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원 때문에 6명이나 죽이다니…”](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57_1.jpg)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은 6명. 그러나 지난 4월30일 검거된 범인 허모씨(25)와 5월1일 자살(상자기사 참조)한 공범 김모씨(29)가 이들에게서 빼앗은 금품은 불과 520여만원. 신용카드 인출금을 뺀 현금은 22만원이 고작이다. 게다가 이중 286만원은 이들이 맨 처음 살해한 여성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이후 살해된 5명으로부터 강탈한 금액은 242만원에 불과하다.
과연 무엇이 이 잔혹극을 부른 것일까. 경찰이 밝힌 범행 동기는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카드빚 800만원 때문. 이는 허씨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외피(外皮)에 가려진 이면에는 범인들의 ‘잘못된 만남’이 숨어 있었다.
지난 3월 골프장서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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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호탄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18일 밤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미용실 주인 이모씨(32ㆍ용인시 기흥읍)를 김씨의 승용차에 태워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주차장으로 데려가 신용카드 두 장과 현금을 빼앗고 살해한 뒤 용인시 기흥읍 고매리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씨는 살해된 지 이틀 만인 4월20일 남편에 의해 경찰에 가출인 신고가 됐고, 경찰은 이씨의 실종이 범죄와 관련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이씨의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속 인물과 허씨의 인상착의가 흡사하다는 점에 착안, 여죄를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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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당초 밝혀진 대로 4월27일부터 이틀간 훔친 택시 표시등을 부착해, 김씨의 승용차를 택시로 오인하고 승차한 박모씨(29ㆍ피아노학원 강사) 등 20대 여성 2명을 수원과 용인 일대에서 살해한 데 이어 4월29일 수원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인근에서 정모씨(23) 등 20대 여성 세 명을 “함께 놀자”며 꾄 뒤 이중 2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800만원 때문에 6명이나 죽이다니…”](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57_4.jpg)
여죄가 더 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허씨가 진술을 몇 번 번복해 경찰은 김씨가 택시 표시등을 훔친 정확한 시점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시점이 앞설수록 여죄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전 C고교 출신인 김씨는 지난 95년 군복무 당시 특수강도 등 5∼6가지 범죄 혐의로 4년의 실형을 복역한 전력이 있는 반면, 허씨는 이번이 첫 범행. 그러나 허씨는 4월18일과 4월27일 두 번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인 후에도 태연하게 직장생활을 했고, 4월28일까지 정상근무한 뒤 “개인 사정이 있다”며 퇴사했다. 김씨는 4월24일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있다”며 사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종결한 상태. 경찰은 5월3일 여죄 관련 브리핑을 갖고 “살해된 이씨 이외에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 가출인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추가 범행은 더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며 “5월 6∼7일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신용카드 사용 명세 등 몇 가지 보강조사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씨가 S골프장에서 받은 월 급여는 100만원 가량. 다른 골프장 재직 경험이 있던 김씨는 경력을 인정받아 조금 더 많이 받았다. 상여금도 연 600%였다. S골프장측은 “김씨와 허씨 둘 다 다른 직원들과 마찰이 없었고, 금전 문제로 돈을 빌린 적도 없다”며 “근무태도도 좋았다”고 귀띔한다.
모범택시를 찾는 여성들이 급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낳은 이번 사건은 과연 ‘플라스틱 머니’로 불리는 신용카드 빚 때문으로만 빚어진 걸까. 무고한 여성 여섯 명의 목숨을 플라스틱 깨듯 산산조각 내버린 김씨는 스스로 세상을 등짐으로써 모든 ‘비밀’을 묻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