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음악을 들으면 살이 빠진다고?” K씨(21)는 우연히 한 음반매장에서 ‘다이어트 음악’이라는 제목의 음반 하나를 발견했다. 평소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해 온 K씨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음반을 구입했다. 음반을 들어보니 뉴에이지풍 음악에 파도소리 같은 것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식욕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한 끝에 8kg 감량에 성공한 K씨는 이 음반이 자신의 다이어트 실행에 도움이 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기능성 음반’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살이 빠지는 음악, 피부가 좋아지는 음악, 자신감을 심어주는 음악, 운동을 잘하게 하는 음악…. 심지어는 ‘팔자 고치는 음악’과 ‘애완동물을 위한 음악’까지 등장했다. 구미에서 ‘치료 음악’(Healing Music)으로 불리는 이 음반들은 음악감상 외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능성 음악’이라 불린다.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이 시초
기능성 음반의 시초는 지난 1990년대 초 음반 시장을 거세게 달구었던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이다. 1993년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듣는 이의 수리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기초로 해서 모차르트 음악의 편집 음반인 ‘모차르트 이펙트’가 출반되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아직도 그 효과에 대해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태교에 좋다는 등의 소문까지 겹쳐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은 부동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최초로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을 내놓은 워너뮤직코리아는 지금까지 68만장을 판매했다. 그 후 ‘바로크 이펙트’ ‘베토벤 이펙트’ 등 비슷한 제목의 클래식 기능성 음반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기능성 음반은 사람의 잠재의식, 즉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모차르트 이펙트와 구분된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특정한 메시지를 빠른 속도로 반복해 보여주거나 들려줌으로써 듣는 사람의 잠재의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구미에서 우주선 비행사들의 정신강화 훈련, 운동선수들의 집중력 강화, 만성질환자의 통증 경감 등에 사용되어 왔다. 광고주들은 시각적인 서브리미널 효과로 매출 신장을 노리기도 한다. 미국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사이사이에 ‘콜라를 마시자’와 ‘팝콘을 먹자’는 메시지를 내보내자 팝콘과 콜라의 매상이 50% 가까이 신장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서브리미널 음반에는 1분에 2만회 정도의 속도로 반복되는 메시지가 음악과 함께 녹음되어 있다. 초고속으로 녹음된 메시지는 듣는 이에게 벌이 웅웅거리는 소리나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같이 녹음된 음악은 주로 클래식이나 뉴에이지풍의 듣기 편안한 곡들이다.
서브리미널 음반을 전문적으로 출시하는 ‘뮤직메디신’측은 “서브리미널 음반은 잠재의식을 파고드는 것이므로 배경 음악으로 꾸준히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음악만 듣는다고 다이어트가 되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잠재의식에 작용해 그러한 의욕이 생기도록 북돋워 준다는 것이죠.” 이 관계자는 “서브리미널 음반은 목적 달성을 도와주는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을 비롯한 각종 기능성 음반을 출시하고 있는 ‘사운드미디어’의 차민원 마케팅 팀장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이 의학적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대체의학 같은 것이죠. 저희가 서브리미널 음반 구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부터 아무 효과도 못 보았다는 대답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서브리미널 음반은 모두 일본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일본의 서브리미널 음반 시장은 연간 300억원대 규모다.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은 뉴에이지 음악가 사카모도 류이치도 기능성 음반을 낼 정도다. 일본의 음반사들은 서브리미널 음반을 제작하는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브리미널 음반을 발매하는 음반사들도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넣는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음악치료학자들은 서브리미널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숙명여대 대학원의 최병철 교수(음악치료학)는 “서브리미널 효과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브리미널 음반은 미국에서는 사양길에 들어선 실정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서브리미널 음반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듣는 이가 음악에 친근감이 없을 때는 더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 없죠. 다만 어느 정도의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음악치료사인 류리씨가 쓴 논문 ‘서브리미널 음악이 긴장 이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의 효과를 검증하지는 못했다. 류씨는 실험대상 그룹 중 한 그룹에는 바로크 음악을, 다른 그룹에는 서브리미널 음반에 실린 스트레스 해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에는 아무 음악도 들려주지 않은 채 각 그룹의 긴장 이완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바로크 음악을 들은 그룹의 긴장 이완 정도가 가장 컸고 정작 스트레스 해소 음악을 들은 그룹은 그 다음이었다.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을 기획한 워너뮤직코리아의 서동진 부장은 기능성 음반에 대한 과학적 실험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피부가 좋아지는 음악’이라면 이 음악을 들은 피험자들의 피부상태를 측정하는 등의 실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의 기능성 음반들은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한 광범위한 설명만 있을 뿐, 개개 음반의 목적이 얼마나, 어떻게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피부가 좋아진다거나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포화상태인 식음료 시장에 기능성 껌, 기능성 음료 등이 돌풍을 일으켰듯 기능성 음반은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음반사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능성 음반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능성 음반이 매상을 올리기 위한 상술에 불과한지, 아니면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낸 발견인지에 대한 판단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더 유보되어야 할 듯하다.
