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 쾌감 명중 온몸이 짜릿!](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01/200410010500033_1.jpg)
사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손맛을 볼 겸 해서 가족들을 모아놓고, 사격 조교처럼 “이번 주말엔 사격장을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까지 사뭇 긴장하면서도 좋아라 한다. 아내는 친정아버지한테 “내가 말야, 6·25 때 총에 맞아 귀가 잘리는 상황에서도 살아난 인생이라고” 하는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듣고 자랐기에 언젠가는 총대를 꼭 한 번 잡아보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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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클레이 사격대에 섰다. 제대하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몇 방 쏘아본 뒤로는 처음이다. 총을 들고 보니 어깨가 움츠러들고 내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긴장된다.
클레이 사격은 정조준하는 사격이 아니다. 대충 총구에 표적이 가렸다 싶으면 방아쇠를 당기는 ‘감’(感)의 사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클레이 사격용 총에 들어가는 실탄은 탄두가 한 알 박힌 군용 실탄이 아니라, 은단만한 납알이 300개 가량 들어 있는 산탄(散彈)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한 알의 총탄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엽총(獵銃)처럼 300개의 납탄이 뿌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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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클레이 사격은 날아가는 접시를 맞히는 경기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접시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경험으로 그런 줄 아는데, 이것은 스포팅 클레이(Sporting Clay)라고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띌 정도의 큰 접시를 깨는 경기가 따로 있다. 스포팅 클레이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클레이 사격에서 사용하는 표적은 지름 11cm로 손아귀에 잡힐 만한 작은 접시다. 이 표적을 진흙(clay)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클레이(clay) 사격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클레이 사격은 18세기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귀족들은 자유롭게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가 있었지만 평민들은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사냥을 하고 싶은 평민들은 비둘기를 날려 그것을 표적으로 사격을 했는데, 이것이 클레이 사격의 기원이 되었다. 이 때문에 클레이 사격의 진흙 접시를 피전(pigeon·비둘기)이라고 부른다. 좀 잔인하기는 하지만 클레이 사격은 처음부터 즐기기 위해 고안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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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사격은 14세 이상부터 혼자 쏠 수 있는데, 초등학교 6학년짜리 큰애는 코치의 지시에 따라 총을 들어올리고서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몸에 힘이 없어 개머리판의 반동에 몸이 출렁한다. 다섯 발째에서 처음으로 명중되었다. 우리는 손뼉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10발 정도 쏘자 제법 맛을 들였는지 큰애는 총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다음은 아내 차례다.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사대에 오르기를 주저한다. 사격 코치가 어깨에 총을 걸쳐주자 그제야 간신히 총열에 두 눈을 가지런히 맞춘다. 방아쇠를 한 번 잡아당기고 나서는 제풀에 놀란다. 귀마개를 하지 않았으니 총성에 기겁할 만도 하다. 세 방을 쏜 뒤로는 만사에 뜻을 잃은 듯한 태도다. 마치 마구 얻어맞은 사람 같다. 코치는 “사대엔 제 발로 오르지만, 마음대로 내려가지는 못합니다”고 엄포를 놓는다. 10발쯤 쏘고 나니 기진맥진이다.
나는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연달아 네 방을 맞혔다. 첫번째와는 확연히 달랐다. 쏠 때마다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 맞히고 나니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다. 마치 손끝에서 빠져나간 전류가 방아쇠를 거쳐 실탄에 실리고, 총구를 통과해 표적까지 닿은 듯하다. 비로소 손맛이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서 보니 큰애의 어깨는 피멍이 들어 있다. 개머리판이 어깨를 친 것이다. 녀석은 “총을 쏘고 온 것이 아니라, 총에 맞고 왔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내는 어깨뿐만 아니라 볼도 부은 것 같다면서 자꾸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래도 큰일 하나를 해치운 듯 뿌듯한 표정이다. 다음에 또 따라 나설 거냐고 슬며시 물으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평소에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 직장인들에게 권한다. 사격은 부권(父權)을 회복할 수 있는 드문 레포츠니 적절하게 활용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