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활용한 정치가 오프라인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치와 디지털기술, 인터넷이 빠르게 결합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은 정치와 디지털의 만남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 선거운동을 비롯한 인터넷 정치환경의 확대는 2030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쏟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은 여러 개악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돈 안 드는 선거’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이름 알리기가 1년 365일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인터넷이 주류 선거운동 수단으로 부각되는 시발점이라 하겠다. 과거 인터넷이 활용 가능한 선거운동 수단의 ‘하나’였다면, 이번 총선에선 가장 중요하게 활용해야 할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류 선거운동 매체로 등장
미국에서 무명이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일약 전국적 인물로 떠오른데는 인터넷 선거운동이 한몫했다. 딘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인터넷을 통한 효율적인 선거운동으로 한숨에 거물급 정치인 대열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정치인은 대중성과 인지도를 생명으로 하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딘의 부상은 인터넷 선거운동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딘은 공식적인 선거 웹사이트인 ‘딘 포 아메리카 닷컴’(Dean for America.com)을 개설해 운영했는데, 60여만명이 등록한 이 사이트는 ‘블로그(blog)’를 통해 딘을 적극 홍보했다. 딘은 블로그를 통한 선거운동으로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딘은 27개의 각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이버 캠페인을 벌였으며, 인터넷을 통해 500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딘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통해 초기 열풍을 일으키자 다른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자가 된 존 케리 후보 또한 인터넷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케리의 맞상대인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공식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기부금모금사이트, 블로그사이트와 채팅센터 등을 개설해 인터넷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한편 아이디어와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디지털 정치시대를 앞당긴 나라로는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전자정부의 건설과 디지털 정치의 구현을 공식적으로 표방해왔다. 디지털 정부의 실현과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의 활성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는 인터넷의 힘을 톡톡히 경험한 사례에 해당한다. 노대통령은 노사모를 위시한 인터넷상에서의 여론을 통해 2030세대에 어필함으로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추격을 물리쳤다. 대선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선거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주류 선거운동 매체로 등장한 첫 선거가 된다. 그만큼 인터넷의 영향력과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 온라인리서치 전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주로 선거 소식을 접할 매체로 TV(44.7%)와 인터넷(43.5%)이 비슷한 비율로 꼽혔다. 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주로 접촉했던 매체에 대한 질문에서 TV가 7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그 뒤를 신문(12.2%), 인터넷(10.5%)이 쫓았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다.
실제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나 후보자측의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당하다. 모든 정당이 디지털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주요 정보기술업체들은 정당의 디지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RM(고객관계관리), CTI(컴퓨터 전화통합),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실시간여론조사, 전자투표시스템 등 주로 DB마케팅과 이메일마케팅을 응용한 기술이 사용된다. 언제부턴가 정당에서도 기업의 정보관리자의 역할인 CIO를 중앙과 지역별로 임명해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정치컨설팅회사도 오프라인 선거운동 컨설팅에서 인터넷 선거운동 컨설팅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물론 인터넷 선거운동이 기대하는 바처럼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정보화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선거비용을 절감하며, 유권자의 알 권리와 정보욕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후보자간 공평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익명 속에 숨은 비방과 욕설, 루머 유포는 물론이고 여론 조작 가능성까지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무차별적 접근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서도 과열과 혼탁이 일어날 여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정당이나 후보가 인터넷을 통해 정책과 정보, 공약 등을 제시하고 유권자가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선거는 자연스레 정책대결로 변모할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선거운동이 디지털 정치시대를 열어가는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인과 유권자가 온라인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국민들의 정치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이 간접 민주정치가 가진 한계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기술이 선거운동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정치와 정부 일반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가 우리 삶의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만 주인이 되는 국민이 아니라 실제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국민’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의 힘, 디지털의 힘이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은 여러 개악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돈 안 드는 선거’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이름 알리기가 1년 365일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인터넷이 주류 선거운동 수단으로 부각되는 시발점이라 하겠다. 과거 인터넷이 활용 가능한 선거운동 수단의 ‘하나’였다면, 이번 총선에선 가장 중요하게 활용해야 할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류 선거운동 매체로 등장
미국에서 무명이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일약 전국적 인물로 떠오른데는 인터넷 선거운동이 한몫했다. 딘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인터넷을 통한 효율적인 선거운동으로 한숨에 거물급 정치인 대열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정치인은 대중성과 인지도를 생명으로 하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딘의 부상은 인터넷 선거운동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딘은 공식적인 선거 웹사이트인 ‘딘 포 아메리카 닷컴’(Dean for America.com)을 개설해 운영했는데, 60여만명이 등록한 이 사이트는 ‘블로그(blog)’를 통해 딘을 적극 홍보했다. 딘은 블로그를 통한 선거운동으로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딘은 27개의 각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이버 캠페인을 벌였으며, 인터넷을 통해 500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딘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통해 초기 열풍을 일으키자 다른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자가 된 존 케리 후보 또한 인터넷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케리의 맞상대인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공식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기부금모금사이트, 블로그사이트와 채팅센터 등을 개설해 인터넷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한편 아이디어와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디지털 정치시대를 앞당긴 나라로는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전자정부의 건설과 디지털 정치의 구현을 공식적으로 표방해왔다. 디지털 정부의 실현과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의 활성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는 인터넷의 힘을 톡톡히 경험한 사례에 해당한다. 노대통령은 노사모를 위시한 인터넷상에서의 여론을 통해 2030세대에 어필함으로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추격을 물리쳤다. 대선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선거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주류 선거운동 매체로 등장한 첫 선거가 된다. 그만큼 인터넷의 영향력과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 온라인리서치 전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주로 선거 소식을 접할 매체로 TV(44.7%)와 인터넷(43.5%)이 비슷한 비율로 꼽혔다. 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주로 접촉했던 매체에 대한 질문에서 TV가 7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그 뒤를 신문(12.2%), 인터넷(10.5%)이 쫓았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다.
실제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나 후보자측의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당하다. 모든 정당이 디지털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주요 정보기술업체들은 정당의 디지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RM(고객관계관리), CTI(컴퓨터 전화통합),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실시간여론조사, 전자투표시스템 등 주로 DB마케팅과 이메일마케팅을 응용한 기술이 사용된다. 언제부턴가 정당에서도 기업의 정보관리자의 역할인 CIO를 중앙과 지역별로 임명해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정치컨설팅회사도 오프라인 선거운동 컨설팅에서 인터넷 선거운동 컨설팅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물론 인터넷 선거운동이 기대하는 바처럼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정보화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선거비용을 절감하며, 유권자의 알 권리와 정보욕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후보자간 공평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익명 속에 숨은 비방과 욕설, 루머 유포는 물론이고 여론 조작 가능성까지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무차별적 접근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서도 과열과 혼탁이 일어날 여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정당이나 후보가 인터넷을 통해 정책과 정보, 공약 등을 제시하고 유권자가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선거는 자연스레 정책대결로 변모할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선거운동이 디지털 정치시대를 열어가는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인과 유권자가 온라인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국민들의 정치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이 간접 민주정치가 가진 한계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기술이 선거운동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정치와 정부 일반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가 우리 삶의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만 주인이 되는 국민이 아니라 실제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국민’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의 힘, 디지털의 힘이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