥 슈바르츠 박사의 연구 결과, 체중 감량 후 요요 현상을 겪은 이들은 대부분 다이어트 강박 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절식으로 5kg을 줄인 후 다시 원래 체중보다 2.5kg 가량 더 늘어나자 절식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혔고, 심한 경우는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이어트 강박증은 식이장애뿐 아니라 심장병 발병률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츠버그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미국 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이어트 강박증에 걸려 요요 현상을 수차례 반복한 여성은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여성보다 콜레스테롤양이 8%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동전의 양면 같은 요요 현상과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에만 의존하는 다이어트 습관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식이요법에만 의존한 오랜 다이어트는 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이는 요요 현상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지나친 억제 심리를 없애는 것도 강박증에서 탈출하는 한 방법이다. 음식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다 보면 오히려 식탐은 더욱 심해지게 마련이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굶어야지’라고 생각하거나 한 끼를 포식하기 위해 하루종일 굶는 일을 예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루 세 끼를 꼭 챙겨 먹는 방식으로 식탐의 욕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처방으로 다이어트 강박증에서는 벗어났다 하더라도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다이어트 후 ‘요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운동은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감소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적당한 운동이 식욕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줄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 증가로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만 해도 기초대사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파워워킹(빠르게 걷기)이나 조깅 등이 특히 좋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맞고 평생 지속해도 무리가 없는 운동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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