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1.jpg)
이번 명단에 숨어 있는 히딩크 감독의 팀 구성 원칙은 크게 각 포지션의 복수화, 창조적인 공격과 안정된 수비 추구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정리될 수 있다. 포지션 복수화부터 살펴보자.
우선 3-4-3 전술을 팀의 기본 포메이션으로 전제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포지션마다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결장할 것을 대비해 두 명의 선수를 뽑았다. 골키퍼 세 명을 제외한 엔트리 20명이 기본적으로 6-8-6이란 중복 포지션 구성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2.jpg)
대신 히딩크 감독은 이미 송종국 유상철 등을 최후방 수비수로 세워본 후 합격점을 준 바 있어 만약의 경우 이들을 수비라인으로 배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수비라인은 98년 프랑스 월드컵(아시아 최종 예선과 본선)과 비교해 현영민 한 선수만 바뀐 것. 그만큼 안정과 서로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비중을 둔 선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3.jpg)
이에 비해 차두리는 타고난 스피드와 체력을 바탕으로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양쪽 윙까지 소화, ‘멀티’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4월20일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싱과 깜짝 득점으로 히딩크 감독의 고개를 끄떡이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현대 축구에서는 체력과 스피드가 최우선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전체적인 파워에서 밀리면 질 수밖에 없다”며 “차두리는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다. 또한 5개월간의 조련을 통해 득점력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말해 본선에서 그의 활약을 예고한 바 있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4.jpg)
그러나 안정환과 윤정환 두 선수는 예외적인 존재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고 있는 동안 중앙의 플레이메이커(또는 처진 스트라이커)를 윗꼭지점, 수비형 미드필더(주로 다비즈)를 밑꼭지점으로 하는 중앙의 강력한 다이아몬드 대형을 바탕으로 파워풀한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한국대표팀에서도 이런 기본적인 전술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팀에서는 이 다이아몬드라인을 충족시켜 줄 만한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를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딜레마였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5.jpg)
그러나 최종적으로 두 선수 모두를 껴안는 결단을 내렸다. 두 선수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재능을 가졌기 때문. 윤정환의 천재적인 패싱 능력, 안정환의 세리에A(이탈리아 1부리그) 경험과 날카로운 슈팅은 그들의 단점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윤정환이 붙박이 플레이메이커인 데 비해 안정환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날개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6.jpg)
엔트리가 확정됐지만 아직 마지막 과제는 남아 있다. 23명의 ‘재료’를 잘 조합해 가장 쓸 만한 ‘월드컵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를 위해 히딩크 감독은 5월2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계속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표팀을 만드는 데 전력할 예정이다.
그가 장담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대표팀을 선보이기 위해 가장 먼저 보완할 점은 세트플레이. 유럽이나 남미처럼 선수들간 사전 약속이 철저하게 준비돼 있는 축구 선진국에서 세트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높다. 한국대표팀은 지금까지 세트플레이를 통해 득점한 경우가 거의 없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플레이스킥(place kick)을 찰 만한 전문 키커가 없다는 것이 문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은 비공개 훈련을 통해 안정환 이천수 현영민 유상철 등에게 집중적인 프리킥 훈련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철제로 만들어진 모조 수비수를 넘겨 골 네트를 제대로 흔드는 선수가 없어 고민이 심각하다. 상대편이 ‘절반의 골’이라고 생각하는 프리킥이 한국팀에겐 무용지물이라니 감독으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히딩크의 마지막 고민 “전문 키커가 없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76_7.jpg)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파주에서 비공개로 열린 세트플레이 연습에서, 수비벽을 살짝 넘기는 직접 프리킥보다는 수비벽을 피해 한 선수가 볼을 옆으로 밀어주고 달려들던 2선의 선수가 슈팅을 날리는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밖에도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스위치플레이, 선수간의 컴팩트한 간격 조절 등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위한 전체적인 틀 짜기도 남은 훈련 기간에 주안점을 두게 될 또 다른 포인트다.
이제 자신의 색깔로 채색된 23명의 엔트리로 16강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히딩크 감독. ‘대한민국 축구가 뽑아낼 수 있는 최고 기량을 만들어내라’는 요구에 그가 작성한 답안지는 얼마나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과연 그가 제대로 된 옥을 가려냈는지는 한 달 뒤 본선무대에서 확실히 검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