‘기능성 음반’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살이 빠지는 음악, 피부가 좋아지는 음악, 자신감을 심어주는 음악, 운동을 잘하게 하는 음악…. 심지어는 ‘팔자 고치는 음악’과 ‘애완동물을 위한 음악’까지 등장했다. 구미에서 ‘치료 음악’(Healing Music)으로 불리는 이 음반들은 음악감상 외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능성 음악’이라 불린다.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이 시초
기능성 음반의 시초는 지난 1990년대 초 음반 시장을 거세게 달구었던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이다. 1993년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듣는 이의 수리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기초로 해서 모차르트 음악의 편집 음반인 ‘모차르트 이펙트’가 출반되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아직도 그 효과에 대해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태교에 좋다는 등의 소문까지 겹쳐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은 부동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최초로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을 내놓은 워너뮤직코리아는 지금까지 68만장을 판매했다. 그 후 ‘바로크 이펙트’ ‘베토벤 이펙트’ 등 비슷한 제목의 클래식 기능성 음반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기능성 음반은 사람의 잠재의식, 즉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모차르트 이펙트와 구분된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특정한 메시지를 빠른 속도로 반복해 보여주거나 들려줌으로써 듣는 사람의 잠재의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구미에서 우주선 비행사들의 정신강화 훈련, 운동선수들의 집중력 강화, 만성질환자의 통증 경감 등에 사용되어 왔다. 광고주들은 시각적인 서브리미널 효과로 매출 신장을 노리기도 한다. 미국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사이사이에 ‘콜라를 마시자’와 ‘팝콘을 먹자’는 메시지를 내보내자 팝콘과 콜라의 매상이 50% 가까이 신장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서브리미널 음반에는 1분에 2만회 정도의 속도로 반복되는 메시지가 음악과 함께 녹음되어 있다. 초고속으로 녹음된 메시지는 듣는 이에게 벌이 웅웅거리는 소리나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같이 녹음된 음악은 주로 클래식이나 뉴에이지풍의 듣기 편안한 곡들이다.
서브리미널 음반을 전문적으로 출시하는 ‘뮤직메디신’측은 “서브리미널 음반은 잠재의식을 파고드는 것이므로 배경 음악으로 꾸준히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음악만 듣는다고 다이어트가 되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잠재의식에 작용해 그러한 의욕이 생기도록 북돋워 준다는 것이죠.” 이 관계자는 “서브리미널 음반은 목적 달성을 도와주는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을 비롯한 각종 기능성 음반을 출시하고 있는 ‘사운드미디어’의 차민원 마케팅 팀장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이 의학적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대체의학 같은 것이죠. 저희가 서브리미널 음반 구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부터 아무 효과도 못 보았다는 대답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서브리미널 음반은 모두 일본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일본의 서브리미널 음반 시장은 연간 300억원대 규모다.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은 뉴에이지 음악가 사카모도 류이치도 기능성 음반을 낼 정도다. 일본의 음반사들은 서브리미널 음반을 제작하는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브리미널 음반을 발매하는 음반사들도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넣는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음악치료학자들은 서브리미널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숙명여대 대학원의 최병철 교수(음악치료학)는 “서브리미널 효과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브리미널 음반은 미국에서는 사양길에 들어선 실정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서브리미널 음반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듣는 이가 음악에 친근감이 없을 때는 더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 없죠. 다만 어느 정도의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음악치료사인 류리씨가 쓴 논문 ‘서브리미널 음악이 긴장 이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서브리미널 음반의 효과를 검증하지는 못했다. 류씨는 실험대상 그룹 중 한 그룹에는 바로크 음악을, 다른 그룹에는 서브리미널 음반에 실린 스트레스 해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에는 아무 음악도 들려주지 않은 채 각 그룹의 긴장 이완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바로크 음악을 들은 그룹의 긴장 이완 정도가 가장 컸고 정작 스트레스 해소 음악을 들은 그룹은 그 다음이었다.
모차르트 이펙트 음반을 기획한 워너뮤직코리아의 서동진 부장은 기능성 음반에 대한 과학적 실험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피부가 좋아지는 음악’이라면 이 음악을 들은 피험자들의 피부상태를 측정하는 등의 실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의 기능성 음반들은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한 광범위한 설명만 있을 뿐, 개개 음반의 목적이 얼마나, 어떻게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피부가 좋아진다거나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포화상태인 식음료 시장에 기능성 껌, 기능성 음료 등이 돌풍을 일으켰듯 기능성 음반은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음반사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능성 음반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능성 음반이 매상을 올리기 위한 상술에 불과한지, 아니면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낸 발견인지에 대한 판단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더 유보되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