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

인터넷 타고 울려 퍼지는 조선인민군가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3-13 13:1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터넷 타고 울려 퍼지는 조선인민군가

    ‘조선의 노래’ 사이트.

    2002년 8월 북한 금강산 온정각휴게소. ‘금강산 모터사이클 투어링 대회’를 끝낸 남측 참가자들이 저녁식사를 마친 뒤 만물상으로 이어지는 휴게소 옆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들 앞으로 북한 군인들을 태운 트럭이 지나갔다. 트럭 위 북한 군인들은 절도 있고, 우렁차게 ‘조선인민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남측 참가자들은 “군인들의 노래에 순간적으로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조선인민군가는 서울 여기저기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강철로 다져진 영광의 대오/ 나가자 조선인민군 일당백 용맹을 떨치며/ 제국주의 침략자 모조리 때려 부수자.” 북한이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2003년 1월 ‘조선의 노래’라는 사이트가 개설됐다. 이 사이트에서는 ‘조선인민군가’ ‘김정일 장군의 노래’ ‘혁명군가’ 등 수백편의 북한 군가와 체제 선전용 노래를 재생해 듣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게시판도 갖춰져 있어 네티즌이 북한곡을 신청하면 며칠 뒤 신청된 노래가 업데이트된다. 이미 다수의 ‘팬’도 생겼다. “심장을 두들기는 음악, 잘 들었다”(소시민), “아주 좋다”(애청자), “반(反)통일세력의 해킹에 대비하라”(따라서), “동포애가 생긴다”(붉은깃발), “조선의 노래가 떴다. 이 사이트를 사랑하는 모임이 생겼다”(조사모) 등 네티즌들은 긍정적 반응 일색이다.

    합참 관계자는 “군 조사 결과 북한이 운영하고 남측 네티즌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통한 대남 심리전 효과는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도 최근 한국민족민주전선(민민전) 방송을 통해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 총과 같은 무기”라며 인터넷을 통한 대남 심리전이 효과가 있음을 인정했다.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조선의 노래’를 비롯해 ‘조선인포뱅크’ ‘주체사상’ ‘조선중앙통신’ ‘자주성’ ‘구국전선’ ‘조선신보’ ‘민민전’ 등 10여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동영상, 사진, 애니메이션, 음성녹음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콘텐츠와 남북문제 관련 주요 정보가 제공된다. 3월1일 남북종교인행사가 열리자 그 내용이 즉각 사이트에 올라왔다.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자극적 내용, 세련된 기능, 풍부한 정보량, 실시간 업데이트 등 ‘흥행 요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통일전선’ 사이트의 경우 ‘대선 이후 반(反)한나라당 선전 자료집’이라는 제목의 북한측 문건도 올려두고 있다. 이 문건은 “한나라당을 붕괴시킬 지금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반한나라당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그대로 둬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합참측은 “북한 사이트의 내용 중 특히 ‘주한미군 철수 주장’ ‘핵무기는 민족의 무기라는 주장’ ‘한국군 복무 거부 운동’은 10, 20대 네티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청각, 시각이 동원된 접촉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생겨난다”고 우려했다.

    이들 사이트는 외국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폐쇄하기는 어렵지만 접속 차단, 검색 차단 등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합참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주무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세한 내용의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정보원, 정보통신부 등 주무기관은 북한 사이트의 활동상황을 알고도 외면하고 있고 합참 등 군은 이런 정부 내 기류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otebook

    댓글 0
    닫기