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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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장 ‘3대 악재’ 극복할 수 있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4-07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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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의장 ‘3대 악재’ 극복할 수 있나

    4월4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절을 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호사다마(好事多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당의장 취임 후 우리당의 고공행진을 주도하던 그를 위협하는 첫 번째 악재는 ‘노풍(老風)’.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한 인터뷰 발언이 공개된 후 반발 기류가 확산됐다. 그로서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당은 노풍 후유증에 긴장하는 눈치다. 특히 경북 등 영남지역에서 반발 기류가 심해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당 후보들이 긴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영탁 후보(경북 영주)는 ‘정의장이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는 공문을 중앙당에 보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후보는 우리당 경북지역 후보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은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후보측은 “정의장 발언으로 10% 이상 표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에서도 비슷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당선 가능 인물로 평가되는 대구 L후보의 한 측근은 “내분으로 비칠까 봐 말은 못하지만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노풍’은 ‘4ㆍ15’ 총선을 지휘하는 정의장이 헤쳐나가야 할, 발등에 떨어진 첫 번째 불임이 틀림없다.

    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장 문성근씨는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우리당이 분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우리당은 말 그대로 잡탕”이라며 “나도 말이 안 되는 사람들이 후보로 많이 뽑혔다고 생각한다”고 공천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당내 세력 재편과 관련한 화두를 던졌다. 이 또한 ‘대장정’에 나선 정의장의 발목을 잡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우리당은 현재 중도노선의 정의장 등 당권파, 김근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재야파, 유시민 김원웅 의원 등 개혁당파 등 3대 세력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3대 세력은 그동안 지역구 및 비례대표 공천과 정책 등을 놓고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특히 1월부터 공천을 주도한 정의장 체제에 대해 당내에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좋게 보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지만, 반대로 보면 보수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선명성이 떨어졌다는 게 비판의 핵심 요지. 우리당 지도부는 총선을 의식해 곧바로 분당론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선거 후 이 문제가 고개를 내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의장의 정치력과 카리스마가 이 불협화음을 ‘찻잔 속 파문’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4월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4·15’ 총선이 끝난 직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자금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2월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에 대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법자금을 받아썼다며 고소·고발해옴에 따라 중수1과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를 해오다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3월8일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대검의 수사 재개 또한 정의장 행보에 부담을 주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장은 5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탄핵철회를 조건으로 대표회담을 제의, 위기 타개에 나섰다.

    큰 뜻을 품고 있는 정의장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총선 전과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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