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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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현실’사이 그녀의 이중생활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0-01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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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과 ‘현실’사이 그녀의 이중생활
    아무래도 요즘엔 ‘여자들의 이중생활’이 화두인가 보다. 최근에 개봉한 우리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여주인공은 결혼은 조건 좋은 남자와 하고, 연애는 로맨틱하고 멋진 남자와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부유한 의사를 골라 결혼한 다음 애인에게 옥탑방을 마련해 주고 동거를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별 죄책감은 없다. “그저 ‘남보다 조금 바쁘게 산다’는 느낌만 든다”고 여자는 고백한다.

    좀 무리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 주인공의 가치관은 어느 정도 현대 여성들의 달라진 인식을 반영한다. 한국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런 세태가 저 멀리 스페인에서 날아온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감지되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욕망’과 ‘현실’사이 그녀의 이중생활
    비가스 루나 감독의 신작 ‘마르티나’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7년 만에 살아 돌아오고,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가 둘만의 공간에 그를 감춰두고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을 주축으로 한다. 마르티나를 사랑하는 두 남자는 이러한 설정 안에서 매우 대조적인 캐릭터를 지닌다. 신화를 들려주며 여자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면서 낭만적 사랑을 꿈꾸게 하는 남자와 사랑하는 여자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며 현실에 충실한 남자. 마르티나는 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미 익숙해진 현실의 풍요로움을 버리기도 쉽지 않고, 열정적 사랑을 포기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처럼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관객들의 선택을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가?’라고.

    ‘욕망’과 ‘현실’사이 그녀의 이중생활
    비가스 루나 감독은 싸구려 대중문화의 틀 안에서 동시대 스페인 사람들의 심리적 공허감과 육체적 강박증을 묘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왔다. ‘마르티나’는 사랑과 섹스라는 소재를 다룬 감독의 전작들과 동일선상에 있으면서 또 다른 영화다. ‘하몽하몽’이나 ‘달과 꼭지’ 등이 사랑에 대한 욕망을 즉흥적이고 도발적으로 표현했던 것과 달리, ‘마르티나’는 사랑하게 되면서 생기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따라간다. 사랑 때문에 고통받고, 사랑 때문에 불행하면서도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두 남녀를 통해 감독은 다시 한번 사랑의 위대함을 예찬하고 있는 것.

    ‘욕망’과 ‘현실’사이 그녀의 이중생활
    이런 영화에서 섹스신은 필수다. 영화에서 섹스신은 사랑하는 두 남녀가 의사소통을 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사랑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지 않고 서로를 열정적으로 원하며 사랑을 하는 것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런 점이 ‘결혼은…’ 같은 우리 영화와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 에로티시즘에 관한 이론가 조르주 바타이유는 “금기를 어기려는 충동과 금기의 밑바닥에 깔린 고뇌를 동시에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에로티시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가스 루나 감독은 이를 영화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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